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과 편곡, 그리고 연주

by gmland posted May 22,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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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곡과 편곡, 그리고 연주


  음악이론을 몰라도 작곡할 수 있다는 말은, 사실은 전혀 근거 없는 말입니다. 음악은 그 자체로서 이미 언어요, 문법/규칙이므로, 이론서 또는 교과서 한권 읽은 적 없이 많은 음악을 듣기만 했어도, 이미 음악적 규칙/문법에 무의식적으로 숙련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음악동호회 등에서는 해묵은 논쟁거리이기도 하지요. ㅡ 전공생들 간에 이런 논쟁이 있을 까닭이 없고....... (원래 남대문 논쟁은 안 가본 사람이 이기는 법입니다.)

  이와 비슷한 예로는 법률행위를 들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일상생활에서 법률행위가 아닌 것이 없지요. 버스나 전철을 타는 것만 해도, 을은 요금을 내고, 갑은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는 묵시적 여객운송계약 체결 등에 해당된다 하지요. 계약서도 만들지 않았고 도장도 찍지 않았지만.......

  결국, 음악이론을 학습한다는 것은, 또는 예를 들어 법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우리가 일상에서 직접/간접으로 접했던 경험들을 분석해서 논리적/체계적으로 다시 정리한다는 것을 의미할 것입니다. 그래서 작곡을 하려면, 아무래도 음악을 많이 들었거나, 연주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음악이론과 많이 접했던 사람이 유리하게 되지요. 그만큼 경험이 많은 경우이므로, 이때는 잠재의식 속에 있는 문법들을 끄집어내서 정돈하기만 해도 그 직접경험의 한계까지는 작편곡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ㅡ 물론, 그래도 최소한의 체계적 지식은 갖추고 있는 경우라 하겠지요.

  그래서 화두는 양적/질적 문제로 옮아가게 되는데, 목표가 어느 만큼이며, 대상/장르가 무엇이며, 이때 필요한 음악이론은 어느 정도인가, 하는 점 등으로 전환될 것이며, 이때 작곡과 편곡에 대한 약간의 이해가 필요할 것이라 봅니다.

  작곡이론 자체는 장르를 불문하고 같은 원리에 입각하지만, 현실적 작곡기법은 장르와 그 관행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장르가 다르면, 우선 그 음악적 주재료인 음계와 리듬이 달라지며, 관행적으로도 기악 위주냐 성악이냐 따라서, 또 현재 어느 단계까지 진화한 다성음악이냐에 따라서 양념과 식탁 치장예법마저도 달라져서, 결국 그 요리법마저도 다양하게 나타나게 되어, 외관상으로는 큰 차이를 보일 수 있게 됩니다.

  단선율/단성음악이라면, 작곡은 주제/주제선율과 그 변주에 관한 것으로 국한되기 쉬울 것이므로, 이때 편곡이라는 개념은 개입될 소지가 없거나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근대 이후로 각 민속악은 다성음악 내지 다성부음악을 지향하고 있으므로, 이때는 편곡이라는 개념이 적극적으로 등장하지만, 각 장르의 진화정도와 지향성에 따라서 그 편곡기법이 부선율/부차성부에 관한 것이냐, 반주화음 위주이냐, 등으로 분화될 것입니다.

  예컨대 교향곡, 소나타, 협주곡, 실내악 등, 정통 클래식은 기악 위주, 선율악기 합주 위주로 4성부가 대개 부선율 형태로 나타나므로, 편곡이라는 개념이 부선율/부차성부 및/또는 반주부/반주화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 본다면, 이때는 작곡 당시에 이미 부선율 및/또는 반주부가 만들어지므로, 여기서는 편곡이라는 개념이 특별히 존재하지는 않게 되겠지요. 이때는 단지, 음색론/악기편성론 차원에서 합주곡을 독주곡으로 바꾼다든지, 음색/악기편성을 바꿀 때 편곡이라는 용어(광의적)를 사용하게 될 것이라 봅니다.

  한편, 이렇게 작곡이 편곡을 흡수하고 있고, 양자가 동시에 일어나는 경우에는 많은 음악이론을 깊이 학습해야 할 것이라 봅니다. 특히, 편곡이라는 개념을 주제/주선율 및 그 변주에 관한 것이라기보다 부선율/부차성부에 관한 것으로 본다면, 다시 말해서 작곡이 골조 만들기요, 편곡이 실내장식이라면, 음악이론 중에서 기술적 차원에 속하는 부문들인 화성학/대위법 등은 주선율보다 차라리 편곡에 보다 유용할 것입니다.

  예컨대 Blues/Jazz 및 이에서 파생된 Pop/Rock 등은 성악 위주로서, 관행적으로 그 반주부는 보통 반주화음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부선율/치장선율 형태가 아니라 반주화음 형태라 할 수 있지요. 그나마 악보에는 각 성부를 구성하는 화음성음이 음표로 표시되지 않고, 음명방식인 영문음명표시법(예: Dm7, G7 등)에 의해 간이방식으로 암시될 뿐입니다. 이에 반해 조성음악/클래식은 작곡(협의적)과 동시에 그 부선율 및/또는 반주화음이 함께 편곡되어서 모두 음표로 표시되므로, 클래식에서 사용하는 화음명명법이면서 계명방식인 로마숫자음도표시법 및 숫자저음법은 이론용, 논문용, 교육용 등으로만 사용될 뿐, 악보에는 아예 나타낼 필요조차 없어지게 됩니다. ㅡ 즉흥연주 위주였던 바로크 시대의 숫자저음법은 제외

  작편곡 기법 상에서 주선율/부선율 골조(선율원형) 만들기는 ‘계층구조적 중심음 원리’ 및/또는 ‘음렬작법’에 입각하고, 이는 또 관념적 화음론(7음계라면 기본음계화음 및 확장음계화음)을 기초로 하게 되며, 그 구체화(구체적 선율)는 ‘비화성음 논리’를 기반으로 하게 됩니다. 즉, 주선율 또는 부선율/장식선율인 경우에는, 그 선율원형이 악보 상에서 수평화음을 이루는 형태로, 반주화음인 경우에는 동시화음 및/또는 분산화음으로 나타납니다. 주법 상에서는, 선율은 보통 scale/serial로, 동시화음은 보통 stroke/strumming으로, 분산화음은 보통 arpeggio로 불리지요.

