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지모님 그림에 의한 상념이 다다른 어느 노을의 추억

by 그레이칙 posted Oct 08,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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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의 저녁노을 그리고 어머니


이제는 거의 30년이 되어가는 이야기입니다.

그 때는 해외 근무시 가족동반은 꿈도 꾸지 못하는 시절이었습니다.
지사장이나 되어야 가족 동반이 가능 했었지요.

중동에 근무하면 국내 급여의 대략 3배를 받을 수 있어 많이들
지원하는 시절이고, 해외 급여의 국내 송금으로 국내의 자금이 넘쳐,
항상 근검절약을 외치던 매스컴들이 소비는 왕이다라고 바꾸어
외치기 시작할 때였습니다.

그러나 정작 중동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너무도 외롭고 힘든 생활을
보내야만 했습니다. 지사에 근무하는 직원들 중 30대 초반들이 대여섯명
있었습니다. 휴가는 일년에 1회 20일 일년을 만근해야 20일 휴가가
주어집니다. 여담이지만 그래서 그 때쯤 연년생 형제들이 많이 태어났다고
합니다.

처음 파견되어서 3개월 까지는 왜 그러는지 이해가 안되지만, 4개월 5개월이
지나기 시작하면 완전히 이해되기 시작합니다. 1주일에 두어번 쿠당탕하는
소리가 나는 근본적인 원인을.....

아랍인들은 정말 느긋합니다. 스와이 스텐레(잠깐만) 하고 다섯 손가락을
위로 모아들면 일주일이 걸릴지 한달이 걸릴지 아무도 모릅니다. 그야말로
인슈알라(알라의 뜻대로)입니다.

지사에서는 윗 사람들에게 채근 받고, 나가면 아랍관리들은 다섯 손가락
모아들고, 처음은 재미있는데 반복 될수록 피가 마릅니다.

일요일이면 오랫만에 늦잠을 자고는 늦은 아침을 먹고 하나둘 모입니다.
생수병 하나씩 들고 가위바위보를 해서 진 사람이 운전을 하기로 해서는
두어시간 떨어진 바위산이 있는 사막으로 갑니다. 일부러 더 히히덕거리며...

도착하면 말없이 자기가 가고 싶은 방향을 가르키고, 다른 이들은 또 다른
방향을 가르키고 그렇게 사방으로 흩어집니다.

조금 지나면 쌍시옷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다들 목소리가 커집니다.
목이 쉴 때쯤이면 어디선가 꺼이 꺼이 그러면 사방에서 꺼이 꺼이
그러다가는 여기저기서 돈이 뭐길래 하는 절규가 이어집니다.

돌아오는 내내 누구도 말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침묵의 룰이라 했습니다.

그렇게 주말행사를 하던 어느 일요일 출발이 늦어, 저녁에야 같은 과정의 반복이
끝나고 모여드는데 사막에 노을이 지기 시작했습니다.
붉어지는 듯 하더니 하늘도 모래도 바위도 사람도 모두 붉은 자줏빛에
감싸여 버리고 앞뒤좌우를 구분할 수가 없을 때였습니다.

누군가가 룰을 깨고 말했습니다.
"꼭 어렸을 때 엄마 품에 안긴 것 같지 않아"
정적이...... 그리곤 하나씩 말없이 다시금 흩어져 버렸습니다.
그리곤 숨죽인 흐느낌......... 어머니........어머니..........엄마아..................
모두의 숨죽인 목소리는 너무나 너무나 애절했습니다.
그날은 깜깜해질 때까지 시간의 흐름을 잊어버렸답니다.

그날 이후 주말행사는 계속되지 않았습니다. 너무나 어머니가 그리워서....

그날 같이 갔던 이들은 귀국 후 모두 마누라와의 다툼을 불사하면서도
그토록 그리웠던 어머니에게 항상 조그만 선물을, 그리고 틈만 나면
자주 모시고 다녔다고 합니다. 그런 약속은 없었음에도 하나같이.............

왠지 오늘은 어머니가 그립습니다.
젊으신 분들 오늘은 어머니께 전화 한 통화 어떨까요.

전화 받으실 어머니를 여읜 분들은 저처럼 추억 속에서 만나 뵙지요.



항상 건강하시고 유쾌한 날들 되시기 바랍니다.


늙은 병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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