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어쓰고 벌벌 떨던 어린시절이 있었죠.
어젯밤 굵은 비에 천둥, 벼락 많이 치더군요.
"나쁜 놈들 벼락이나 맞아라"
그러면서 뒹굴거리다 잠이 들었습니다.
아침 여섯시쯤 일어나보니 가랑비가
살살 내리다 말다 하더군요.
"음, 이정도면 운동하러 가도 괜찮겠군."
하고, 이것저것 주섬주섬 챙겨 일영
계곡으로 갔습니다.
늘 주차하던 곳에 차를 주차시키고
mp3를 귀에 꼽고 간단히 몸을 풀었습니다.
어제 내린 비로 공기도 맑고,
해도 없어서 덥지도 않고
달리기하기에 딱 좋았습니다.
오늘은 달리기 스케쥴상 10km조깅이라
'무리하지 말아야지'하며 슬슬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계곡에는
요몇일 내린 비로 물이 불어나
황토빛 계곡물이 제법 물줄기를
이루며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낮게 깔린 흰구름을 머금고
녹색으로 치장한 빽빽한 숲들이
참 멋졌습니다.
"이야~, 내가 이맛에 아침 운동하지!!"
어제 기타매니아에서 새로 다운받은 음악도 감상하면서
경쾌하게 달리기를 하였습니다.
첫번째 고개를 넘는데
고개 중간에 나무 하나가 길쪽으로 쓰러져 있더군요.
"어? 어젯밤에 벼락을 맞았나? 이 나무가 나쁜놈?^^"
길을 막고 있어 차다니기도 힘들것 같아
착한일 좀 해보려고 했는데 나무는 끄떡도 안하더군요.
포기하고 그냥 갔습니다.
두번째 고개를 넘고 다리를 건너는데
계곡물이 우렁찬 소리와 함께 넘실거리며
흘러내려오더군요.
잠시 감상 좀 하고 계속 달려 나갔습니다.
달리기 시작한 지 20분쯤 지났는데
갑자기 후두둑하며 비가 몇 방울 떨어졌습니다.
"가끔 비 맞으며 뛰는 것도 재밌지."하며
여유를 부리려는 찰나,
"우르릉, 꽈광-- 번쩍"
천둥, 번개가 치기 시작했습니다.
하늘은 갑자기 어두워지기 시작했고
빗방울은 점점 더 굵어지더니 아예
양동이로 쏟아 붓더군요.
방향을 얼른 되돌려 출발점으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몸은 금새 흠뻑 젖었고 앞을 보기도
힘들었습니다.
고개를 넘는데 붉은 가로등이 보이더군요.
"어? 저기에 가로등이 있었나?"
평소에는 날이 밝아 보이지 않던 가로등이
먹구름으로 날이 어두워지자 보이게 된 것이었습니다.
평소에도 나무가 우거져 어두컴컴하던 고갯길이
아예 한밤중처럼 깜깜해졌습니다.
비는 계속 쏟아 붓고
천둥, 번개는 쉴새 없이 으르렁거리고
번쩍거렸습니다.
창피하지만 쪼끔 무서웠습니다.
고개를 넘자니 아까 올 때 보았던
쓰러진 나무가 보이더군요.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나무를 지나쳐 10m쯤 갔을까...
빠지직하며 번개치는 소리가 아주 가까이
들렸습니다.
놀란 마음에 반쯤 주저앉기까지 했습니다.
다행히 벼락에 맞진 않은 것 같더군요.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스피드 훈련은 엊그제 했는데..."
이것 저것 따질 겨를이 없었습니다.
내리는 비가 따가울 정도였고,
비가 눈을 가려 앞도 잘 안보이고,
앞뒤로 캄캄하고,
천둥, 번개는 쉴 새 없이 내리치고,
엄마 출근하고 혼자 자고 있을 딸네미 생각까지 나니까
마음이 더 바빠지더군요.
천둥, 번개에 몇 번을 놀라며
겨우 차에 와서
집으로 가려고 큰 길로 나와보니 신호등도
고장이 나 있었습니다.
어쨌든
부리나케 집에 와보니 다행히
딸은 잘 자고 있더군요.
안도의 숨을 내쉬고
집안의 전기코드는 다 뽑아 놓고
샤워하고, 옷 갈아 입으니
오늘 내가 뭐 했나 싶더군요.
"휴~ 하옇튼 살았다."
천둥, 번개 치는 날 벼락 조심하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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