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5.08 13:49

사람이 꽃만큼 아름다워

으니

(*.149.24.84) 조회 수 2985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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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지나던 연구실 앞 내정, 달콤한 향내에 이끌려 등나무가 줄기줄기 타고 올라간 그 그늘에 앉았다. 탐스럽게 늘어진 포도송이처럼 하나하나 붙어있는 등나무꽃이 머리 위로 치렁치렁했다. 왜 이걸 예전에 학교 다닐 땐 몰랐을까. 내가 1, 2학년 때 그 때도 있었나, 하는 생각을 했다.

게다가 그 등나무는 심지어 영동랜드를 떠올리게 했다. 단층건물인 매점의 옥상에 화단을 꾸민 영동랜드, 2층에서 바로 연결되었기 때문에 틈만나면 거기 올라가서 뛰어다니곤 했다. 점심먹고 나서도, 청소시간에도, 야자하기 싫을 때도. 교복치마를 입은 나는 그 때 몸이 가벼웠었는지 의자들 위로 가볍게 건너건너 뛰어다녔다. 고등학교 3년간의 추억이 깃든 장소지만, 영동여고는 없어졌기 때문에 이젠 가볼 수도 없다.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 말로는 그 때 내가 그 꽃들의 아름다움을 전혀 못 느꼈던 것은 우리가 꽃이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 열아홉, 자체발광할 나이였던 것 같다. 지금은, 지금은 어떠하냐면, 글쎄. 올해가 엘비스 프레슬리 서거 30주년이라고 하는 기사를 보았다. 내가 고3 때 서거 20주년이라고 해서 BMG에서 베스트음반을 대대적으로 팔고, NHK에서는 일주일에 한 편씩 엘비스 나온 영화를 틀어주는 바람에, 그래서 그 때 내가 엘비스를 좋아하게 되어버린건데, 올해는 30주년, 벌써 십년이 된 것이다.

꽃이었기 때문에 꽃의 아름다움을 모르다가 이제서야 느끼게 된거라면 이제 나는 우리는 꽃이 아닌건가, 더이상 꽃답지 않은 건가 하는 생각이 잠깐 스쳤지만, 나는 등나무꽃 향기를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코를 한껏 위로 치켜들고 킁킁대며 생각했다.

나중에 아주아주 늙더라도, 할미꽃 하면 되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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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6'

아이모레스 2007.05.08 15:43 (*.158.96.191)

저는요... 아직까지 아름다운 사람보다 더 아름다운 꽃을 본 적이 없습니다...^^ 이건 농담이 아니라 너무나 당연하고 엄연한 사실입니다!!!!

"꽃보다 아름다워!!!" 라는 말은... 시나 노랫말에서나 하는 말이라는 건 누구나 조금만 생각하면 알 수 있는 말인데도... 그리들 말하길 좋아하는 것이 혹시 꽃장사꾼들이 어여쁜 소비자들을 꼬득여서 쓰게하는 말은 아니었을까??^^ (ㅋㅋㅋ... 나같은 옷장사꾼은 옷이 날개라고 하듯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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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콘느1004 2007.05.08 15:54 (*.216.46.47)

젊다는거 자체만으로도 다 이쁩니다.
10대는 10대의 향기가
20대는 20대의 향기가
30대는...
40대,,
50...

진짜 고유의 향기가 납니다.

한창 젊을때는 화장을 안해도 그 자체만으로도 향기와 빛을 발합니다....

물론 저는 외면적인것만 말한거죠..

그러나 그 이쁜외모와 나이를 가진 사람의 입에서 비속어가 나오고
개념없는 텅텅빈 가나다라가 나올때는... 아름다움이란 순식간에 휙...하고 날라가버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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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2007.05.08 15:55 (*.182.110.10)

점점 나이가 드시는 듯~ ^^;
아이들 가르치는 입장에서 총각때 보는 아이들과 지금 보는 아이들의 느낌이 많이 다르네요.
요새는 잘못하는 아이나 말썽꾸러기, 모난 아이도 참 이뻐 보이니.. 에휴~ 나이가 먹긴 먹었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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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콘느1004 2007.05.08 16:02 (*.216.46.47)

연세있으신분들앞에서 죄송스럽지만 나이들어가는것이 좀 두렵습니다.
젊음은 정말 잠깐인거 같습니다.
마음이 청춘이면된다 하지만 늘어가는 주름과 흰머리는...
저는 흰머리가 갑자기 확늘었네요 ㅡ..ㅡ
개당 100원씩 해서 뽑아준다하면..
견적이 엄청 나올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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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zzman 2007.05.08 16:54 (*.241.147.40)

샤콘님, 농담반 진담반인데 흰머리도 어엿한 머리카락이랍니다. ^^;;;;;;;;;;;;;
제가 좀 머리가 많이 빠졌는데 저의 아버지, 작은 아버지 등등을 보아서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겠지만, ㅋㅋ
가끔 마눌이 흰머리 뽑자고 달려들 때는 결사적으로 방어합니다. 흰머리도 머리다!
나이를 먹어도 또 그 나이에 맞는 매력이 있는 것이겠지요, 아무래도 열아홉 스물의 그 반짝반짝 빛나는 눈부신 매력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요.
제가 사람 많이 상대하는 직업만 아니면 걍 지단 스타일로 머리를 확 밀어버리고 싶은데... 참아야 하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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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2007.05.09 11:08 (*.7.196.70)

jazzman님은 지금 머리스탈도 잘 어울리시던데요... 아무래도 얼굴이 되시니깐 어느 머리스탈이나 잘 어울리는 듯.. 농담이 아니고 진심이예용^^

나잇대에 다 꽃이 있긴 하군요...
10대엔 등꽃.. 20대엔 라일락.. 30대엔 장미.. 40대엔 국화(서정주인용)..
그리고 나이 들어서는 다시 어린 듯 귀여운 할미꽃.
그러나 나는 평생 내가 잡초인 줄 안다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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