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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itarMania




박물관(Museum)은  흔히 시간의 창고라고 한다. 문화가 산업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요즘 각종 테마파크,
길거리 정비, 공공 디자인, 도시 경쟁, 관광특구가 개발되면서 문화 콘텐츠(Culture Contents)가 시대의
화두로 떠 오른지 오래이다. 욘사마와 지우 히메의 추억이 서린 남이섬, 수도권 대학생들의 거의 유일한
뻔한 M.T. 메카 강촌과 대성리, 7080의 피로를 달래주는 미사리, 이름도 야릇한 <화사랑>, <썪은 사과>,
<샤갈의 눈내리는 마을>이 자리잡았던 백마, 문화해방구 <홍대앞> 그리고 이제 신도시 고양(일산)의
먹자 골목까지.....  


인하대학교 특강으로 인천에 갔던 지난 주 내친 김에 차이나타운까지 들리기로 했다. 화교들의 애환이 서린
차이나타운은 세계 도처에 있다. 이제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는 차이나타운이 아니라 리틀 차이나로
매김되고 있다. 홍콩 완차이, 독일 베를린 차이나타운, 파리, 그리고 제물포의 애환과 함께 세월을 버텨온
인천 차이나타운.


이만큼 독특한 지역 발전 / 관광 아이템도 드물 것이다. 문화적 유동성(Cultural Mobility) 덕에 태어난
일종의 잡종문화가 전 세계의 주류문화 패턴으로 번지고 있는 21세기. 우리의 자부심을 높여주는 한류
(韓流: Korean Stream)의 물결도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베이징에는 없는 중국 음식, 옥류관에는 없는 남한식 평양 냉면, 근동 본토보다 더 맛있는 독일의 터키 케밥...
인도에서보다 더 맛깔난 네팔 주방장의 카레 통닭과 난(빵); 아메리카 원주민{인디언}과 잉카, 마야, 스페인
잡종문화의 산물인 케이준(Kayjun) 스타일, 우연히 옆으로 썰어 한국에서 대박을 올린 LA 갈비, 스시를
응용한 캘리포니아 롤, 바게트(Baguette: 프랑스말로 막대기/지팡이), 매운 스파게티(원래 이탈리아 남부
에는 토마토 소스 대신 페페로니와 올리브, 봉골레(모시조개)만 넣고 볶은 스파게티가 있긴 하다), 고구마
와 옥수수를 얹은 한국식 피자, 서초동 프랑스 마을, 독일 농부의 투박한 도시락 함부르거[Hamburger]를
20세기 최대의 히트상품 햄버거로 환생시킨 것을 떠올려 보자.


"디아스포라 퀴진"(Diaspora Cuisine)의 금자탑, "<자[짜]장면>"의 탄생지 공화춘 앞에 발을 멈추었다.


충분한 가능성과 잠재력을 지닌 차이나타운, 기호학자의 직업 의식이 발동하여 무슨 스토리텔링이 들어
있을까 궁금해 지기 시작했다.... 아직 거기까지는 신경을 쓰지 못한 걸까...구슬은 서말인데 꿰어지지
못했다. 앞으로 보배가 되리라 기대하면서 올라간 길을 뒤로 남기고 왔다.


화교 상권에 떠밀려 한모퉁이에 자리잡은 한국인들의 선창가 <밴댕이 골목>이 애처롭기만 하다. 어린
시절을 보낸 서울역 뒤켠 만리동에는 화교가 유난히 많이 살았다. 양정고등학교 (지금 손기정 기념공원)
아래 길에 있던 신풍장(新豊莊), 후라이팬에 기름을 붓고 볶으면 치솟던 매캐한 연기와 함께 숙성되던
자장 양념의 냄새가 아련하다.


냄비에 자장면(당시 발음으로는 짜장면, 따장미엔) 곱배기를 받으러 가면 중국집 누나(당시 14~5살 정도)가
어린 단골인 나를 맞아 주었는데 입에서는 마늘 냄새가 폴폴 났다(간식으로 마늘쫑을 춘장에 찍어 먹었다고
하더라). 발에는 중국식 전통 전족을 신고 있어서 어린 내 눈에 신기함 반 그리고 무서움 반이 교차하던
공간 ! 중국집. 지금 그 자손들이 혹시 이곳 어디엔가 살고 있지 않을까...  


