신사임당이 율곡 이이를 낳고 키웠던 오죽헌은 누구의 집이었을까? 신사임당? 신사임당의 남편 이원수?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죽헌을 떠올리면 동시에 신사임당을 생각한다. 하지만 오죽헌이 신사임당의 소유였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렇다면 누구의 집이었을까?
국세청 조세박물관에 가면 이 질문의 답을 얻을 수 있다. 조세박물관에는 조선시대 땅에 대한 상속·증여·매매의 기록을 담은 ‘분재기(分財記)’들이 전시돼있다. 이씨 분재기(강원유형문화재 제9호)에 따르면 오죽헌은 신사임당의 조카 권처균의 소유인 것으로 기록돼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조선전기에는 아들·딸 차별 없이 재산을 분배했고, 출가한 딸들도 재산 상속에서 차별을 받지 않았다. 그리고 아들이 없을 경우 양자를 들여 제사를 맡겼던 조선후기와 달리 외손에게 제사를 잇게 했다.
원래 오죽헌은 신사임당의 어머니인 용인 이씨의 소유였다. 당시 관습대로 이씨는 다섯 명의 딸들에게 재산을 골고루 분배했다. 그러나 딸들에게 재산을 나눠준 이후에도 제사를 누가 지낼 것인지에 대한 문제가 남아있었다.
이씨는 외손자들 중에서 제사를 맡길 만큼 믿음직스러웠던 두 명을 골랐다. 두 명의 외손자가 바로 율곡 이이와 권처균이다. 이씨는 두 외손자에게 제사를 지내고 묘를 관리하도록 했다. 그리고 그 대가로 율곡 이이에게는 땅을, 또 다른 외손자 권처균에게는 기와집 한 채를 줬는데, 권처균이 외할머니로부터 받은 바로 그 집이 오죽헌이다. 오죽헌이라는 이름도 나중에 권처균의 호에서 따온 것이다.
그렇다면 왜 오죽헌은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의 대명사가 되었을까? 조세박물관 최윤희 학예사에 따르면 신사임당이 율곡 이이를 낳고 기를 때에는 어머니 이씨가 오죽헌에 살았기 때문에 불편함 없이 그곳을 이용할 수 있었다고 한다.
최근 한 기업의 오너 일가가 재산 분쟁에 휘말렸다. 딸들이 상속받은 재산이 너무 적다며 오빠를 상대로 소송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는 남녀 가리지 않고 재산을 분배했으며 가족의 화합을 중시했던 조선시대와는 대조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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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시는 조선시대에 재산상속과 토지매매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고문서를 통해 보여줌으로써 현재의 재산상속과 토지매매와 어떻게 다른지 느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번 전시는 올해 8월까지 계속된다.
-2010-01-19 06:00 노컷뉴스 엄해림 대학생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