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노윤호 테러사건 깊은 슬픔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by 으니 posted Oct 16,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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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여 싸이트 성격에 맞지 않을까 고민했지만, 유노윤호 테러사건과 관련하여 겪고 있는 제 심경의 혼란을 솔직하게 쓴거니까 매냐분들은 이해해주실 거 같습니다. 기타매냐는 저의 20대 고향같은 곳이랍니다.. 낙서엔 어떤 걸 써도 되는거죠.. 우리 윤호, 준수 애들이 겪었을 충격을 생각하면 너무 마음이 아파서..



[유노윤호 테러사건에 대하여]


이건 분명히 테러다. 고의로 저질러진 악이며, 용서될 수 없는 이유를 포함하고 있다.



그래, 나는 동방신기의 팬이다. 내가 이 나이에 87년생 애들을 좋아라한다. 좋아하는 가수를 "오빠"로 부르지 못하는 슬픔을 넘어, "누나"는 안되겠니의 유행을 건너, 이제 "임호"에게 어필해줘ㅋ 라고 하고 있는 그러나 행복한 팬이다. 20대 카시오페이아 동호회 정회원이다. 그러다보니 동방아가들은 언제나 예쁘게 보이고, 특히 그 샤방샤방포스는 가끔 내가 이성을 잃게 만드는 힘이 있기도 하다.



그러나 단언하건대, 나는 내가 동방의 팬이 아니라도 이 사건에 대해 느껴음직한 것만을 말하겠다. 이것은 테러다, 악이다, 용서되기 힘들다.



유노윤호는 TV프로그램 녹화중 잠깐 쉬는 시간에 팬으로 보이는 한 여성이 건내어준 음료수를 무심코 마셨다가 변을 당했다.



HOT라는 우리 가요사에 걸출한, 그리고 오늘날의 많은 팬클럽의 전형을 전무후무한 규모로 이루어냈던 그룹이 있었다. 곧이어 경쟁적으로 젝키가 등장하면서 HOT의 팬들과 젝키의 팬들은 곧잘 갈등을 빚곤 했다. 시끌시끌하게 보도될 사건이나, 범죄행위에 해당하는 사건까지 일으키진 않았지만, 늘 "화약고"같은 긴장감은 존재했고, 온갖 댓글과 녹화장에서의 경쟁의식은 최고였다.



하지만, 유노윤호의 경우에는 이야기가 약간 다르다. HOT의 팬이라서 젝키 팬과 싸운다던가, 젝키의 팬이라서 HOT의 팬과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동방신기가 싫었고, 유노윤호가 싫었다는 것이다. 소위 안티팬이라는 것인데, 어찌 "안티"에 팬이란 이름을 붙일 수 있을까, 또 더욱 근본적으로 어째서 사람을 싫어하는 일에 그토록 열심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사람을 좋아할 자격만큼이나 사람을 미워하고 싫어할 자격이 우리 모두에게 있을까, 그래서 그렇게 미워하고 싫어하는 사람에게 해를 끼칠 권리가 있을까 이 사건의 첫번째 무서운 면이다.



두번째는, "불특정다수 신뢰문제"이다. 수년전, 대구 지하철 참사가 났을 때 가장 무서웠던 것은 아무런 이유없이, 그 흔한 "부자들이 싫어요"와 같은 이유도 없이, 누군가 범죄행위를 하고 무고한 시민들이 그에 의해 희생되었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길을 걸을 때 중무장하고 주위를 경계하는 것도 아닌데 편안한 마음인 것은, 우리 사회의 공권력을, 우리 사회의 치안상태를,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믿기 때문일 것이다. 팬임을 자처하며 건낸 음료수를 마시고 변을 당한 윤호나, 다른 멤버들, 그리고 동시대를 활동하고 있는 많은 젊은 스타들에게 이것은 사형선고나 다름이 없다. 팬 여부를 떠나 사람을 믿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고, 사람이 사람을 믿지 말라는 건 죽은거나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만화 몬스터를 보았는가? 끔찍한 살인을 저지르는 그 주인공은 결국 몬스터가 아니다. 위기의 순간에서 어머니가 쌍둥이 여동생과 자기 중에 누구 한 사람을 택했을지 모른다는 최초의 불신, 그것이 그를 그렇게 만든 것이다. 즉, 몬스터란 불신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러한 불신을 강하게 한 사람의 마음속에 불어넣은 그 존재를 의미한다. 윤호가 느꼈을 인간과 세상에 대한 최초의 충격, 이 부분에 대해서 같은 인간으로 나는 용서를 구하고 싶다. 한 인간으로 인해 비롯될 수 있는 인류 전체에 대한 불신은 스무살 나이에 겪어내기 꽤 힘든 것임을 나는 알고 있다.



세번째는 이런 일이 가능하도록 한, 허술함들이 무섭다. 정말이지 공식적인 업무차 방문을 하더라도 신분증을 맡기고 위아래로 흝어보면서 꼬치꼬치 묻던 그 방송사의 까칠함은 어디를 가고 녹화장에 윤호가 쉬고 있던 그 장소까지 들어갈 수 있었을까. 그런 계획적인 범행이 어디에서도 차단되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코 방송사측에서 단호하게 책임을 져야할 부분이다. 최소한 공식적인 사과와 해명에 대한 언급이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러한 안전불감증과 용두사미식의 사후처리는 비단 이번 일에서만 느낀 것이 아니다. 불과 얼마전에도 허술한 공연준비로 사고가 나서 많은 이들이 피해를 본 경우가 있다. 지금부터라도 잘못된 것에 대해 시간이 지나면 잊혀진다는 식의 대응보다는 사과할 것 사과하고 제발, 소 잃고라도 외양간은 고치는 방송사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예상치못하고 그런 일을 저질렀다면, 그리고 우리 모두가 이 사건을 방관한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큰 죄악임에 틀림없다. 이성이 잠들면, 괴물이 태어난다는 명제는 아직도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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