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과 음악이론

by gmland posted May 21,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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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곡과 음악이론


  음악은 예술입니다. 예술 중에서도 최고위에 놓곤 합니다. 대부분 철학자들이 한마디씩 하고 넘어가는 분야가 음악입니다. 음악은 예술(Art) 요소와 과학(Musicology) 요소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전자는 음악철학, 작가정신, 작가정서에 관한 것이요, 후자는 그 수단, 방법론에 관한 것이라 할 것입니다. 전자는 곧 철학이요, 후자는 기술 및 기능에 관한 것이라 봅니다.

  음악이론은 몹시 방대합니다. 게다가 여러 인접학문과 맞닿아 있습니다. 화성학, 대위법, 작곡법만이 음악이론이 아닙니다. 화성학/대위법은 가장 기초적인 이론일 뿐입니다. 가장 좁은 의미의 순수이론만 해도, 음악의 3대 요소로 일컬어지는 리듬, 선율/음계, 화성/화음에 따라 리듬론, 음계론, 화성학(화음론 및 성부배치론)으로 나뉘고, 5대 요소에 포함되는 형식론/악식론, 음색론(악기편성론)이 추가됩니다.

  응용이론에는 작곡법, 건반화성학, 지판화성학 등이 있습니다. 이외에도 음악선형학, 음악기호학 등이 있으며, 더 상위에는 음악철학, 음악미학, 음악심리학 등이 있고, 인접학문은 문학, 미술, 음향물리학, 위상수학 등, 심지어 음악정치학, 음악사회학 등, 몹시 방대한 영역에 걸쳐 있습니다.

  더러는 음악이론이 단지 악성/대가들의 작품을 분석하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하나 봅니다. 관심이 없는 것이거나 무지의 소치로 밖에는 여겨지지 않습니다. 그건 다만 해석론 중, 각론일 뿐입니다. 예술을 위한 음악이론이 단지 대가들의 모방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그건 이미 학문이 아닌 것이 됩니다. 물론 예술도 아닌 것이 됩니다. 예술은 창의성, 독자성을 필수요소로 수반하기 때문입니다.

  그건 극히 일부요, 초보적 과정일 뿐입니다. 그나마 각론적 사항에 해당합니다. 악성/대가를 통해 배우더라도, 그건 이론체계 일부를 구성할 뿐이요, 그건 그들을 극복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렇게 다듬어진 이론은 논리적 체계를 갖추고, 그 다음에는 거꾸로 그들의 작품을 비판하게 됩니다. 어쩌면 역설일 수도 있겠지만, 무릇 모든 학문의 속성은 그러합니다. 발전은 그렇게 해서 이루어집니다. 아직은 변증법이 적용됩니다.

  응용이론 중에 하나인 작곡기법에 관해서만 보더라도, 그 궁극적 목적은 새로운 문법을 만들고 새 장르를 개척하는 데에 있습니다. 악성/대가를 모방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베토벤 후기작품은 다소 혼란스럽다 합니다. 뭔가 염증을 느꼈음을 반증하고, 새 문법을 만들고자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드뷔시는 탈출을 시도하지만 완전히 성공하지 못합니다. 쇤베르크 악파에 이르러서야 겨우 초보적 새 문법이 하나 탄생합니다. 물론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새 문법은 한 가지가 아닙니다. 언제 어디서 무엇이 얼마나 튀어나올지 모릅니다. 아마도 그게 과학이요, 예술일 것입니다.

  이에 따라 20세기 후반부터는 이론과 작곡이 분화되기 시작했습니다. 대학원은 물론이요, 지금은 학부에서도 분화가 진행 중입니다. 예컨대 서울음대만 하더라도, 지금은 이론 및 작곡 정원이 각각 분리되어 있습니다. 대학원에는 예전에 없던 박사과정이 신설되고 있습니다. 미국을 필두로 하여 유럽 각국도 이를 따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에서도 이화대학 작곡과를 선두로 하여 서울음대 국악과에도 박사과정이 신설되었다 합니다. 물론 이론적 발전을 위한 것입니다.

  음악이론의 탐구목적 중에 하나는, 예컨대 전통국악에서 파생되는 현대국악 내지 신국악을 위한 문법을 만드는 일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전통국악이 훼손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건 그것대로 보존됩니다. 조성음악/클래식은 그리스 4음계(또는 3음계)로부터 출발하여 중세 6음계를 거쳐 7음계로 발전합니다. 한편으로는 단성에서 다성/다성부음악으로 진화합니다.

  20세기 초엽에 흑인-블루스가 조성음악 문법을 받아들여 다성음악으로의 여정을 시작합니다. 빌려온 옷이 몸에 맞지 않아 수정/보완을 거치면서 클래식과 결합하여 재즈를 파생시키고, 이들은 또 다시 Rock을 파생시킵니다. 곧 세계적 보편타당성을 얻게 됩니다. 플라멩코가 또한 그러합니다. 이미 도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아직은 국악처럼 즉흥연주에 의존하지만, 클래식 역시 바로크 시대만 해도 그러했습니다. 그건 진화과정의 한 단면일 뿐입니다. 국악 역시 여정에 들어갔습니다. 황병기 등이 7음계 작법을 도입하지만, 아직 다성/다성부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작곡은 이론/문법 다음 단계입니다. 음악은 언어요, 규칙이기 때문입니다. 문법이 먼저 만들어져야 작법이 나올 수 있습니다. 물론, 문법은 오랫동안 관습법으로서 숙성되기도 하지만, 쇤베르크의 경우처럼 어느 날, 다소 갑자기 출현하기도 합니다. 뉴턴을 뒤엎은 아인슈타인처럼....... 해석학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랫동안 지배하던 (미시)기능화성 이론을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쉔커의 거시기능화성 이론이 뒤엎어버립니다. 그나마 한국에서는 이제 갓 탐구가 시작된 듯합니다.

  초고속 정보통신 시대입니다. 차라리 문화후진국이 유리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자료를 신속히 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한국은 정보통신 강국입니다. 아마 세계1위일 것입니다. 이 땅에서도 여러 창조적 이론가들이 나올 것입니다. 그래야만 창의적인 작가들이 재래식 무기를 버리고 현대식 무기로 무장한 후, 그 뒤를 잇게 될 것입니다. 최소한 논리적으로는 그러합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론은 작곡으로부터 분리되지 않았습니다. 조성음악 작가들이 대개 이론가를 겸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계파 내에서만 전승하고자 했지, 그 이론을 직접적으로 노출하지 않았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아닙니다.

  소프트웨어가 작곡을 하는 시대입니다. 새로운 해석, 새로운 발상, 또한 새로운 문법/기법 없이는 창의적 창조를 할 수 없습니다. 기계가 사람처럼 연주하는 시대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쩌면 예술이 아닐 것입니다. 오락은 되겠지만, 아무리 사람이 조종한다 해도, 그게 작가정신일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gm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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