  또, 주성부/부차성부가 선율적일 때는 수평적 대위법(푸가기법)도 많이 사용되지만, 화성적일 때, 또는 반주부/반주화음에 대한 방법론일 때는 화성법이 주종을 이루게 됩니다. 따라서 작곡이든, 편곡이든, 그 자체로는 ‘표현’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기술적 차원에 속하는 것이 됩니다.

  음악은 ‘창작ㅡ표현ㅡ수용’으로 요약되는 바, 이때 창작은 작가의 철학 내지 어문학적 주제와 관련된 작가정신을 뜻하며, 작곡은 1차적 표현, 연주는 2차적 표현으로 정의되고, 최종적으로는 음악적으로 교육된 청중에 의한 수용으로써 성립되므로, 엄밀히 말한다면 작곡이 곧바로 창작은 아닌 것이며, 창작이 형이상학적이라면 작곡은 형이하학적인 개념으로서 과학적/기술적 차원일 뿐이라 할 것입니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음대 작곡과라는 것이 그 존재기반을 잃게 되겠지요. 창의적/개성적인, 그리고 주관적 철학인 작가정신, 작가정서를 어떻게 가르치며 배운단 말입니까.

  이와 같이 작곡, 편곡을 위해 그 해당되는 음악이론을 학습하는 것도 목표에 따라, 장르에 따라, 양적/질적으로는 천차만별이라 할 것입니다. 음악이론(간접경험)을 깊이 학습하고 익혔다 하더라도, 이에 숙련된 경우에는 실제 작곡에 있어서는 ‘직관’이라는 형태로 나타나게 됩니다. 일일이 공식을 도출하고 이론과 대조해가면서 주어진 문제를 풀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반면에 음악을 많이 듣기만 하더라도, 많은 연주경험을 갖추기만 하더라도, 그 역시 직접경험으로서 음악문법적 직관을 쌓아가는 방식에 해당하는 바, 이때는 약간의 기초적 이론만 습득해도 작곡/편곡을 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직관이라는 모호한 실체 역시, 굳이 말한다면 양적/질적으로 분화되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요.

  예컨대 지금도 진화과정 중에 있는 Blues/Jazz 및 이에서 파생된 Pop/Rock 장르라면, 최소한 관행적으로는, 그 작곡은 단선율/단성음악에, 그 편곡은 간이방식에 해당하므로, 이때는 어쩌면 직접경험에 의한 약간의 직관, 약간의 화음론 및 영문음명표시법에 관한 지식만 있어도 가능할 것입니다.

  한편, 연주에도 역시 이론은 필요합니다. 연주는 2차적 표현으로서, 연주가는 작가의 작품을 해석해서 청중에게 통역하는 역할을 맡고 있지요. 법학에 비유하자면, 방대한 음악이론 중 작곡에 관련된 부분에 한해서만 볼 때, 그것이 음악문법을 만드는 입법론(법철학/법학)이라면 작곡은 그 실행(국회)일 것이요, 연주는 해석학(법원)일 것입니다. 따라서 작곡(조립)과 연주(해체)의 관계를 화학에다 비유하자면 가역반응이 될 것이며, 그 원리는 같은 것으로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 하겠지요. 그래서 작곡 및 연주에 대한 모든 전문적 탐구와 비평/비판은 이를 기준으로 해서 이루어집니다.

  음악이 단지 즐기는 것이라면, 그건 예술음악을 일컫는 것이 아니라 오락음악을 말하는 것이겠지요. 물론 그걸 탓하는 것은 아닙니다. 음악에도 분명히 오락적 요소가 내재되어 있음을 부정하기 어려우니까요. 그건 가치판단의 문제일 뿐입니다.

  통역인 연주가는 작가의 악상이 담긴 기호(오선보)와 문자를 해석해서, 이를 알기 쉬운 음으로 변환한 후, 청중에게 전달하고 그 수용여부를 물어보게 됩니다. 수용이 되면 이때 비로소 음악으로 성립되지요. 이 과정에서 연주가에게는 상당한 기속재량 권한이 부여됩니다. 때로는 직역을, 때로는 의역을 해야 할 것이며, 모호한 부분은 투명하게 해야 할 것이고, 음색론(악기편성론 및 개별음색론)에 있어서는 음향의 창조자 역할도 해야 하니까요.

  해석학 각론은 보통 악곡분석 형태로 나타납니다. 그래서 대개, 대가로 불리는 연주자라면 악곡분석에 심혈을 기울이게 되지요. 따라서 연주가 역시 일정 수준의 음악이론을 섭취해야만 합니다. 음악이론은 바로 음악문법이요, 규칙(관습법/불문율)이요, 판단기준이니까요.





  한국기타문예원 대표강사
  gm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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