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歸巢本能: An meine liebe Schwalbe>
연구실 3층 복도에 '지지배배'(이 소리가 맞는지...)
제비 소리가 울린다. 낭랑한 저 소리 처량하게도...
몇 년 전부터인가.... 건물 계단 위쪽에 잎사귀와 분비물로
아슬아슬한 집을 이겨 짓던 제비 일가의 후손일까.
들어오기는 쉬웠지만 나갈 길을 찾지 못하는
미물(微物)의 신세가 못내 마음에 걸려
복도의 창문을 슬그머니 열어 놓았다.
콘크리트 건물 안에 집을 지으면 안전해서일까,
문자 그대로 <귀소본능>(Homing Instinct)인지
제비에게 물을 수도 없는 노릇, 답답키만 하다.
작년에 왔다 간 제비의 딸이겠거니.
난 어디로 나가야 하지.... 불현듯 스치는,
그땐 누가 창문을 열어줄까...
손가락이 시려서 연습할 수 없을 때,
어린 시절 겪었던 불합리와 부조리가
현재태로 고스란히 관행으로 판칠 때,
해마다 돌아오는 부모님과 형님의 기일에,
친구가 공항에서 갑자기 '나, 여기야' 전화 걸어올 때,
문득, <아 여긴 내 고향이 아니었지....>
산채비빔밥 집 구들에 발라놓은 구수한 들기름 냄새,
토장을 가득 담은 그 집 뜨락 장독대를 지나면서......
제비야!
내년에 또 오거라
그때에도 꼭 창문을 열어줄 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