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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대 국회에서 대정부질의를 하는 김대중 의원.

한 연구자는 김대중의 저작이나 연설을 분석하면서 김대중의 철학에 대해, “기독교적 소명의식, 도덕주의와 정의감, 실용주의, 이 세 가지가 핵심기조이고, 여기에 정치인으로서의 권력의지 역시 기본요소의 하나였다.” (주석 5)고 정리하였다. 이런 의미에서 김대중은 한국정치판에서는 특이한 존재이다.

그는 제6대 국회의원 때부터 “서생적(書生的) 문제의식과 상인적(商人的) 현실감각을 아울러 갖추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으로 현실정치에 접근하면서 이상주의와 실용주의의 가치관을 접목시키고 활용해 왔다. 이것은 그가 혹독한 권력의 탄압과 저주에 가까운 보수언론의 공격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철학이고 비결이었다.

김대중은 분단과 정부수립 반세기만에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루고, 북한 지도자와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평화체제를 선언하고, 노벨평화상을 받았으며,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식민통치를 조기에 종식시켰다.

정치적 민주주의, 권위주의 해체, 정보화강국, 국가인권위원회 설치, 여성권익 향상, 국민기초생활보장제 등이 업적으로 열거되기도 한다. 그리고 미국과의 종속관계의 저울추를 수평쪽으로 ‘약간’ 옮겨놓은 일이나, 노벨평화상 수상으로 한국의 ‘국격’(國格)을 높였다는 평가도 따른다. ‘한류’열풍도 그의 문화정책에서부터 비롯되었다.

한국사에서 진보와 개혁의 기치를 든 지도자 치고 보수의 ‘총구’앞에서 온전히 버텨낸 사람은 거의 없었다. 신라 말기의 장보고, 고려시대의 만적ㆍ묘청ㆍ신돈, 조선왕조의 정도전ㆍ조광조ㆍ홍경래ㆍ최제우ㆍ전봉준ㆍ김옥균, 현대의 여운형ㆍ김구ㆍ조봉암ㆍ장준하ㆍ노무현 등 진보 개혁주의자 모두가 참살되거나 자살하였다. 완고한 보수의 칼날 앞에서 제 명에 죽은 이는 하나도 없었다. 그들은 역사의 수레바퀴를 굴렸으나 그 바퀴에 깔리고 말았다.

한국의 전통적인 수구 보수세력은 외세에는 엎드려 예속국가, 식민지의 적자가 되더라도 기득권을 잃지 않으려 하고, 외적과는 타협하더라도 동족 간의 화해와 협력, 내부의 개혁ㆍ혁신을 용납하지 않았다. 그 대가로 기득권을 보장받고 이것은 누대에 걸쳐 지속되었다.

왕조시대에는 신진사류, 산림학파들이 개혁의 뜻을 품고 힘차게 나섰다가 보수의 반격에 침몰되었던 사례가 적지 않았고, 공화정시대에도 개혁ㆍ민주화의 기치를 들었다가 독재에 부역하거나 굴복한 정치인ㆍ지식인들이 적지 않았다.

개혁 진보가 용납되지 않는 역사풍토에서 김대중의 살아남음과 집권은 특이할 만한 현상이다.
그가 과연 투철한 개혁ㆍ진보주의자인가 하는 문제와는 별개로, 민중의 힘과 국민의 역량이 그만큼 성숙해졌다는 시대의 변화도 김대중이 살아남고 집권하게 된 이유로 작용하였을 것이다.

덧붙여 말한다면 그는 대단히 이상적 실용주의자라는 점을 들 수 있겠다. 이명박 대통령이 ‘실용주의’를 들고나오면서 이 용어의 의미가 크게 변질되고 말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실용주의는 미국의 고유한 사회철학이라고 할 수 있는 프래그머티즘(Pragmatism)을 말한다.

역사적으로 진보 개혁주의자들은 이상주의적인 측면이 강했다.
이에 비해 김대중은 이상주의적 측면과 실용주의의 양면을 겸비하였다. 예컨대 진시황에 대한 일반적인 비판과는 다른 역사인식이다. 그의 엄청난 과오에도 불구하고 중국인들에게 준 이득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즉 춘추전국시대의 전란과 주나라의 1천년에 걸친 봉건제도를 종식시키고, 군현제를 창시하여 백성들을 안정시켰으며, 문자통일과 법률제도 확립, 도량형 개혁 등을 통해 통일중국의 체제를 확립했다는, 실용주의를 높이 평가한 것이다. 거창한 명분보다 백성들의 삶 위주의 실용성을 중시한다.

그는 군사독재 시대에 극심한 탄압을 받으면서 비반미ㆍ비용공ㆍ비폭력의 이른바 ‘삼비(三非)정책’을 표방하였다. 그는 비반미적 민족자주, 비용공적 평화통일, 비폭력적 민주회복론을 제시하고 이를 실천하였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하는 자리에서 주한미군 주둔의 필요성을 강조할만큼, 이런 용어가 가능하다면 그는, ‘비반미적 민족주의자’인 셈이다. “그는 미국과 의존적 동맹 안에서 자율성을 찾고자 했다”(문정인 교수).

