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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itarMania

천둥번개가 치면 무서워, 안 무서워?

천둥번개가 뭐가 무서워?

안 무서워?

안 무서워.

혼자서 밤에 길가는데 막 천둥치고 하면 무섭잖아.

아니, 안 무서워.

실망인데.

뭐가?

천둥번개가 치는 것이 안 무섭다고 하는 사람은 거짓말을 하는거고, 배신할 확률이 큰거야.

어떻게 그리 단정지어? 나는 배신당하면 당했지 하진 않아.

당연히 사람은 천둥번개에 공포감을 느끼게 되어있어. 그런데 안 무섭다고 하면 자기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는거야.

무섭다, 안무섭다 하는 것도 자기가 느끼는 감정인데, 그럼 안 무섭다고 생각하는 것도 잘못이야?

솔직히 말해봐, 정말로 천둥번개가 치는 곳에 혼자 있어본 적 없지?

내가 왜 몰라, 나도 알아. 번개 먼저 번쩍 하고나서 소리 들리잖아. 소리가 좀 늦으니까.

집에서 들은 것 말고, 바깥에서.

그건 없지. 난 도시에서만 컸는걸.

도시에서 커서 그런 적 없다는 건 변명이구, 심리테스트에 나와있어.

심리테스트? 나는 그딴 것 안 믿어.

그런 오다가다 하는 게 아니라, 군대에서 특수부대 뽑을 때나 사관학교 같은데서 하는 성격테스트야. 무섭다고 하는 사람은 배신활 확률이 커.

그래서 내가 배신한다는거야?

그건..






흔해빠진 그렇고그런 질문과 답이 아니라, 입사 시헙볼 때 자주 쓰인다는 "심리검사"지를 우연히 발견한 나는 천둥번개가 치면 무섭냐는 질문에 당연히 그렇지 않다고 표기하고, 결과에 놀랐다.

이상하게, 나는 어릴 때완 달리 언젠가부터 어둠도 익숙했다, 무섭지 않았다. 고등학교 때 야간자율학습이 끝나불이 다 꺼진 시커먼 건물 복도도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 책상 속의 씨디피를 깜빡해서 친구들을 교문에서 기다리게 하고 혼자서 4층 교실을 마구 뛰어올라가면 내 그림자가 벽에 기다랗게 비치곤했다. 검은 그림자는 교실 창문 하나만큼 뛸 때마다 키가 커졌다 줄었다했다. 비가 오는 날엔 가끔 우산을 놓고 1층 현관까지 내려오곤 해서 컴컴한 계단을 두세개씩 뛰어올라가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래도 무섭지가 않았다.

그렇게 무슨 일이든 저질러도 무섭지가 않았다. 생각해보면 무섭지가 않았던 것 정말 맞나? 어쩌면 그 모든 것 무섭지 않다고 생각하는 내 생각뿐이었나. 나는 그렇게 줄곧 나를 속여온걸까. 나는 무섭지 않아, 나는 할 수 있어. 나는 이런 사람이야, 나는.. 이런 것 다, 내가 만든 허상이었나.





있잖아, 이러면 어때?



무섭지 않다고 하는 사람은, 자기를 속이는거라며.



그러면 죽을 때까지 무섭지 않으면 어때? 정말 무섭지 않다고 느끼면.

계속 속이는거네, 그러면.

응, 그런거긴 한데, 정말로 죽을 때까지 그렇게 속일수, 아니 생각할수만 있다면 그게 진짜일수도 있는거 아니야?

아, 모르겠어. 머리가 살살 아프기 시작하는데.

그렇잖아, 뭐든지 변하잖아. 변한다구. 하지만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진짜로 그렇게 행동한다면.

행동이 그러려면 정말 끝까지 그래야겠지, 배신할 확률이 높다는거지, 배신한다는 것이 아니니까.

응, 그렇게 행동하다보면, 상황 역시도 그렇게 만들어져서 그게 사실이 될 수도 있잖아.

