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그동안 실험용으로 사용했던 기타 2대를 모두 파기처분했다.
여기저기 하도 실험하다 보니 이젠 더이상 손댈부분도 없이 부서져 버렸기 때문이다.
기타는 그냥 내다버리면 안되기 때문에 잘게잘게 잘라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려야 한다.
기타를 벤찌로 잘게 자르다 보면 멋진 소리를 내던 기타가 이렇게 단순한
내부공간과 이렇게 단순한 나무조각의 조합이었던가 싶은 생각이 든다.
완전히 다 부수고 나서 넥만 남기고 봉투에 담아보면 그 큰 기타2대가
10L짜리 작은 쓰레기봉투도 거의 못채우고 만다.
마치 의대생이 시체해부실습을 하면서 한때 펄펄 살아숨쉬고 말하던 사람이
이러게 단순한 내부장기로 움직였던가 싶어 허무해지는것과 비슷할수도 있고
화장터에서 몸무게가 80KG에 육박하던 知人이 겨우 작은 항아리 1개정도의 분량으로
유골이 나오는걸 보고 허무함을 느끼는것과 비슷할지도 모른다.
인간이나 기물이나 유물론 입장에선 같은 존재라고 한다.
형태가 만들어지면 에너지가 생기고 그 에너지는 그 형태의 효용에
맞추어 움직임과 소리를 만들어 낸다.
그것이 수명이 끝나면 원래 아무 소리없었듯이 원래의 물질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