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3.26 11:07
‘파리학과’ 박사의 비애
(*.162.205.77) 조회 수 6525 댓글 2
조선 김기철 문화부기자 kichul@chosun.com
지난 주에 책을 읽다가 한참 웃었습니다.
‘우리는 미래에 무엇을 공부할 것인가’(생각의 나무)라는 좀 딱딱한 책이었는데요.
열 두명의 연구자가 학문의 통합과 학제간 연구의 필요성을 제기한 글입니다.
이 중 유영만 한양대 교수가 쓴 글에
‘파리학과’ 전공의 학사, 석사, 박사, 교수의 차이점을 소개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전공 분야에 매몰돼 타 분야에 대한 이해는 물론 소통과 교감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 극단적 폐해와 역기능을 지적한 비유입니다.
파리학과를 졸업한 파리학사는 ‘파리개론’부터 배우기 시작해서
‘파리 앞다리론’, ‘파리 뒷다리론’, ‘파리 몸통론’ 등 각론을 배우고 졸업하기 이전에 파리를 분해·조립하고 파리가 있는 현장에 가서 인턴십 등 실습을 한 다음에 학사 자격증 취득합니다.
그리곤 “이젠 파리에 대해 모든 것을 알 것 같다”고 말한다는 거지요.
파리에 대한 전문지식이 부족한 파리학사는 좀 더 깊이 있는 공부를 하기 위해
파리학과 대학원 석사과정에 입학합니다.
파리 석사는 파리 전체를 연구하면 절대 졸업할 수 없기 때문에
파리의 특정 부위, 예를 들면 ‘파리 뒷다리’를 전공합니다.
파리 뒷다리를 전공하는 대학원생은 파리 뒷다리를 몸통에서 분리, 실험실에서
2년간 연구한 다음
‘파리 뒷다리 관절상태가 파리 움직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라는 논문으로 파리 석사학위를 받습니다.
“이제 무엇을 모르는지 알 것 같다”고 깨달으면 주어지는 학위가 바로 파리 석사학위라는 겁니다.
유 교수는 파리 뒷다리 전공자에게 절대 앞다리에 대해 물어봐선 안 된다고 말합니다.
파리 뒷다리 전공자는 파리 앞다리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는 ‘전문적으로 문외한인 사람’ 또는 ‘그것 밖에 모르는 사람’으로 정의됩니다.
파리 뒷다리를 전공한 석사의 더욱 심각한 문제는
파리 뒷다리를 파리 몸통에서 떼어내서 독립적으로 연구한다는 점입니다.
파리 뒷다리는 파리 몸통에 붙어 있을 때 의미가 있습니다.
부분의 이해는 전체와의 관련성에 대한 이해가 동반될 때 의미가 있는 거지요.
파리 석사는 파리에 관한 보다 세분화된 전공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파리학과 대학원 박사과정에 입학합니다.
파리학과 박사과정생은 파리 뒷다리를 통째로 전공해서는
절대로 박사학위를 취득할 수 없는 현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파리 뒷다리 발톱’을 전공합니다.
박사 학위 논문을 쓰기 전에 ‘전국 추계 파리 발톱 학술대회’에 나가 그 동안 연구한
‘파리 뒷다리 발톱성분이 파리 발톱 성장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을 발표합니다.
학술대회 참가자끼리도 소통이 안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전공 영역별로 사용한 전문용어가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전공안에서도
누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이 박사과정 학생은 논문을 발전시켜
‘1년생 파리 뒷다리 발톱의 성장패턴이 파리 먹이 취득 방식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취득합니다.
파리 박사학위는 ‘나만 모르는지 알았더니 남들도 다 모르는군’ 이라는
깨달음이 오면 주어지는 학위라는 겁니다.
이제 파리학과 교수는 보다 세분화된 전공을 선택해야 교수 사회에 입문할 수 있습니다.
교수가 전공하는 파리 부위는 ‘파리 뒷다리 발톱에 낀 때’입니다.
이야기가 약간 지저분해져서 여기까지만 인용하겠습니다.
물론 가상 스토리입니다. 대학의 학문 간의 벽이 지나치게 높아서
‘전문 바보’를 양성해내는 학문간의 단절을 비꼬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그냥 웃고 넘길 수만은 없는 것이, 여기에 한 가닥의 진실이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불합리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몇몇 학자들이 모였습니다.
김광웅 서울대 명예교수가 중심이 돼 꾸리고 있는 ‘미래 대학과 융합학문’ 콜로키엄입니다.
2007년부터 시작된 이 모임에는 법학, 영문학, 의학, 행정학 등
여러 전공의 학자들이 참가하고 있습니다.
그간 자연과학과 공학의 융합을 모색해왔는데요.
이번 달부터는 사회과학과의 융합을 시도한답니다.
‘파리 학과’ 박사 얘기가 더 이상 농담 거리가 되지 않는, 대학과 학문 풍토를 만들어갔으면 합니다.
지난 주에 책을 읽다가 한참 웃었습니다.
‘우리는 미래에 무엇을 공부할 것인가’(생각의 나무)라는 좀 딱딱한 책이었는데요.
열 두명의 연구자가 학문의 통합과 학제간 연구의 필요성을 제기한 글입니다.
