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순
Guitar라는 악기를, 즐거움을 주는 오락기구 정도로 인식하게 하는데 성공한다면, 기타는 지금보다 몇 백배 더 많이 팔릴 것이다. 관련 Site들도 지금보다 몇 백배 더 많은 사람들이 들끓게 될 것이다. Lesson 관련업계(?)도 호황을 누리게 될 것이다. 여러 사람들에게 좋을 결과를 가져온다.
그러기 위해서는, Guitar는 놀이기구 정도에 불과하므로 간단히 그 매뉴얼만 익히면 누구나 쉽게 배워서 즐길 수 있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음악 이론서는 다 없애버리고, 대학에서도 관련 연구는 모두 철폐해야 한다. 사제지간, 악파 따위도 필요 없다. 그저 유형/무형 상품 판매자와 고객만 존재할 뿐이다. 그게 자본주의 아니던가?
오선보는 당연히 폐기되어야 하며, 매뉴얼에 해당하는 탭악보 정도만 있으면 된다. 아니, 그보다 더 쉬운 그림/그래픽으로 대체할 수도 있다. 원리를 알 필요가 없다면 말이다. 어쩌면 악보 자체가 필요 없다. 녹음으로 대체해서 듣고, 감각적으로 모방해서 익히면 될 것 아닌가. 귀와 손가락만 있으면 충분하다.
이때 음악이 예술인 것은 상기시킬 필요가 없거나, 예술은 오락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그 정의를 수정해서 주장해야 할 것이다. 음악이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이며, 왜 아름다운 것이며, 왜 인류에 유익한 것인지는 알 필요도 없거니와, 오히려 감추어야 할 것이다. 무슨 궤변을 늘어놓더라도.......
그런데 고급악기가 되고 명인이 되려면 음악이 예술임을 주장해야 하고, 그 제작자도 예술가 반열에 올라가야 될 것이다. 그 중에서도 ‘Nylon-string Acoustic Guitar’는 특별히 ‘Classic Guitar’라 하여 귀족 냄새가 나게 하고, ‘Steel-string Acoustic Guitar’는 ‘통기타’라 하여 굳이 하대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같은 어쿠스틱이요, 똑같이 기악에 공여되는 것이고, 같은 재료를 사용하고, 똑같이 Classic/Pop 장르에 제공되고, 똑같은 Fingering 주법을 사용하는 점에 대해서는 모른 척 해야 한다.
그렇지만 여기서 모순이 발생하나보다.
예술이 오락으로 치부되고 Guitar가 놀이기구로 전락하면 시장은 엄청나게 커지지만, 이제 대규모 자본과 기계, 시스템-기술을 갖춘 대량생산 공장이 하나하나 출현해서 모든 노력을 거품으로 만들고 허공에 날려 보낼 것이다. 이쯤 되면, 아마 삼성도 LG도 엔트리 할 것이다.
학자/기술자들은 혈안이 되어 풀질향상, 가격인하에 명운을 걸 것이다. 대학에는 이제 필수품으로서의 Guitar를 위해 다양한 관련학과가 생길 것이다. 돈이 되는 것이면 너도나도 물불을 가리지 않으니....... 소규모 공방은 견디기 어려울 것이다. 대형마트가 들어와서 재래식 시장과 동네슈퍼를 모두 몰아내듯이 말이다. 소규모 음악학원도 경쟁에 무척 힘이 들 것이다. 별로 승산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시대는 이와 역행하고 있는 듯하다. 음대는 이제 갓 잠에서 깨어 수 십 개의 다양한 학과로 분화되고 있다. 하지만 오락/필수품으로서의 음악이 아니라 이번에는 예술/과학으로서의 음악이다. 종래의 음악철학, 음악미학 외에도, 심지어 음악심리학, 음악치료학, 음악사회학, 음악정치학도 생겨나고 있다. 음악이 예술이고 과학이 아니라 하여 석사 정도로 끝나던 패턴이, 이제 국제적으로 박사학위가 신설되었다. 모든 것이 이와 반대로 가는 것처럼 보인다.
어떻게 하면 예술음악을 오락으로 끌어내리고, 어떻게 하면 Guitar를 놀이기구로 만들어서, 여러 사람들에게 자본주의 혜택이 좀 더 가게 만들 수 있을까?
Comment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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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land님과 비슷한 생각을 늘 하고 있습니다.
기타 제작가분들은 누구나 쉽게 연주할 수 있는 기타를 망글어주셔야 합니다.
그리고 작곡가들은 연주가 아주 쉬우면서도 좋은 곡들을 많이 망글어주셔야 하구요. -
저는 기타가 쉽고 만만했으면 배우려하지 않았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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