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소가 위험한지 아닌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by 머신건수집가 posted May 03,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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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라 했다. 세상만사 신중하게 처신하라는 속담이다. 광우병 파동.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인간광우병에 걸리는가? 그렇다면 확률은 얼마인가? 솔직하게 말해서 나는 모르겠다. 잘 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정치적 입장에 따라, 경제적 이해관계에 따라, 그리고 과학적 관점에 따라 극단적으로 상반된 주장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래서 나는 모르겠다는 거다.  

사법재판에서 무죄추정의 원칙이 있듯, 의학에서는 반대로‘유죄추정’의 개념이 있다. 현대의학은 철저히 증거 중심의 치료원칙을 견지하지만 확실한 증거가 없더라도 때로 심증만으로 적극적 치료를 시행하는 경우도 있다는 말이다. 증거 잡자고 시간 보내다가 환자가 심각한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면 유죄추정의 원칙으로 일단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군대 용어로 ‘선조치 후보고,’ 부시꼴통 수준의 표현으로는 ‘예방적 대테러 활동’ 정도의 개념이 되겠다.  

미국산 쇠고기. 당장 전면 개방 수입을 하지 않으면 전 국민이 영양실조로 굶어죽는가? 아님 FTA가 쪽박이 나서 국가 경제가 무너지는가? 반대로 당장 전면개방을 했을 때 우리에게 예상되는 시나리오들은 어떠한가? 신빙성 없는 데이터는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아무런 대책도 취할 수 없는 무력감 속에서(광우병의 치료법은 물론 정확한 감염역학도 밝혀진 것은 거의 없다.) 보이지 않는 공포에 떨면서 막막하게 세월을 보내야 한다. 그리고 만에 하나라도 잠복기 이후 인간광우병 발병이 현실화 된다면...... .  

이 최악에 시나리오에 대해 그 어느 누가 100% 실현 불가능한 상상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그리고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지금 시점에서 너무나도 박약한 검증 데이터들만을 근거로 이명박의 결정이라는 단 하나의 이유만으로 우리는 미국산 쇠고기에 무차별적으로 노출되어야만 하는가? 단도직입적으로 미국산 쇠고기에 ‘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 합리적인가, ‘유죄추정의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 합리적인가.  

전 국민이 만장일치로 국익을 위해 미국산 쇠고기를 열심히 먹어주자고 합의해도 만약 아는 만큼 더욱 잘 보이는 전문가의 입장에서 인간광우병의 위험이 높다고 판단된다면 학자의 양심을 걸고 맞아죽을 각오를 하더라도 ‘이건 아니다.’ 라고 말해야 한다. 하물며 정치적, 경제적 이해관계에 따라 서로의 입장이 손바닥 뒤집듯 달라지는 사안이 바로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파동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유죄추정의 원칙으로 대처하는 것이 옳다. 이유 여하 불문하고 일단 모두가 안심할 때까지 수입금지로 가야하는 거다.  

상황이 이런 판국인데 이명박은 쇠고기 개방을 자신의 캠프데이비드 숙박료로 팔아먹었다. 손학규는 이명박이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쇠고기 개방을 저질렀다고 논평한 모양인데 손학규 머리가 딱 그 정도이니까 박진에게 깨진 거다. 정치적 목적? 천만에 말씀. 말은 제대로 해라. 이명박은 미국 대통령 별장에서 한잠 때려보는 ‘개인적 소원풀이’를 위해 쇠고기 개방을 저질렀다. 이명박이 정치적 인간이라고 생각하나? 좋다. 그렇다면 나는 장동건급 영화배우다.  

주군을 잘못 만나니 따르는 똘만이들은 죽을 고생을 하게 된다. 이명박이야 부잣집 도련님이 장난감 자동차 타듯 부시랑 골프카트 몰고 신나게 드라이빙 놀이를 즐겼겠지만 대가로 끊어준 어음처리를 하느라 머리가 깨지는 인간은 똘만이들이다. 그리고 통제 불가능한, 예측 불가능한 위험과 공포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되는 것은 다름아닌 대한민국 국민들이란 말이다.  

국민들이 분노하는 것은 인간광우병의 위험성 자체뿐만이 아니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직결되는 사안에 대해 정부의 자세가 일관성을 잃었다는 것이고, 일관성 상실의 방향성이 유죄추정의 원칙을 적용해야할 사안에 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한 결과 국민들 스스로가 자신들이 위험에 방치되고 있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부의 일관성 상실의 근본이유가 이명박 개인이 퇴임을 앞두어 저렴한 처지가 된 미국 대통령 알현을 위한 접대료 지불이라는 추악한 진실을 목격한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명박의 똘만이들은 검증되지도 않은 가설과 상황설정만을 근거로 광우병은 없다. 미국 쇠고기는 안전하다는 그럴싸한 장광설만을 늘어놓는다. 여기서 고소영 정부는 누구도 아닌 자신들이 깔아놓은 지뢰를 밟게 된다. 주무부처 장관이랍시고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는 복지부 장관. 남의 논문이나 표절하는 놈의 말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는가. 능력만 있으면 도덕성은 별 의미 없다고 했는가? 김성이의 능력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논문이나 표절하면서 밥 벌어 먹고 살아온 종자의 말에 나와 내 가족의 목숨을 걸자고? 그렇다면 경찰보다 능력은 한 수 위 같던데 아예 유영철을 청와대 경호실장에 임명하면 이명박의 신변이 안전할 거라고 해라.

정부의 담화라는 것이 과연 국민에 대한 진솔하고 간곡한 설득과 호소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정부와 여당은 반대하는 사람들에 대해 불순한 선동이니 괴담이니 운운하며 윽박지르기에 정신이 없고, 청와대는 경찰을 조져서 네티즌을 수사한다. 내가 착각했다. 나는 MB와 그 무리들이 오직 삽질만 잘하는 줄 알았었다. 하지만 요즘 하는 꼬라지를 보니 이러다가 좀 있으면 삽자루로 사람 팰 것 같은 섬뜩한 예감마저 든다.

캠프데이비드 숙박료로 쇠고기 개방을 지불한 이명박에 대해 진심으로 분노하는가. 그렇다면 뉴타운 대박 꿈을 쫓아 전문 쪽발이 도우미 신지호에게 금배지를 달아준 오늘날 우리네 보편적 정서는 과연 그 거룩한 분노로부터 새처럼 자유롭게 하늘을 날 수 있는가. 어쩌면 값싸게 소고기 처먹고 아파트 값 올랐다며 희희낙락 하는 일이 대한민국에 걸맞는 자화상이 아닐까. 어차피 인간광우병은 먼 훗날의 일 아니던가.

이명박에 대해 진심으로 분노하는가. 그렇다면 그 분노의 불길에 그저 눈앞 이익에 눈이 멀어 도덕과 자존심을 저렴하게 팔아치운 우리자신에 대한 분노를 몇곱 더하여 얹어야 할 것이다. 삽자루 들고 국민들 패겠다고 덤벼들 녀석들 상대하려면 그정도 각오는 최소한의 무장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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