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5.16 11:55
제비에게: 歸巢本能
(*.253.195.40) 조회 수 3750 댓글 11
<歸巢本能: An meine liebe Schwalbe>
연구실 3층 복도에 '지지배배'(이 소리가 맞는지...)
제비 소리가 울린다. 낭랑한 저 소리 처량하게도...
몇 년 전부터인가.... 건물 계단 위쪽에 잎사귀와 분비물로
아슬아슬한 집을 이겨 짓던 제비 일가의 후손일까.
들어오기는 쉬웠지만 나갈 길을 찾지 못하는
미물(微物)의 신세가 못내 마음에 걸려
복도의 창문을 슬그머니 열어 놓았다.
콘크리트 건물 안에 집을 지으면 안전해서일까,
문자 그대로 <귀소본능>(Homing Instinct)인지
제비에게 물을 수도 없는 노릇, 답답키만 하다.
작년에 왔다 간 제비의 딸이겠거니.
난 어디로 나가야 하지.... 불현듯 스치는,
그땐 누가 창문을 열어줄까...
손가락이 시려서 연습할 수 없을 때,
어린 시절 겪었던 불합리와 부조리가
현재태로 고스란히 관행으로 판칠 때,
해마다 돌아오는 부모님과 형님의 기일에,
친구가 공항에서 갑자기 '나, 여기야' 전화 걸어올 때,
문득, <아 여긴 내 고향이 아니었지....>
산채비빔밥 집 구들에 발라놓은 구수한 들기름 냄새,
토장을 가득 담은 그 집 뜨락 장독대를 지나면서......
제비야!
내년에 또 오거라
그때에도 꼭 창문을 열어줄 게!
Comment '11'
-
앗, 제 허접한 시의 틀린 한자를 알려주셔서 감사 또 감사~!!
-
수정했으면 윗글 지우시면 되구요 ..^^
무슨 연구를 하시는 분이신가요? -
제비 생태학을 연구하는 것과는 전혀 관계가 없고
그냥 음악공부 좋아하는 섬소년 입니다. -
좋은 시군요.
저 같으면 맨 마지막에,
"내년에 올 때 박씨 하나..." 라는 유치찬란한 문구를 넣고 말았을 겁니다.
그래서 아예 시를 안쓰지요.
좋은 시 쓰시는 분들 부러워요.
-
정말 섬소년의 마음 같은 시를 적으셨네요..
" 그때에도 꼭 창문을 열어줄 게! "....아름답습니다. -
스토리텔링-시 같아요.
-
스토리테일링이라구요??
그게 억지로 직역하면 '말꼬리'인데...
말꼬리잡기 놀이에 노이로제 걸리신 분들을 위해서도 그런 용어 쓰지 맙시다요.
(ㅋㅋ 당연히 썰렁 개그입니다용) -
섬소년님,
궁금한 게 하나 있어요.
제주도도 섬인가요?
솔직히 저 제주도 몇번 가보지 못했어요.
그래서 그런지 제주도 가면 항상 아름답고 멋지고...
섬이라서 멋진 것이 아니라 자연경관 그 자체가 너무나 멋지지요.
섬이라기엔 너무 크기도 하고... 며칠을 둘러봐도 항상 아쉬움이 남을 정도로 말입니다.
그래서 이런 곳에 살고싶다라는 생각, 제주도 갈 때마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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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소년' 이라는 아이디에서 '섬을 벗어나고픈 소년'의 뉘앙스를 느낍니다.
설마 그렇진 않지요? -
제주도(濟州道)는 도(島)로 보기에는 아주 큰 도(道)랍니다. 면적은 룩셈부르크 정도 되고 서울시의 두배나 되니 사실 작지도 않지요. 이정선의 노래에서처럼 벗어나고픈 적도 있었지만, 벗어나서 가려고 했던 그곳도 결코 제주도보다 크지 않다는 걸 깨달은 순간, 기타매니아를 드나들게 되었습니다. 제 앞의 컴퓨터에 앉으면 지구가 모두 '나와바리'(일본말 써서 죄송, 그런데 딱 맞는 표현)입니다. 제주에 오시면 늘 환영입니다.
관광객이 잘 모르는 선창가 다리 밑 횟집에서는 가게 주인이 자기 먹을려고 잡아 둔 왼갖 '잡어'가 다금바리 저리갈 정도로 맛있답니다. 더 맛있는 건 갯바위에서 잡아 산 채로 초고추장에 찍어먹는 거라네요(낚시에 문외한이라서요...). 어떤 분은 황혼이 진 공동묘지(제주의 사각형 석곽묘)에서 낙조를 안주 삼아 기타를 친다고 합니다.
쏠레아 님~! 좋은 주말 되세요 -
으아~잡어회....
뭐니뭐니해도 생선회는 바닷가서 바로잡아뜬 회가 제일이지요...쩝쩝
황혼의 공동묘지에서 샤콘느치면 ...소리 끝내줄겁니다. -
난 어디로 나가야 하지....
불현듯 스치는,
그땐 누가 창문을 열어줄까...
.
.
이 부분이 상념에 젖게 합니다.
예전처럼, 가끔 이렇게 詩 감상을 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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