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가 입을 다무는건 사회적인 책임을 방기하는 것"
[릴레이 인터뷰] ③우희종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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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6월 03일 (화) 18:08:46 원성윤 기자 socool@pdjournal.com
광우병 위험물질인 변형 프리온(prion) 연구로 권위를 인정받은 우희종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교수는 요즘 하루에 200통이 넘는 전화를 받고 있다고 한다. 1분에 한 통 꼴로 걸려오는 전화는 대부분 언론사 기자들이 우 교수에게 광우병과 관련한 전문가 인터뷰를 요청하는 문의하는 전화였다.
국내에 3명 밖에 없는 광우병 전문 연구교수인 우 교수는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전문가 자문의원으로도 활동하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분명하게 내고 있다. 충전기에 꽂아둔 휴대폰은 그의 표현대로 “문자 하나 보낼 틈도 없다”고 할 정도로 쉴 새 없이 울려댔지만, 그는 대부분의 문의 전화에 친절히 응대하며 인터뷰에 응했다.
▲ 우희종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교수 ⓒPD저널
- 일단 정부가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수입중지 요청을 미국에 했다. 조치가 적절하다고 보나.
“오히려 이번 정부의 조치를 미국에서 받아들일까봐 더 걱정이다. 왜냐하면 모든 연령의 살코기와 30개월 미만 소의 두개골·뇌·척수·창자·장간막이 국내에 들어오는 것에 대해 인정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광우병 발병 사례를 가장 많이 분석한 EU의 기준에 따르면 현재 수입되는 부위는 연령에 상관없이 모두 특정위험물질(SRM)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이 부위가 폐기되거나 사료로 사용된다. 실 이익은 전혀 얻을 것 없는 조치다. 특정위험물질(SRM) 자체를 들여와선 안된다.”
- 세계 프리온 학회원들을 상대로 한 KBS <소비자 고발>의 설문결과는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는 것으로 나왔는데.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일반적인 관점을 물어본 것이다. 자국 내 수입을 하는 관점에서 본 것이 아니다. 방송 내용을 자세히 보면 많은 학자들이 미국의 도축 시스템이 위험하다고 인정했다. 학자들은 미국에서 도축되는 소들에 대해 검사 비율이 낮아 위험을 경고했고, SRM에 대해서도 인정했다. 치아감별법 역시 마찬가지다. 학부생들이 공부하는 해부학 책에도 치아로는 정확한 월령을 알 수 없다는 것이 나와 있다. 그런데 방송이 끝부분에 가서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는 결론을 그렇게 내리는 것을 보고 다소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혼란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많아 보였다.”
- 정부는 한국인이 MM형 유전자가 취약하다는 의혹에 대해 논리적 근거가 약하다고 했다.
“학문적으로 틀린 얘기가 아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MM형 비율이 높고, 전세계 학자들이 밝혀 낸 것은 MM형 유전자에서 광우병 발생이 빨리 일어난 다는 것이다. MM형은 그만큼 잠복기가 짧다. 이전에 정부는 이 주제로 논물을 쓴 김용선 박사에 대해 ‘우리도 이런 논문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해놓고선 이제 와서 잘못됐다고 비난하는 것은 잘못된 자세다. 이는 과학적인 모욕이라고 생각한다.”
- 수입에 앞서 올바른 기준은 무엇이라고 보나.
“누구나 납득할 수 기준은 미국 축산협회장이 말했다.
그는 이번 협상 시 20개월 미만의 뼈 붙은 살코기, 뼈 없는 살코기, 광우병 전수검사 3가지 기준을 예상했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이는 일반적 통념(conventional wisdom)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는 우리 정부가 그 기준을 대폭 낮춰 좋은 조건으로 열어줘서 너무 기뻤다고 얘기했다.
이는 우리가 상식적인 선에서 벗어난 협정을 체결했다는 것을 말한다.”
- 앞으로의 계획은.
“광우병 대책은 과학적 사실 뿐만 아니라 한 사회의 구조와 국민들의 식생활, 다양한 유통구조 등 복합적인 면들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내가 비록 과학자지만 과학적으로만 접근 하는 것은 위험하다. 번거롭긴 하지만 과학적인 사실이 한 사회에서 논란이 됐을 때 이 분야를 연구한 과학자가 잠자코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과학자도 사회의 일원인데 그 분야를 제일 잘 아는 사람이 말을 안 하는 것은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한다. 책임을 책임져야 할 사람으로서 정부의 방침이 철회될 때까지 끝까지 반대 운동을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