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병장님의 기타

by 차차 posted Aug 07,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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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기타를 배우는 홍병장님이 계시다. 선임인데, 너무도 착하고 고운 마음씨를 가진 분. 세상에 천사가 사람으로 태어난다면 아마 홍병장님처럼 생기지 않았을까?



홍병장님은 어머니가 생전에 즐겨 부르시던 "개똥벌래"가 치고 싶다고 하셔서, 저저번달부터 나에게 기타를 배우는 중인데, 마침 기타가 한대 더 필요하던차에 엊그저께 자당께서 생전에 치셨던 악기를 부대로 가져 오셨다.



갈색 기타주머니에 넣어 들고 온 악기를 꺼내보니 20년도 더된 엄태흥씨가 제작한 수제 기타였다. 앞판은 시더, 측후판은 하카란다 합판이었다. 오랜 세월동안 방치 되어 있었는데 나무가 갈라지지도, 넥이 휘지도 않았다. 뜻밖에도 명공이 공들여 만든 악기 였던 것이다.



세월이 오래되어 검은색으로 변한 줄을 퉁겨 보니 소리 또한 예사롭지 않다. 나직하고 차분하게 깔리는 저음, 따스하고 예쁜 고음이 훌륭했다. 요즘에 합판으로 만든 악기들은 억세기만 하고 이렇게 깊은 소리를 내지 못한다.



찬찬히 조율을 하고 카바티나, 알함브라를 연주해 보았는데, 연주를 하면 할 수록 손에서 놓고싶지가 않았다. 이런 느낌을 주는 기타를 만난건 정말 오랜만이다. 단 10분을 연주 했는데 마치 오랫동안 치던 기타처럼 편하고 정이 갔다.



세월의 흔적이 켜켜히 묻어있는 이 기타를 찬찬히 들여다 보며, 전 주인은 과연 어떤 분이었을까 생각해 봤다. 아마도 이 기타처럼 따스하고 정감있는 분이었을 것이다. 악기는 주인을 닮아 가니까.



오랫동안 치지 않은 기타라 이곳저곳 손볼곳도 좀 있고, 소리도 아직은 좀 먹먹한데가 있다. 내가 몇달 가지고 있으면서 줄도 갈고, 새들도 새걸로 바꾸고, 연주도 해 주면 본래 소리를 찾을 수 있을것이다. 그래서 우리 홍병장님이 그 기타로 개똥벌래를 연주하게 해 드려야지. 하늘나라의 어머니도 들으실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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