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마시고 여기다 풀어야지..

by 에혀2 posted Sep 26,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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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기껏 맘잡고 공부한다고 시작한게 스물의 마지막해..

친구들은 다들 취직하고 장가가고 시집가고.. 뒤늦게 공부한답시고 뛰어든 이 길이 맞는지 아닌지..

저 산너머 고시원에 80번대 학번의 형님들이 세월은 거꾸로 흐른다고 만화방에서 밤새워 만화보고 계신걸 보면 나의 장래의 모습이 아닐까 걱정도 되고..

내 공부가 합격권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걸 알면서도 포기하지 못하고 휘발유통 짊어지고 불속으로 뛰어드는 나자신을 말리지 못하는건.. 의지가 약해서일까 아님 너무 강해서일까..

선후배들이 판사니 검사니 직급 내미는게 부러워서일까 아니면 조금 더 나은 경제적 생활을 바라는 욕심일까..

책을 들여다 보고 있으면 분명 페이지 숫자는 넘어갔는데 검은건 글씨요 하얀건 종이니.. 보고 또 보고.. 드라마는 보고 또 보면 대사마저 외우겠는데 왜 이리 머리에 안 들어오는가..

곰곰히 제대후 8여년을 늘 고민해온 결과.. 적성 자체가 전혀 맞지 않는다는게 늘 결론.. 못쓰는 기계조각 고치고 다듬는건 왜 그리 밤새워 해도 재미있는지..

내가 왜 이 공부를 시작했나.. 그냥 적당한 기업체에 적당히 원서 넣어보고 적당한 곳에 붙으면 적당한 연봉받고 적당한 여자만나서 적당히 결혼하고 그냥 그렇게 물 흐르듯 살면 될 것을.. 이젠 되돌아가기도 너무 먼 길..

공부를 하려면 관심사를 줄여라고.. 누군가 말을 해줬는데... 난 아직 이 세상에 궁금하고 재미있는 일이 너무나 가득한걸.. 어쩌라고.. 아직 못들어본 노래도 많고 아직 못 나눠본 이야기도 많고 아직 못 읽은 책도 많고 아직 못 만나본 사람도 너무나 많은데.. 이걸 미뤄놓고 살긴 너무 싫은데..

이런 정체성의 혼란은 스무살때 끝냈어야 하는건데.. 왜 똑같은 고민을 하면서도 진작 학교때려치우고 다른 전공을 살려볼 생각은 하지 못했는지.. 내가 스물셋,넷 시절에 내 나이가 절대 많은게 아니라고 누가 한번만 이야기 해줬더라도 좋았을것을.. 스스로 알지 못한 잘못이 99%겠지만..

그리고.. 넌 왜 아직도 들려오는 노래에.. 티비에서 나오는 영화에.. 이젠 낙옆 하나씩 내려앉는 밴취에.. 그렇게 아직도 남아서 날 괴롭히는지..


백수 이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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