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에 홀린 ‘세탁소 할아버지’의 첫 개인전

by 콩순이 posted Jan 22,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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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전시회가 있어 소개합니다. 70세에 그림을 시작하신 세탁소 할아버지의 전시회네요.
월요일(23일)이면 끝나는데 이제야 알게되어 아쉬운 감이 있지만 일요일에 함 가보려구요.
콩순이칭구님, 오늘 한가하시면 같이 가요...
아래기사는 인터넷 경향신문에서 퍼왔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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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 쌈지길 지하 1층에 위치한 갤러리 쌈지는 새해 첫 전시로 내년 1월4일부터 23일까지 국내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신인 화가의 개인전을 마련한다. 78세를 며칠 앞둔 류해윤 할아버지는 첫 개인전 ‘할아버지의 기억’ 전을 계기로 정식 데뷔한다. 44년째 길음동에서 살면서 직접 운영하는 세탁소와 공인중개사 사무실이 있는 자그마한 3층 건물의 주인인 류할아버지가 화가의 길로 들어선 것은 남들은 하던 일도 정리할 시점인 70세 되던 해였다.

계기도 엉뚱했다. 류할아버지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증명사진을 영정으로 쓰기 위해 화가인 둘째아들 장복씨(48)에게 크게 그려달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먹물 아들’은 도무지 말을 듣지 않았고, 결국 본인이 직접 수십장을 그린 끝에 누가 봐도 고개를 끄덕거릴 만한 그림이 완성되었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니까 계속 그리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어. 또 내가 그려 놓고도 들여다보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던 걸.”

고향인 경남 합천의 시골마을 풍경, 피란길, 가을걷이 같은 기억 속의 풍경들, TV나 신문에서 본 장면들, 다른 화가의 그림에서 본 장면, 그리고 가족이나 동네사람들의 초상화를 이 ‘늦깎이 화가’는 그리고 또 그렸다. 세탁소 구석 0.5평 자그마한 책상에서 그림을 그리는 할아버지에게 할머니는 “다늦게 무슨 바람이 불었느냐”며 성화를 댔다. 그런데 화가 아들은 아버지의 그림을 알아봤다.
언뜻 보면 이발소 그림처럼 엉성한 것 같으면서도 자꾸만 눈길을 끄는 뭔가가 아버지의 그림에 있었습니다. 한번도 정식 회화교육을 받은 적 없는 만큼 기법과 양식을 탈피한 원초적인 조형세계라고 할까요? 원래 ‘그림’은 그리워하다에서 나왔다고 하잖아요? 본 것을 그대로 그리는 그림이 아니라, 기억 속을 더듬어 ‘이상적으로’ 그려내는 아버지의 그림은 풍요와 복을 비는 ‘20세기의 민화’예요.”

우연한 기회에 갤러리 쌈지의 아트디렉터 이진경씨가 할아버지의 그림을 보고 ‘사부로 모셔야겠다’며 무릎을 쳤고, 광주비엔날레 예술총감독이자 쌈지스페이스 관장인 김홍희씨는 당장 개인전을 열자고 했다.

김관장은 서문에서 ‘류할아버지의 풍경화, 인물화, 화조화 등 모든 그림들은 비학습에 의거한 조형적 해방과 표현적 자유로 동시에 고독한 실험과 그리기의 반복적 훈련으로 터득된 작가 특유의 원초적 조형세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평했다.

류할아버지는 미국의 대표적 민속화가 애너 메리 로버트슨(1860~1961, 일명 그랜드마 모세)을 떠올리게 한다. 78세 때 처음 붓을 잡아 100세까지 그림을 그렸던 이 할머니 화가는 농촌풍경을 세세히 표현한 그림들을 매년 70여점씩 내놓는 왕성한 창작열을 불태우며 인기를 얻었다.

“으리으리한 화랑에서 전시회까지 열어준다니 너무 고마워. 우리 아들은 비싸게 팔릴 거니까 남들 주지 말라고 하는데, 난 내 그림을 보고 더 많은 사람들이 즐거워하면 그걸로 족해요.”

〈글 이무경기자·사진 권호욱기자 lm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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