이 중 유영만 한양대 교수가 쓴 글에
‘파리학과’ 전공의 학사, 석사, 박사, 교수의 차이점을 소개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전공 분야에 매몰돼 타 분야에 대한 이해는 물론 소통과 교감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 극단적 폐해와 역기능을 지적한 비유입니다.
파리학과를 졸업한 파리학사는 ‘파리개론’부터 배우기 시작해서
‘파리 앞다리론’, ‘파리 뒷다리론’, ‘파리 몸통론’ 등 각론을 배우고 졸업하기 이전에 파리를 분해·조립하고 파리가 있는 현장에 가서 인턴십 등 실습을 한 다음에 학사 자격증 취득합니다.
그리곤 “이젠 파리에 대해 모든 것을 알 것 같다”고 말한다는 거지요.
파리에 대한 전문지식이 부족한 파리학사는 좀 더 깊이 있는 공부를 하기 위해
파리학과 대학원 석사과정에 입학합니다.
파리 석사는 파리 전체를 연구하면 절대 졸업할 수 없기 때문에
파리의 특정 부위, 예를 들면 ‘파리 뒷다리’를 전공합니다.
파리 뒷다리를 전공하는 대학원생은 파리 뒷다리를 몸통에서 분리, 실험실에서
2년간 연구한 다음
‘파리 뒷다리 관절상태가 파리 움직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라는 논문으로 파리 석사학위를 받습니다.
“이제 무엇을 모르는지 알 것 같다”고 깨달으면 주어지는 학위가 바로 파리 석사학위라는 겁니다.
유 교수는 파리 뒷다리 전공자에게 절대 앞다리에 대해 물어봐선 안 된다고 말합니다.
파리 뒷다리 전공자는 파리 앞다리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는 ‘전문적으로 문외한인 사람’ 또는 ‘그것 밖에 모르는 사람’으로 정의됩니다.
파리 뒷다리를 전공한 석사의 더욱 심각한 문제는
파리 뒷다리를 파리 몸통에서 떼어내서 독립적으로 연구한다는 점입니다.
파리 뒷다리는 파리 몸통에 붙어 있을 때 의미가 있습니다.
부분의 이해는 전체와의 관련성에 대한 이해가 동반될 때 의미가 있는 거지요.
파리 석사는 파리에 관한 보다 세분화된 전공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파리학과 대학원 박사과정에 입학합니다.
파리학과 박사과정생은 파리 뒷다리를 통째로 전공해서는
절대로 박사학위를 취득할 수 없는 현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파리 뒷다리 발톱’을 전공합니다.
박사 학위 논문을 쓰기 전에 ‘전국 추계 파리 발톱 학술대회’에 나가 그 동안 연구한
‘파리 뒷다리 발톱성분이 파리 발톱 성장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을 발표합니다.
학술대회 참가자끼리도 소통이 안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전공 영역별로 사용한 전문용어가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전공안에서도
누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이 박사과정 학생은 논문을 발전시켜
‘1년생 파리 뒷다리 발톱의 성장패턴이 파리 먹이 취득 방식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취득합니다.
파리 박사학위는 ‘나만 모르는지 알았더니 남들도 다 모르는군’ 이라는
깨달음이 오면 주어지는 학위라는 겁니다.
이제 파리학과 교수는 보다 세분화된 전공을 선택해야 교수 사회에 입문할 수 있습니다.
교수가 전공하는 파리 부위는 ‘파리 뒷다리 발톱에 낀 때’입니다.
이야기가 약간 지저분해져서 여기까지만 인용하겠습니다.
물론 가상 스토리입니다. 대학의 학문 간의 벽이 지나치게 높아서
‘전문 바보’를 양성해내는 학문간의 단절을 비꼬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그냥 웃고 넘길 수만은 없는 것이, 여기에 한 가닥의 진실이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불합리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몇몇 학자들이 모였습니다.
김광웅 서울대 명예교수가 중심이 돼 꾸리고 있는 ‘미래 대학과 융합학문’ 콜로키엄입니다.
2007년부터 시작된 이 모임에는 법학, 영문학, 의학, 행정학 등
여러 전공의 학자들이 참가하고 있습니다.
그간 자연과학과 공학의 융합을 모색해왔는데요.
이번 달부터는 사회과학과의 융합을 시도한답니다.
‘파리 학과’ 박사 얘기가 더 이상 농담 거리가 되지 않는, 대학과 학문 풍토를 만들어갔으면 합니다.
Comment '2'
-
나날이 복잡해지고 전문화되는 현실을 잘 지적햇네요...
-
저도 대학원에서 자연과학을 전공하는 석사과정 학생이지만
참...쓴 웃음이 나오게 하는 글이네요.
물론 위 얘기에 백번 공감은 하지만
우리가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신이 아니기에
어쩔수 없는 현실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이 18세기 19세기처럼 한사람이 여러 분야를 공부할 만큼 지식의 양이 적은 것도 아니고,
파리 발톱의 때만 해도 평생을 연구해도 다 못하고 죽을 만큼 방대한 지식이 축적이 된 상황에서
이상적인 형태의 융합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네요.
내 전공 하나 가져가기도 죽을거 같이 힘든데, 남의 전공을 알아들을 수 있을 만큼 공부를 한다는게 가능할지...
뭐 그냥 푸념늘어놓은 거니깐 혹여나 언짢아 하지는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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