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아들 녀석이 초등 4학년인데 좀 어리버리합니다만... 설마 저 나이에 산타가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하면서 집사람이 지나가는 말처럼 툭 던져봅니다.
"올해는 산타가 안 올 것 같지?"
그랬더니 아주 묘~~한 표정을 하고 쳐다보면서 뭐라 말을 잇지 못하더군요. 그래서 뒤에서 저랑 와이프랑 안들리게 수군수군... 쟤가 이미 산타가 없다는 걸 아는 거겠지? 저 커다란 놈이 설마 모를리가...
그랬더니 애가 와서 하는 얘기가...
"산타가 없다는 증거가 여기저기 너무 많어"
친구들도 다 그렇게 얘기하고, 어디 보니 책에도 그런 얘기가 나오고, 우연히 제가 틀어 놓은 라디오 (아침에 출근준비하면서 보통 라디오를 틀어 놓습니다) 듣다보니 그런 얘기가 나오기도 하고... 도처에 산타가 없다는 증거(?)가 하도 많이 나와서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미 언제부터 알게 되었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할 정도로...
"산타는 우리 마음 속에 있는거야. 우리 마음 속에 있는 산타가 서로 선물 주고 받고. 원래 그런 거니까 앞으로도 그럼 되지?"
집사람이 이렇게 얘기해주니, 뭔가 뭉클했던지 애가 갑자기 눈물이 글썽글썽하더군요. (원래 좀 눈물이 흔합니다 ^^;;;)
성장한다는 것은 멋지고 가슴 설레는 일이지만, 산타가 없다는 걸 깨닫는 것은 조금 씁쓸한 일이기도 하겠지요. 세상의 쓴맛을 보면 짜장면이 맛이 없어진다는 말도 있던데요, 전 아직 짜장면이 맛있습니다만... ^^;;; 세상은 춥고 외롭고 삭막한 곳이지만, 우리 마음 속의 따뜻함을 꺼내서 서로 덮어주며 살아가야겠지요. 저도 가슴이 좀 짠합니다.
매냐 칭구분들, 지난 한해 동안 많은 즐거움을 주셔서 감사하구요, 다들 즐거운 성탄절을 보내시고, 새해 바라는 일 모두 이루어지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