음식의 본향을 찾다가 문득 제주도 전복 뚝배기 생각에 군침이 돌았다. 제주도 전복이라고 해서 영양학적
성분이 완도산 참전복과 다르겠냐만, 그런데 완도에는 없는 찡한 스토리가 배어 있다. 물질을 하는 해녀
(潛女)의 숨은 길어봐야 2-3분, 물질을 멈추고 호흡을 채우러 뭍으로 올라와야 할 순간, 어른 손바닥 만한
자연산 전복이 보인다. 다시 내려오면 사라질 저 탐스런 전복, 끊어지는 호흡과 전복에 대한 욕심의 생명줄을
붙잡고 바닥으로 내려가던 어머니 해녀에게는 1초가 차라리 1시간이다.


제주도 전복에는 <저승 돈 벌어 이승 자식 키운다>는 처절한 스토리가 들어있다. 전복 먹고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라론을 우승한 황영조의 뚝심 스토리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감격적인 해녀의 이야기를 들으면,
전복 한 점을 곱씹으면서 어찌 숙연해지지 않을 수 있나 !   


어른들 눈에는 한낱 덩그라니 팽개쳐진 모자로 보이겠지만, 아이들 동심에는 생떽쥐베리의 <어린 왕자>
(Le petit prince)에 나오는 <코끼리를 삼킨 보아 뱀>의 환상이 솟아오르는 신비의 섬, 제주 비양도 (飛羊島)!  


앞 못보는 후아킨 로드리고,자식을 잃은 아픔 그리고 생사의 기로를 헤매던 터키인 아내 빅토리아
캄히에 대한 애절한 기도를 위대한 음악으로 녹여낸 <아랑후에즈 협주곡>(Concierto de Aranjuez),


그것이 바로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의 힘이다.


<사진  -  인천 차이나타운 공화춘: 콩쥐님이 원조 자장면과 물만두를 안주로 "빼갈"을 들이켰다는 그곳>  


<잠깐만 1: '공화춘'과 '연경' 왼쪽으로 축조된 계단길은 앞에 떡 버틴 상서로운 사자상을 빼고는
             왠지 불국사 청운교 백운교를 연상시켰고, 거리를 뒤흔든 유행가 굉음은 트로트 메들리였다>


<잠깐만 2: 물론 다른 나라 차이나타운이 이곳보다 더 멋진 것은 아니다. 언뜻 시끌벅적한
             홍콩 완차이 시장[남대문 시장이나 도쿄 우에노 시장과 엇비슷]이 그립다>


<잠깐만 3: 장소(lieux)란 개발계획에 따라 급조된 게[소래 관광특구] 아니라, 역사과 함께 곰삭아가면서
             형성된 뭉근한 발효공간(espace)이다>                            
Comment '4'
  • gmland 2009.05.15 15:13 (*.165.66.192)
    수필 문체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간결하면서도 함축된 필체가 글이 지닌 위력을 새삼 느끼게 합니다. 21세기에는 스토리텔링(STORY-Telling) 개발능력 자체가 크나큰 문화재산이라 하더군요. 물론 동감입니다.

    아름다운 수필, 잘 감상했습니다.
  • 섬소년 2009.05.15 15:40 (*.253.195.40)
    앗! gmland 님, 과찬의 말씀... 감사합니다.
  • 콩쥐 2009.05.15 15:47 (*.161.67.116)
    전 스토리텔링 이란말 섬소년님에게 첨 들었어요.

    차이나타운이 점점 유명해지네요....전 거기서 초딩때 8년 살았어요.
  • 섬소년 2009.05.16 08:34 (*.253.195.40)
    gmland님께서 예전부터 많음 음악활동을 해 오신 걸 너무나 늦게 이제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이번 기회에 선생님을 알게 되어 영광입니다. 앞으로도 격려의 말씀 많이 주시기 바랍니다.
    좋은 주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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