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상처.
나는 이틀전 고속도로 한가운데서 너구리를 치어죽였다.
그리고는 얼굴이 퉁퉁 붓도록 울었다.
죽이지 않을수도 있었다는 것 때문에 울었다. 열세시간을 밥도 못 먹고 일한 날이었고, 잠이 너무 부족했다. 하지만 그런건 다 핑계다. 결국, 내 몸의 반응이 너무 느려져서, 그냥 치고 만 것이었다. 넓디넓은 고속도로 한가운데였지만 내가 조심했다면 다시 오른쪽 숲으로 넘어들어갈 수도 있었을거다.
죽이지 않을 수도 있었고, 그렇게까지 톡톡 쏘아붙이지 않을 수도 있었고, 그렇게까지 화를 내게 하지 않을 수도 있었고, 내 맘을 스스로 그렇게 옭아매지 않을 수도 있었다.
누군가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건 죽이는 것과 똑같다. 그 사람의 순수를 꺾는 것이고, 그 사람의 진심을 외면하는 것이고, 그 사람이 가진 세상과 인류에 대한 믿음에 재를 끼얹는 거다. 그렇게 사람은 조금씩 변하게 된다. 결국, 원래의 아름답고 순수했던 그는 그렇게 죽게 되는 것이다.
조금만 더 배려하고, 조금만 더 나의 중심을 다잡고 있었다면, 조금만 내가 더 포용력이 있었다면, 조금만 더 다른 이의 진정을 이해했었다면 나는 지금 울고 있지 않아도 되었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