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GuitarMania

2007.08.07 15:31

홍병장님의 기타

(*.59.12.138) 조회 수 3887 댓글 7
나에게 기타를 배우는 홍병장님이 계시다. 선임인데, 너무도 착하고 고운 마음씨를 가진 분. 세상에 천사가 사람으로 태어난다면 아마 홍병장님처럼 생기지 않았을까?



홍병장님은 어머니가 생전에 즐겨 부르시던 "개똥벌래"가 치고 싶다고 하셔서, 저저번달부터 나에게 기타를 배우는 중인데, 마침 기타가 한대 더 필요하던차에 엊그저께 자당께서 생전에 치셨던 악기를 부대로 가져 오셨다.



갈색 기타주머니에 넣어 들고 온 악기를 꺼내보니 20년도 더된 엄태흥씨가 제작한 수제 기타였다. 앞판은 시더, 측후판은 하카란다 합판이었다. 오랜 세월동안 방치 되어 있었는데 나무가 갈라지지도, 넥이 휘지도 않았다. 뜻밖에도 명공이 공들여 만든 악기 였던 것이다.



세월이 오래되어 검은색으로 변한 줄을 퉁겨 보니 소리 또한 예사롭지 않다. 나직하고 차분하게 깔리는 저음, 따스하고 예쁜 고음이 훌륭했다. 요즘에 합판으로 만든 악기들은 억세기만 하고 이렇게 깊은 소리를 내지 못한다.



찬찬히 조율을 하고 카바티나, 알함브라를 연주해 보았는데, 연주를 하면 할 수록 손에서 놓고싶지가 않았다. 이런 느낌을 주는 기타를 만난건 정말 오랜만이다. 단 10분을 연주 했는데 마치 오랫동안 치던 기타처럼 편하고 정이 갔다.



세월의 흔적이 켜켜히 묻어있는 이 기타를 찬찬히 들여다 보며, 전 주인은 과연 어떤 분이었을까 생각해 봤다. 아마도 이 기타처럼 따스하고 정감있는 분이었을 것이다. 악기는 주인을 닮아 가니까.



