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1.17 09:30
어려운 기술보다 상상의 나래 펴는 즐거운 스케이팅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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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이 없는 점프를 배우는 어린 선수들…
● 김연아 어머니 박미희씨 특별기고 <上>
어려운 기술보다 상상의 나래 펴는 즐거운 스케이팅부터
김연아(18·군포 수리고)를 세계적인 피겨 스케이팅 스타로 만드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사람은 어머니 박미희(49)씨다. 박씨는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의 척박한 피겨 토양에서 '제2의 김연아'를 탄생시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의견을 캐나다 토론토에서 보내왔다. 본지는 박씨의 기고문을 두 차례에 걸쳐 싣는다.
작년 여름 한국에서 어린 선수 8명이 이곳 토론토로 전지훈련을 왔다.
훈련을 지켜보는 내내 흐뭇해서 속으로 '어때! 한국 꼬마들도 만만치 않지?' 하며 으쓱해졌다.
캐나다 코치들과 학부모들도 한국 꼬마들의 '현란한' 점프에 놀랍고 부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박수를 보냈다. 한국 꼬마들이 아직 현지 코치에게 레슨을 받기 전인 초반 몸풀기부터 기선 제압을 한 셈이었다.
하지만 주 단위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일주일쯤 지켜본 후의 소감은 충격적이었다. 지금까지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아니 생각할 수 없었던 한국 피겨의 현주소가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한국의 유망주들은 다른 캐나다 선수들과 비교했을 때 점프만 뛰어날 뿐 스케이팅 기술이나 음악을 느끼고 자기 표현을 하는 예술성엔 현저히 뒤졌다. 스케이팅 기술이나 예술성은 아예 염두에 두지 않았거나 중요성에 대한 인식 자체를 하지 않는 듯했다.
불현듯 3~4년 전의 연아 모습이 떠올랐다. 점프 성공률만 중요시했지 그 이상의 목표는 없는 답보 상태였다. 그런데 당시 김세열 코치는 연아를 맡으면서 "기술적으로는 이미 완성돼 있기 때문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얼마나 잘 포장해서 상품의 가치를 높이느냐에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김 코치는 이미 연아의 가치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꿰뚫어 보는 안목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부터 연아는 음악의 작은 박자를 쪼개며 해석하는 방법과 그 해석에 따라 연상되는 표정과 느낌, 시선과 몸짓으로 관중들과 호흡하는 방법 등 이제까지 시도하지 않았던 기술만큼이나 어렵고 기나긴 노력들을 하기 시작했다.
혹자는 연아가 천재적인 표현력의 소유자라고 말한다. 옆에서 지켜본 나로서는 아무리 뛰어난 천재성도 그것이 발아할 수 있는 토양과 환경이 받쳐줘야 더 빛을 발할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인재를 발굴하고 천재로 꽃피워지는 것이 어느 한 사람의 안목에 기대어져 그저 개천에서 용 나오기만을 기다려야 하는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우리의 어린 유망주들의 노고가 안타까워 절망적으로까지 느껴지기도 한다.
피겨 선진국은 한국과 다른 코칭 시스템을 갖고 있다. 나라마다 스케이팅 환경이 달라 선진국의 시스템이 한국보다 좋은지 나쁜지를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선진국 선수들에겐 어릴 때부터 점프나 그밖의 기술을 해내야 한다는 부담 없이 스케이팅을 즐길 수 있는 나름의 훈련시간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사실이다. 오늘은 미셸 콴(미국·세계선수권 5회 우승)처럼 내일은 샤샤 코헨(미국·2006토리노 동계올림픽 은메달)처럼 스케이팅을 해보겠다는, 스스로 상상의 나래를 펴며 몰입해 있는 선수들이 여기저기서 보인다. 그러면서 감성과 자기 표현력의 토대를 마련하고, 또 점프에 주눅든 엉거주춤한 스케이팅이 아니라 깊은 에지(edge)를 이용한 스텝과 스케이팅이 얼마나 멋진지를 느낀다.
물론 스케이팅을 즐길 줄 아는 선진국 선수들이 모두 대형 스타로 성장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기술만을 우선시하는 한국에 비하면 균형 있는 기량을 갖춘 세계적인 스타를 배출할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고 여겨진다.
