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약해지면 마음까지 약해져요!

by nenne posted Oct 28,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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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동안 정말 징하게 앓았습니다..
첫 주는 근육통과 미열, 기침으로 보내고 금요일쯤 좀 나아지려나 했더니
토요일에 온 입안에 혓바늘이 돋아서 하루에 한끼 죽만 먹으며 또 한 주를 보냈어요.
(전 앓아본 병 중에 입병이 제일 싫다구욧..ㅋㅋ)
엊그제 밤새도록 앓느라 잠을 못 자서
1교시 수업을 교환하고 오후 1시쯤에 겨우 학교에 가서 3시간 수업을 했는데
종례를 들어가보니 3명이 4교시에 오고, 2명은 아예 안 왔더라고요..
3학년은 지금 기말고사가 끝나고 거의 조금씩 망가지는 분위기인데...
내가 그 타이밍과 딱 맞춰서 앓는 바람에...
2주 동안 너무 기운이 없어서 지각생을 못 잡으니 점점 출석부가 엉망이 되는데도
말하는 것조차 너무 힘들어서 그냥 냅뒀는데... 결국 일은 이 지경이 되버립니다..
4교시에 온 3명을 교무실에 불러다 놓고

느들 내가 아픈 건 아냐?
끄덕끄덕(알고 있다니 다행인지..불행인지..ㅜㅜ)
니들 보기엔 어떨지 몰라도 내가 지금 심각하게 아프다.
....
내가 왜이렇게 기를 쓰고 학교에 나오는 거 같냐?
....
응? 느들 보기엔 무식해보이지? 아파 죽겠으면 그냥 하루 제끼지, 왜이렇게 기를 쓰고 나오는지 나 무식해보이지?
....아니요
아니긴 뭐가 아니야.. 말해봐. 왜 그럴 거 같냐?
....선생님이니까요..?..(이 의문문은 또 뭐냐고)
선생님이면 뭐! 선생님도 휴가 있는데 하루 휴가 내고 쉴 수 있는데..
....
나는..(이때부터 벌써 서러움이 복받치기 시작..) 느들한테 했던 말이 있어서... 아파서 죽겠지 않는 이상
학교에 나오라고 내가 했던 말이 있어서.. 내가 여기서 하루 쉬어버리면(컥. 복받쳐서 숨 한번 막혀주시고..)
너희한테 앞으로 할 말이 없을 것 같아서 (컥..) 그래서 나오는데..
느이들은 치사하게 그걸 이용해서 나를 이렇게 실망시키는구나..(컥)
(한명이 벌써 눈물이 글썽글썽거린다. 그걸 보니까 막 더 서럽고..)
가라..더이상 말할 필요도 없다. 가라 빨리 가라(눈물이 막 나와서 죽는 줄 알았어요)

그랬더니 밍기적밍기적 거리다가 쓰윽 나가더라고요.


교무실에 다른 선생님 반 학생하고 상담 중인데 세상에~
어찌나 눈물이 나고 서러운지.. 괜히 애꿎은 모니터 바라보며 마우스 꾹꾹 클릭해가며
눈물을 참느라 죽는 줄 알았어요.
겨우겨우 진정을 시키고 물 한컵 들이키고 심호홉을 하고 있는데...
출장 갔다가 들어온 옆자리 선생님이 얘기를 걸어오면서...
앞자리 상담하시던 선생님이 제 얼굴을 보셨는데
어맛! 선생님 울었어? 뭐야?
울기는요, 안 울었어요...
안 울긴 뭐가.. 빨리 말해봐, 울었어? 안울었어? 울었지?
어머낫.. 왜울었어? 아파서? 많이 아파?
아니 아까 애들 셋이 서있다 갔는데 걔네 때문에 울었어?
(어휴.. 이런 것 좀 그냥 모른 척 넘어가 주시면 안되나요ㅠㅠ)

그러니까 진짜 눈물이 죌죌죌 흐르는 거에요.

아 완전 슬픈 영화보고도 눈물 한방울 안흘린다고 소문난 냉정한 넨네씨의 스타일이 다 구겨졌어요.
결국은 그날 중요한 모임이 있어서 겨우겨우 진정하고 참석했는데
식사하는 도중에 한놈은 흑흑거리며 전화해서 잘못했다고 빌고
한놈은 문자로 앞으로 정신 차리겠다고 용서를 빌대요.
그러니까 또 눈물이.. ㅋㅋ

교직생활 2년만에 완전 눈물바가지였습니다.
엊그제 놈들에게도 얘기했지만... 내 탓이죠..
확실히 아이들은 담임이 어떻게 얼마나 관심을 기울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내 몸이 죽겠으니 그동안 아이들 못 들여다 봤거든요.
입병 때문에 말을 못해서 반장한테 종이에 적어주고 종례 시켰던 적도 두번이나 되고요.
그런데 학급이 너무 빨리 무너지더라그요. 시기적 요인도 있겠지만....
암튼 아프지만 않았으면 이리 무너지지도 않았을 거고 눈물도 절대 안 났을 텐데...
선생님은 정말 강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많이 좋아져서 뜀박질 벌도 주고, 잔소리도 잔뜩 해줬어요.
원래대로 복구시키는데 얼마나 걸릴지.. 휴우.  
여러분도 독감 조심하세요!!!!!!!!!!! 정말 죽음입니다.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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