오랫동안 치지 않은 기타라 이곳저곳 손볼곳도 좀 있고, 소리도 아직은 좀 먹먹한데가 있다. 내가 몇달 가지고 있으면서 줄도 갈고, 새들도 새걸로 바꾸고, 연주도 해 주면 본래 소리를 찾을 수 있을것이다. 그래서 우리 홍병장님이 그 기타로 개똥벌래를 연주하게 해 드려야지. 하늘나라의 어머니도 들으실 수 있게....
Comment '7'
  • 허걱 2007.08.07 16:22 (*.80.25.136)
    아직 군에 다니셧구나.....어쩐지 만나기가..
  • 차차 2007.08.07 16:26 (*.59.12.138)
    넹.. 내년 3월에 제대랍니다 -_- v
  • pain69 2007.08.07 18:29 (*.77.157.27)
    7개월, 200여 일 정도 남으셨네요, 휴, 제가 신병일 때 제대 100일도 안 남은 못된 고참이 매일 아침마다 "000 병장님, 이제 제대 00일 남으셨습니다!"를 보고하라고 해서 가슴 저민 기억이 새롭네요...
    남은 군생활, 몸 건강히 잘 마치시길...
  • 오모씨 2007.08.07 18:36 (*.83.176.139)
    아~ 참 좋은 글이다....^^
  • jazzman 2007.08.07 23:34 (*.187.216.171)
    기타라는 악기는 품에 품고서 직접 손끝으로 튕기는 악기라 그 어떤 악기보다도 친밀감을 가지게 되고 자주 의인화 되곤 하는 것 같습니다. 애인에 비유하시는 남자분들도 많고... 그래서 웬지 그 악기를 지녔던 사람의 혼이 스며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 것도 당연한 일일 것 같네요. 기타도 가르쳐 드리고 어머니가 치던 기타를 잘 손질해서 소장하게 해드린다면 차칸 홍병장님이 아주 좋아하시겠군요. 훈훈한 스토리... ^^;;;;
  • 샘터독자 2007.08.07 23:59 (*.52.80.249)
    좋은글. "샘터" 같은 잡지에 투고해 보세요. 좋은 결과가 있을 듯한 예감이..
  • Jason 2007.08.08 09:25 (*.29.94.88)
    글을 읽고나니...
    가슴속이 싸~리 한것이 마치 속세의 더러운 것들이 깨끗이 씻어진 듯한 기분이 드네요..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442 인터넷바다의 수질악화. 2 콩쥐 2015.07.08 2625
7441 내얘기 잘들으세요 2 예측 2016.12.19 2625
7440 감별사에게란 사람에게 4 2014.08.06 2629
7439 전세 사기 기사 2014.09.11 2630
7438 야요이 쿠사마 file 2016.08.25 2630
7437 토종 금강밀 1 file 2016.08.24 2631
7436 더 많이 구출할수 있었는가? 1 기사 2014.04.25 2632
7435 하모니카 연주 1 꽁생원 2016.09.20 2636
7434 우리가 손 놓고있는 사이 1 나라 2014.08.05 2637
7433 추석맞이 추억특집 나꼼수 다시 듣기 봉주16회 추석특집 2015.09.27 2637
7432 앞서가는 중국.....자연친화포장. 1 콩쥐 2008.09.10 2639
7431 군함도로 떠나보세 하시마 2015.06.08 2640
7430 무더위 나기 file 2016.08.10 2641
7429 해군장교의 양심선언 해군 2015.12.13 2643
7428 BC 6500년전 악기 2 꽁생원 2016.08.02 2644
7427 발렌타인데이 file 2007.02.08 2645
7426 [re] 서울 창덕궁여행. file 콩쥐 2005.10.28 2646
7425 주방명인 콩쥐 2014.09.01 2647
7424 지역감정 지역주의 2015.05.28 2650
7423 인다아나존스 영화에서 밴자민 2017.01.01 2653
7422 꽃밭에서 콩쥐 2014.08.18 2656
7421 티벳 2016.08.06 2658
7420 이게 사람이냐? file 애물이 2014.08.08 2659
7419 영국 기자가 본 한국인 2016.11.25 2659
7418 고대 인도서적에 핵전쟁에 대한 2017.04.20 2662
7417 원스어폰어 타임인 아메리카... 명장면 명장면 2017.01.15 2666
7416 현대미술 강연회 file 콩쥐 2016.09.23 2669
7415 젖은책 말리는 방법 콩쥐 2016.06.22 2691
7414 대학교 반값등록금, 전문대는 전액무료 2017.03.10 2693
7413 물 위에 그리는 [별이 빛나는 밤] 2 꽁생원 2017.03.11 2693
7412 cctv 조작증거 궁금이 2009.06.06 2696
7411 다나에 2016.08.27 2700
7410 와~~~ 김해에도 눈이내려요~!! ㅜㅡ 괭퇘 2005.01.16 2702
7409 계속되는 염장... ^^;;;; 10 jazzman 2005.10.27 2703
7408 미국보다는 한국에서 2016.06.03 2707
7407 게시판 리플달면서 싸우는 유형(펌) 2 mirac 2005.11.02 2710
7406 Yeon Kyoo Seong(연규성) _ You make me mad(미쳐버릴 것 같아) 기사 2014.09.20 2711
7405 "기사" = " 성찰" 반사 2014.05.14 2713
7404 중독에 관하여... 중독 2015.04.19 2714
7403 우루과이 대통령 4 콩쥐 2015.05.26 2716
7402 [미국의만평] 여러가지 광우병에 관한 미국 만평들. 미친당 2008.05.03 2719
7401 밤샘토론-국정화 밤샘토론 2015.11.19 2722
7400 기타가 반주로 나오는 노래 제주도 2016.06.08 2723
7399 이것만은 알아두세요 정보 2015.12.30 2725
7398 밀밭 그림 콩쥐 2016.09.23 2727
7397 교황 방한 우리가 궁금한것들 기사 2014.08.14 2728
7396 지구의 크기 1 꽁생원 2016.09.08 2729
7395 이해찬 전 총리의 소신발언 1 소신발언 2014.07.09 2731
7394 구글이 한일 콩쥐 2015.11.18 2734
7393 [re] 아...낮잠자기전에........... 8 file 콩쥐 2005.10.06 2737
Board Pagination ‹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 151 Next ›
/ 151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Powered by Xpress Engine / Designed by hikaru100

abcXYZ, 세종대왕,1234

abcXYZ, 세종대왕,1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