[박미희(김연아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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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연아 어머니 박미희씨 특별기고 <上>
어려운 기술보다 상상의 나래 펴는 즐거운 스케이팅부터
김연아(18·군포 수리고)를 세계적인 피겨 스케이팅 스타로 만드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사람은 어머니 박미희(49)씨다. 박씨는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의 척박한 피겨 토양에서 '제2의 김연아'를 탄생시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의견을 캐나다 토론토에서 보내왔다. 본지는 박씨의 기고문을 두 차례에 걸쳐 싣는다.
작년 여름 한국에서 어린 선수 8명이 이곳 토론토로 전지훈련을 왔다.
훈련을 지켜보는 내내 흐뭇해서 속으로 '어때! 한국 꼬마들도 만만치 않지?' 하며 으쓱해졌다.
캐나다 코치들과 학부모들도 한국 꼬마들의 '현란한' 점프에 놀랍고 부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박수를 보냈다. 한국 꼬마들이 아직 현지 코치에게 레슨을 받기 전인 초반 몸풀기부터 기선 제압을 한 셈이었다.
하지만 주 단위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일주일쯤 지켜본 후의 소감은 충격적이었다. 지금까지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아니 생각할 수 없었던 한국 피겨의 현주소가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한국의 유망주들은 다른 캐나다 선수들과 비교했을 때 점프만 뛰어날 뿐 스케이팅 기술이나 음악을 느끼고 자기 표현을 하는 예술성엔 현저히 뒤졌다. 스케이팅 기술이나 예술성은 아예 염두에 두지 않았거나 중요성에 대한 인식 자체를 하지 않는 듯했다.
불현듯 3~4년 전의 연아 모습이 떠올랐다. 점프 성공률만 중요시했지 그 이상의 목표는 없는 답보 상태였다. 그런데 당시 김세열 코치는 연아를 맡으면서 "기술적으로는 이미 완성돼 있기 때문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얼마나 잘 포장해서 상품의 가치를 높이느냐에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김 코치는 이미 연아의 가치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꿰뚫어 보는 안목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부터 연아는 음악의 작은 박자를 쪼개며 해석하는 방법과 그 해석에 따라 연상되는 표정과 느낌, 시선과 몸짓으로 관중들과 호흡하는 방법 등 이제까지 시도하지 않았던 기술만큼이나 어렵고 기나긴 노력들을 하기 시작했다.
혹자는 연아가 천재적인 표현력의 소유자라고 말한다. 옆에서 지켜본 나로서는 아무리 뛰어난 천재성도 그것이 발아할 수 있는 토양과 환경이 받쳐줘야 더 빛을 발할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인재를 발굴하고 천재로 꽃피워지는 것이 어느 한 사람의 안목에 기대어져 그저 개천에서 용 나오기만을 기다려야 하는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우리의 어린 유망주들의 노고가 안타까워 절망적으로까지 느껴지기도 한다.
피겨 선진국은 한국과 다른 코칭 시스템을 갖고 있다. 나라마다 스케이팅 환경이 달라 선진국의 시스템이 한국보다 좋은지 나쁜지를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선진국 선수들에겐 어릴 때부터 점프나 그밖의 기술을 해내야 한다는 부담 없이 스케이팅을 즐길 수 있는 나름의 훈련시간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사실이다. 오늘은 미셸 콴(미국·세계선수권 5회 우승)처럼 내일은 샤샤 코헨(미국·2006토리노 동계올림픽 은메달)처럼 스케이팅을 해보겠다는, 스스로 상상의 나래를 펴며 몰입해 있는 선수들이 여기저기서 보인다. 그러면서 감성과 자기 표현력의 토대를 마련하고, 또 점프에 주눅든 엉거주춤한 스케이팅이 아니라 깊은 에지(edge)를 이용한 스텝과 스케이팅이 얼마나 멋진지를 느낀다.
물론 스케이팅을 즐길 줄 아는 선진국 선수들이 모두 대형 스타로 성장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기술만을 우선시하는 한국에 비하면 균형 있는 기량을 갖춘 세계적인 스타를 배출할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고 여겨진다.
[박미희(김연아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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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없는 테크닉 연습을 하지 말라는 뜻으로 올린 글은 아닙니다. 혹 오해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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