그건 글쎄. 상황과 의지가 정당하지 않은 일들을 바르게 만들 수 있을까.

아니, 내가 말하는 것의 핵심은 믿음이야. 믿음. 정말로 믿는다면?

똘아이겠지.





만약에 내가 친구들에게 난 무섭지 않아, 라고 말하면서 교실에 혼자서는 못가겠어. 라고 집으로 바로 걸어갔다면 정말 나는 모두를 속이고 있는 것이었을지 모르지만, 나는 분명히 교실에 남아있는 씨디피를 반드시 갖고 와야 한다는 생각으로 발자국 소리도 크게 울리는 밤의 학교로 뛰어들어갔다. 정확히는 그 밤에 누가 내 씨디피를 집어갈거라 생각해서가 아니라, 그 안에 들어있는 소중한 아가같은 씨디때문에, 그리고 집에 걸어가는 길에 음악을 듣는 즐거움을 놓치기 싫었기 때문에, 그렇게 후닥닥 달려올라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지금까지 수없이 많이 저지르고, 또 저지르고 줄곧 저지르면서 살았는데, 나는 어느새 어른이 되어가고, 이것저것 모든 것 다 잘할 수 없고, 어떤 때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나는 훨씬 더 질이 나쁜 인간이란 걸 남보다 훨씬 더 늦게 깨우치기도 하고, 바위에 부서지는 계란같기도 하고, 그래서 이 세상에 산산히 부서지는 모든 것들이 문득 남같지가 않은데, 그래도 그래도 믿는다면, 사람은 더이상 믿을 수가 없어.. 라든가 혹은 뭘 믿는지도 이젠 희미하고 힘도 서서히 딸린다는 걸 느끼지만 저 모퉁이를 돌면 뭔가 더욱 사랑스러운 것들이, 이름모를 꽃도 돌틈마다 피어있고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비 오기 전의 촉촉한 날씨로 세팅된 거리가 나올 수 있다면, 곧 비가 올거라고, 마른 가슴 진정할 비가 시원하게 내릴거라고, 또 그 다음엔 맑게 개일수도 있을거라고. 계속 그렇게, 억지라도 나 죽을 때까지.






페르난데즈 연주회와 마스터클라스에 다녀왔다.
내가 음악을 사랑하는 것만큼 음악은 나를 견뎌준다. 나의 집착과 도를 넘은 억지를.











Comment '7'
  • 저녁하늘 2005.04.18 07:31 (*.239.57.51)
    근데 꼭 속이는 것만은 아닐거예요.. 사람들은 같은 어둠 속에 서 있으면서도 각자 다른 상상을 하잖아요.
    어떤 사람은 어둠 속에서 달이나 별하늘, 좋아했던 친구와의 일... 이런 것들을 상상하는데
    어떤 사람은 귀신을 상상하거든요. -.-
    무서움은 그 순간에 무슨 생각을 하느냐에 달린 것 같아요^^

    그나저나 어제 새벽비 정말 굉장했죠? -..-
    내 생전 그런 건 처음 본 듯...
    꿈에서 화재난 건물에서 구사일생으로 빠져 나오는 꿈을 꾸었는데
    일어나보니 번개, 천둥 몰아쳐서
    그것도 꿈인 줄 알고 잠깐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갑자기 신촌일대에 앰뷸런스 수십대쯤 지나가는 소리 나서
    모두들 공포에 떨었다는...
    그렇게 요란한 앰뷸런스 소리는 생전 첨 들었어요.
    간밤에 무슨 대단한 사고가 난 건지.. 걱정되더라...

    음. 벚꽃 많이 떨어졌겠다.
  • 1000식 2005.04.18 08:55 (*.80.239.184)
    난 안 무서~ㅂ다!

