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다니는 산책로 입구에서 산토끼를 만났다.
웬일인가, 사람이 와도 피할 줄을 모른다.
쫑긋 세운 귀에 무슨 죄스러운 말이라도 들킬 듯
되려 사람인 내가 조심스럽게 걸음을 내딛어야 했다.
짐승은 가는 비에 털이 젖어 있었고 선하디선한 눈은
수풀 어딘가와 나를 번갈아가며 쳐다보고 있었다.
어쩌면, 저도 기세양난이니 속히 겨누고 있는 그 검은 무기를 거두시오!
그렇게 두려움에 찬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건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나는 지레 서둘러 카메라를 거두고 뒤돌아 다른 길을 재촉했다.
말 못하는 짐승의 자세한 속사정은 내 아는 바 없으나, 지금 보아하니
짐승은 수도(修道)를 행하지 않아도 그 모습이 자연을 닮아 있어 기품이 넘친다.
(아는분의 홈페이지에서 사진과 글을 가져왔어요....토끼 참 잘 생겻다.
그동안 토기에 대해 뭘 좀 아는걸로 착각하며 살아온 나의 허접한 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