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문제를 풀다보면, 아주 귀찮은 것중에 자취의 방정식이라는 것이 있다. 예를 들어, 두 점 A, B로부터 거리의 비가 2 : 1 이 되는 점은 어떤 자취를 그리냐는 것이다. 즉, 주어진 조건이 있고, 그 조건을 만족시키는 점들을 죄다 모으면, 일정한 하나의 모양이 나오는데 그 모양을 구하는 문제다.
그림과 같이 좌표를 잡고 공식에 넣어 풀어보면 점 A, B에서부터 2:1의 거리를 갖는 점의 자취는 하나의 원으로 도출된다. 이것을 특히 "아폴로니우스의 원"이라고도 한다.
학교다닐 때 정말 귀찮아한 문제다. 일단 개념도 얼른 보기에 복잡하고, 계산도 귀찮아서 졸업할 때까지 모르는 채 졸업했다가 나중에 내가 과외를 시작하고 나서야 어쩔 수 없이 풀었던 문제다.
오늘 갑자기 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의 계획과는 달리 너무 피곤하다보니, 도저히 아침에 일어나서 학교를 갈 수가 없는 날들이 계속된다. 피곤해 피곤해라고 하면서 맘 한편에선 이래선 안돼, 부끄러워 부끄러워 라고 한다.
내 삶의 하루하루가 "점"이라면.
주어진 조건을 만족하면서 하나하나 찍어낸 점이라면.
그 점들을 모두 모았을 때 어떤 모양이 나올까 하는 문제.
어떤 모양이, 과연, 나와주기는 할 것인가.
통일된 원과 같은 모양이, 혹은 열려있는 포물선과 같은 모양이, 혹은 무한히 뻗어나가는 직선과 같은 모양.
하여간에 그러한 하나의 "무엇"이 될 수있을까.
좌표평면 위에 어지러이 찍힌 우연과 불확정성의 점들.. 이 되어, 결국 읽어낼 수 없게 되어버릴까.
객관적 판명가능성을 담보하지 않은 투쟁은 소용이 없다. 누가 보아도 나의 형태를 알 수 있도록, 그렇게 점을 찍어나가야 할텐데. 조건들이, 투명하게 보이지 않는 나이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