    도시에 사는 많은 사람들은 찬란한 불빛 때문에 어둠에 대해 익숙하지 못합니다.
    언제 달이 뜨는지, 달의 모양은 어떤지, 별빛이 맑은지, 밤 하늘이 어떤 색깔인지에 별로 관심을 두지 않게 되죠.
    현대 문명이 밤의 정취를 앗아 가버렸기 때문입니다.

    이화에 월백하고 은한이 삼경인 제
    일지춘심을 자귀야 아랴만은
    다정도 병인 양하여 잠 못 들어 하노라.

    어릴 때 누나 친구가 집에서 놀다가 밤이 늦으면 옆 동네까지 바래다 주어야 했습니다.
    돌아올 땐 혼자라 무섭기 때문에 누나와 동행을 했죠.
    산 모퉁이 외딴 집을 돌아서 갈 땐 항상 무서움이 들었는데
    대나무 숲에서 나는 바람소리(사실은 대나무 잎이 서로 부딪치는 소리)는 귀신이 나올 것처럼 무서움을 안겨주었습니다.
    혹 빨래를 걷지 않았다면 지나는 행인은 기겁을 하게 되죠.
    그래서 어른들은 밤에 빨래를 걷지 않은 데 대해 항상 야단을 쳤습니다.

    여고괴담에 나오는 요즈음 신식 귀신은 품위가 없어 귀신 축에도 못들어요.
    월하의 공동묘지에 나오는 귀신은 물론 무섭기는 하지만 품위가 있고 아름답지까지 하지 않나요?
    도깨비와 같은 귀신이 왜 사라져버렸는지, 천 년 묵은 여우는 어디로 갔는지...
    현대문명은 밤의 정취는 물론 귀신의 존재까지도 앗아 가버렸습니다.

    요즈음 안동 별장에서 기거하는데, 반경 500 미터 내에는 인가가 없습니다.
    적막하기가 이를 데 없지요.
    요즈음 같은 봄밤이면 밤의 정취가 그리워 더러 혼자서 밤길을 산책합니다.
    굳이 보름 달이 아니어도 달빛이 밝아 발을 헛디딜 염려는 없습니다.
    뒷산의 산벗꽃은 달빛을 받아 밝게 빛나고, 내 발자국 소리와 개울 물소리만...
    어둠은 아름답기조차 해요.
    지난 겨울엔 달빛이 그리도 차갑더니 요즈음 달빛은 너무도 포근하네요.
    길 모퉁이에서 하얀 소복을 입은 여자귀신을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그 동안 어디 갔었어? 많이 보고싶었어. 넌 여자가 돼 갖고 패션이 그게 뭐냐? 내일은 옷 바꿔입고 정자 앞 연못가루 나와~"
  • 지훈 2005.04.18 12:16 (*.111.238.2)
    1000식님;;;; 나오라고 해놓고 바람맞히시는거 아니에요^^?
    저도 혼자서 밤길걸어가는거 정말좋아합니다 요즘날씨같이 포근한날에는 더욱이요ㅎㅎ(단!! 비오는밤은왠지 싫습니다..나뭇가지에걸리는바람소리가 영~~ ㅡ.ㅡ;;)
  • ZiO 2005.04.18 12:58 (*.155.59.69)
    귀신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사다꼬짱입니다...헤까닥 뒤집어진 눈깔하며, 축 늘어진 긴팔, 흐느적거리는 자태..
  • 차차 2005.04.19 13:18 (*.105.113.76)
    유비와 조조의 영웅론이 생각나네요...........

    조조에게 높이 평가되길 두려워한 유비가, 때마침 울린 천둥소리에 놀란듯 탁자밑으로 숨었다는 이야기...

  • 잔수 2005.04.23 00:53 (*.42.132.237)
    나두 안무서운데 =_= 진짜
    어두운데 번개치는데 ㅋㅋ. 웨 안무서울까나... 음
    누구말대로 감정이 없는걸까나
  • 아니아 2006.12.04 18:45 (*.8.49.17)
    설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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