김대중은 “나는 내 자신을 철저한 민족주의자라고 확신하고 있다.”고 말하고, “그러나 나는 결코 국수주의자는 아니다. 나는 민주주의를 신봉하고, 국제주의를 지지한다. 진정한 민족주의자는 당연히, 이와 같은 입장에 서지 않으면 안 되며, 이것이야말로, 우리의 민족주의를 승화 발전시키게 된다.” (주석 6)고 주장한다. 1980년대 초에 <김대중의 정치사상>을 쓴 가지무라 히데끼(柅村秀樹)는 “김대중씨는 보편적인 가치를 지향하는 가운데 독자성을 믿는 ‘개화된 민족주의자’ (주석 7)라고 평가하였다.


이른바 [김대중 내란음모사건 재판정] 전두환 정권에 의해 내란 수괴로 몰려 재판정에 서다

김대중은 70년대 초기부터 4대국 보장론과 북한 유엔가입론 등 한반도 문제해결의 다원성을 제시하면서도, 일본납치의 절체절명의 위기 때에 미국의 도움으로 살아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노선이 ‘반미’가 아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백범 김구의 암살과 죽산 조봉암 처형의 배경을 살펴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이른바 ‘김대중내란음모사건’으로 사형을 선고 받을 때에도 용공이나 폭력행사 등 어디에서도 ‘내란음모’의 빌미를 주지 않았던 비용공, 비폭력주의도 살아남게 된 배경이 된다.

그는 1973년 납치당하기 전 미국 망명시절에 워싱턴 교포인 최석남 예비역 장군 등이 미국에 ‘망명정부’를 수립하자는 주장을 단호히 배격하면서 ‘대한민국 수호 독재정권 반대’를 다짐했었다. 그는 교포 지도자들에게 ‘선민주화 후통일’의 원칙을 분명히 하였다.

김대중은 오랜 세월 정치활동을 하는 동안 보수 수구세력으로부터 끊임없이 ‘용공좌경’의 색깔론에 시달렸다. 아마 그만큼 매카시즘에 시달린 정치인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역설적인 것은 김대중처럼 ‘반공주의’또는 미국 중시의 외교정책을 제시한 정치인도 흔치 않은 터에 가혹하게 붉은색이 덧칠되었다는 점이다.

1960년대 청년시절에 쓴 각종 반공주의 내용의 기고문이나, 민주당 정부의 대변인으로서 발표한 성명, 1970년 첫 대선후보에 나서면서 제시한 ‘4대국 보장론’의 핵심은 미국중시의 입장이었다. 그의 외교 안보론의 핵심은 이른바 ‘1동맹 3우호체제’를 말한다. 미국중시의 다원외교, 안보체제론이다. 이를 두고 “자유주의적 외교철학”(박건영, 정욱식)이란 분석이 따른다.

우리도 다극화해야 한다. 우리는 미국과 군사동맹을 유지하면서 중ㆍ러ㆍ일과는 우호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1동맹 3우호체제’가 우리가 나갈 길이다. 중ㆍ러가 다 우리를 침략했고, 마침내 일본이 병탄하지 않았나? 미국이 일본의 식민지 침략을 지지해 줬는데 만약 미국이 그때 반대했으면 일본이 못했다.

미국은 그렇게 중요하다. 미국이 안정자, 균형자 역할을 해주면 그 셋에 대한 견제가 된다. 그러나 동시에 이 세 나라와도 관계를 잘 유지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안정이 되는데, 그게 6자가 되면 동북아 안보체제다. (주석 8)


주석
5) 박명림, 김대중 전대통령 인터뷰, '민주적 시장경제와 평화공존에의 여정', <역사비평>, 2008년 가을호, 60쪽.
6) 김대중, '민족에의 경애와 신뢰', <씨알의 소리>, 1975년 4월호.
7) 가지무라 히데끼, 김대중 지음, <무궁화여 영원히>, 219쪽, 동경, 1980.
8) <한겨레> 인터뷰, 2008년 5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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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log.ohmynews.com/kimsamwoong/286008
요즘 그에 대한 뉴스가 많이 보이는 가운데 눈에 띄는 내용이 있어서 가져와봤습니다.
Comment '2'
  • 콩쥐 2009.07.04 08:49 (*.161.67.92)
    전두환이 광주에서 나쁜일을 벌이고
    그 죄는 김대중에게 덮어씌우고........


    문제는 이런일을 생각없이 따르는 대다수 무의식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지금까지도 그리고 앞으로도 쭈욱 이런일은 반복되니 참 사람이란 .........
  • 쏠레아 2009.07.04 10:35 (*.35.249.30)
    2mb는 거꾸로 상인적(商人的) 문제의식과 서생적(書生的) 현실감각을 가진 것 같아요.

    대기업 바지사장 출신답게 모든 문제를 돈으로만 가치판단하는 경향을 보이고,
    진짜 현실에 부딪히면 마치 공부만 한 서생처럼 소심한 면을 보이거든요.
    (공부도 그리 많이 하지 않았으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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