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아침도 브라만 8현을 보듬으면서 시작했습니다. 비좁은 연구실
한 켠에서 울리는 8현의 묵직한 울림은 어제 있었던 상념과 피로를
말끔히 밀어 냅니다. 어느 산골에선가 추운 서리 먹으며 자랐던
스프러스가 명장의 손을 거쳐 악기로 변신하는 과정이야말로 신비한
일입니다.
10여 년 전에 가졌던(지금은 망가져 폐기된) 라미레즈 6E 연습용
기타로 고딕식 성당에서 연주하던 기억이 납니다. 돌덩어리 뮌스터
대성당 안에서 기타는 갑자기 F 트럼펫의 진동으로 짜릿하게 돌변합니다.
연주자 자신도 놀랄 정도의 황홀한 울림에 어안이 벙벙해 지곤 하지요.
이곳 연구실은 그것만큼 리버브는 되지 않지만 마음 속의 울림으로
그 순간을 상기해 봅니다. 건물 주위의 안개도 이 악기의 울림을 아는지
사각사각 사라지기 시작합니다.
여러분 악기를 사랑해 보세요. 악기도 여러분을 사랑해 줄테니까요.
The Road not taken. 첫사랑의 아련한 추억도,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도, 먼저 세상을 떠난 사람들의 음성도 여덟 줄의 떨림을 타고
보드랍게 살랑이고 있습니다
옆에 있던 디지털 카메라로 녹음해 <칭구 연주>에 올려봅니다.
음질이 너무 낮아 죄송하지만 그냥 올립니다.
다음 주에 목욕탕에서 녹음해서 올려 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