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어립니다.
왜이리도 어린걸까요...
스무살을 넘기면서 순수함따위 잃어버렸다고 생각했습니다.
저희 할아버지 말씀이 삶에는 여러종류가 있다고 하였습니다. 이세상 사람의 수만큼
삶이 있다 하였습니다.
그 사람들을 이어주는 것이 인연이라고 생각합니다.
60억의 수백배, 수천배도 넘는 인연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많은 인연들중에 오늘 잃어버린 인연은 정말로 하찮은 것입니다.
왜이리 슬픈걸까요. 그동안 왜그렇게 이기적이었을까요.
같잖은 말들로 저를 포장했습니다. 김광석씨의 노랫말처럼.
뜻을 알 수 없는 아름다운 말들로 저를 포장했습니다.
애써 담담한척, 태연한척했습니다. 미련따위 남기지않겠다는 헛소리도 했습니다.
마법에 빠진듯 했습니다. 온세상이 정전이라도 된듯 눈앞이 캄캄해지고, 외부의 자극
은 제 신경에 영향을 주지 못했습니다. 그대로 가만히 있었습니다.
그냥 그대로 계속 가만히 있고싶었습니다. 그대로 그냥 세상이 정지해버렸으면 좋겠
다고 생각했습니다. 뭐가 문제였는지, 왜이렇게 되었는지 알고싶지도 않습니다.
전 왜 저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할까요.
제 생각과 전혀 다른 말이 제 입술을 통해 나왔습니다. 누가 한 말인지 누구한테 하는
말인지도 알 수 없었습니다.
뒤를 따라 걸었습니다. 집에 들어가는걸 확인하는 순간. 목에서 거친 소리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대로 얼마나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지금 여기에
어떻게 있는지, 언제왔는지 지금이 몇시쯤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슬픕니다. 정말 슬픕니다. 이 슬픔에 빠져죽고싶습니다.
하찮은 인연입니다. 작디작은 인연입니다...
왜 사람들은 이 작은 인연에 감동하고 또 기대어 살 수 밖에 없는걸까요...
눈으로는 별을 보지만, 팔은 나뭇가지에도 닿지 않습니다.
그동안 잃었다고 생각했던 순수함을 느낀 소중한 시간들이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또 다른 인연을 찾아나서겠지요. 지금은 애써 부정하고있지만.
그렇게 되리란걸 알고있습니다. 처음부터 알고있었습니다. 이렇게 될거라는걸
알고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