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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itarMania

2007.10.18 14:40

사랑할만한 사람 - 12

(*.149.24.195) 조회 수 5467 댓글 0
너 신경외과나 그런데 아는 사람 있어? 너는 그런거 많이 알잖아.

왜?

나 아픈가봐. 어딘가 이상이 있나봐. 하루종일 잠만 자.

너 아픈 거 아냐.

아픈거 같아.. 잠도 많고..

내가 볼 땐 너 잠 많은 것 같지 않아.

아니 잠이 너무 많은거 같아.. 뭘 할라고 해도 잘 안돼.. 시험도 있고 발표도 있는데..

아냐. 잠이 부족할 뿐이야. 단지 잠이 부족해서 낮에 자는거지. 밤에 안 잔다는 거야. 근데 우리가 또 밤이 되면 괜히 그 시간은 공짜로 주어진 것 같고 해서 놀게 되지. 어영부영, 할 게 있어도 안하고 놀게 되는거야. 그러다가 그 다음 날에 타임어택 걸리면 이제 급하단 생각에 이것 저것 취소하는데, 그래도 또 결국 취소하면 취소하는만큼 딴 짓하게 되고..

...

매번 그런식이야. 악순환이고. 괜히 그럴 때 도망가려는 심리에, 아프다 어쩐다 하는거지. 아픈게 아니라 의지박약인 거 같다. 그냥 밤에 얼른 얼른 자구 일어나서 할 거 하는게 그렇게 힘든가?

...

내 상태가 그렇지 않아.

응?

내가 말하려던 게 이런게 아니었어..

뭐라고?

아프다구..

..그래.. 어디가 아파? 정말 신경외과나 정신과에 물어봐줄까 아는 사람 둘 정도 있어.

아냐.. 내 상태가 그런게 아닌 거 같아.. 미안.. 전화 끊을게.










- 뭔가를 묻기에 대답을 했다. 조언은 객관적인 판단력과 거침없이 본인도 모르는 곳을 꼬집어 주는 약간의 뾰족함이 다양한 경험 및 지식과 연계되는 대화의 종합예술이니까..

- 게다가 그런 습관은 나 스스로도 제일 싫어하는 것 중 하나였고..

- 전화를 끊고나니 머리가 멍해졌다..

- 나에게 기대하는 건.. 조언이 아니었을 수도.

- 그리고 아픈거.. 그거는 마음이 아픈거였을 수도.. 내가 그랬듯이.. 내가 맘이 아프면 겨울잠에 들어가듯이..

- 너무 할 게 많아서 그냥 돌 밑에 납작하니 엎드린 개구리 마음 상태인가?

- 그러니까 나는 그냥 따뜻한 토닥토닥을 하면 되는거였는데!!!

- 아직.. 덜 되었구나.. 사람 사이에서 필요한 거의 모든 것들을, 무엇이 가장 중요한 지를 그렇게나 힘들게 배우고 또 깨달았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덜 되었다..





있잖아..

응?

괜찮아?

응..

나랑 맛있는거 먹으러 갈래?

할 거 많아..

어차피 밥 안 먹을 거 아니니깐, 먹으러 가자 먹으러 가자~!!

...

뭐 먹을까? 응? 응? 뭐 먹지?

너랑 같이 먹으면 다 맛있어.. 그니까 빨리 오기나 해..






- 다시는 조언 하지 않을테다. 더 정확히는 "조언"이란 이름이 붙은 오만과 재수를 떨지 않을테다.

- 철학자들이 말한 거 중에 맞는 말 하나 있는 거 같다. "존재는 본질에 우선한다" 존재 자체를 소중히 여기고 본질에는 감사하도록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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