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3.31 14:22
찔레꽃밭 / 김윤한
(*.228.153.134) 조회 수 6063 댓글 6
제 친구 김윤한 시인의 '찔레꽃밭'이라는시입니다.
시동인지 글밭 2004년호에 실렸던 작품.
봄에 돋아나는 찔레 순을 꺽어서 먹어보셨는지.
파릇한 싹은 그런대로 먹을 만했고, 땅에서 바로 올라오는 볼그레한 싹은 쌉쌀한 맛이 다소 강하지만 이 조차도 먹어보려고 더러는 가시에 찔리기도.
먹을 게 없던 시절 봄이면 밭둑에 돋아난 쑥, 냉이, 달래로 허기를 달랬는데 이것도 무슨 추억이라고 이제는 그립기도 하군요.
이 친구는 작년 이맘 때 부친상을 당했는데 돌아가신 아버님을 생각하며 어릴 때의 기억을 더듬어 쓴 이 시가 옛 추억을 상기시키는군요.
음악을 들으면서 감상해보시길...
*********************************************************************************************
찔레꽃밭 / 김윤한
뒷산 뻐꾸기 무심히 울어댔다.
허기 잔자갈로 곱게 짓누르며 찔레꽃 무표정하게 피어났다.
양푼에 깜둥 보리밥 고추장 팍팍 비벼먹고 놀기에 바쁜 사이
아버지 어머닌 목젖 길게 늘이고 보리개떡을 먹었다.
흐릿한 호롱불, 어머닌 언제나 구멍 난 런닝구를 꿰맸고
우린 열심히 동화책을 읽었지만 밤은 늘 그렇게 지겨웠다.
꽃순 꺾어 먹으며 봄날을 보냈다.
가시에 찔리면 피가 잘 멎지 않았다.
공장으로 떠난 누나가 덩굴 위로 어른거렸다.
꽃밭 속에서 눈이 동그란 뱀 한 마리가 우릴 노려보고 있었다.
검둥 고무신 벗어 쥐고 냅다 달렸다.
장에 가신 아버지 늦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마중 가는 길섶에는 동화 속 풍경처럼 꽃들 피어 있었다.
고향 생각 날 적마다 꽃잎 쌉쌀한 맛, 뒤란의 찔레꽃 그늘,
슬프도록 빠알간 열매가 다시 생각나곤 했다.
'處士安東金公之柩'
아버지 관 위로 한 삽 흙이 무겁게 뿌려졌다.
남매들 흐느낌 사이로 윙윙거리며 벌들 지나다녔다.
오랫동안 잊혀졌던 꽃향내 다시 코끝으로 달려들어 왔다.
무덤 옆은 찔레 꽃 온통 눈부시게 흐드러진 꽃밭 .
시동인지 글밭 2004년호에 실렸던 작품.
봄에 돋아나는 찔레 순을 꺽어서 먹어보셨는지.
파릇한 싹은 그런대로 먹을 만했고, 땅에서 바로 올라오는 볼그레한 싹은 쌉쌀한 맛이 다소 강하지만 이 조차도 먹어보려고 더러는 가시에 찔리기도.
먹을 게 없던 시절 봄이면 밭둑에 돋아난 쑥, 냉이, 달래로 허기를 달랬는데 이것도 무슨 추억이라고 이제는 그립기도 하군요.
이 친구는 작년 이맘 때 부친상을 당했는데 돌아가신 아버님을 생각하며 어릴 때의 기억을 더듬어 쓴 이 시가 옛 추억을 상기시키는군요.
음악을 들으면서 감상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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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레꽃밭 / 김윤한
뒷산 뻐꾸기 무심히 울어댔다.
허기 잔자갈로 곱게 짓누르며 찔레꽃 무표정하게 피어났다.
양푼에 깜둥 보리밥 고추장 팍팍 비벼먹고 놀기에 바쁜 사이
아버지 어머닌 목젖 길게 늘이고 보리개떡을 먹었다.
흐릿한 호롱불, 어머닌 언제나 구멍 난 런닝구를 꿰맸고
우린 열심히 동화책을 읽었지만 밤은 늘 그렇게 지겨웠다.
꽃순 꺾어 먹으며 봄날을 보냈다.
가시에 찔리면 피가 잘 멎지 않았다.
공장으로 떠난 누나가 덩굴 위로 어른거렸다.
꽃밭 속에서 눈이 동그란 뱀 한 마리가 우릴 노려보고 있었다.
검둥 고무신 벗어 쥐고 냅다 달렸다.
장에 가신 아버지 늦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마중 가는 길섶에는 동화 속 풍경처럼 꽃들 피어 있었다.
고향 생각 날 적마다 꽃잎 쌉쌀한 맛, 뒤란의 찔레꽃 그늘,
슬프도록 빠알간 열매가 다시 생각나곤 했다.
'處士安東金公之柩'
아버지 관 위로 한 삽 흙이 무겁게 뿌려졌다.
남매들 흐느낌 사이로 윙윙거리며 벌들 지나다녔다.
오랫동안 잊혀졌던 꽃향내 다시 코끝으로 달려들어 왔다.
무덤 옆은 찔레 꽃 온통 눈부시게 흐드러진 꽃밭 .
Comment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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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님이 시골서 자랐다면 보리개떡을 아시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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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밥을 할때 보리는 아래에 깔고(쌀 누룽지가 아깝기 때문이지요) 쌀은 위에다 살짝 얹는 정도.
거의 70~80%가 보리인데 그나마 밥을 풀 때는 위쪽에서부터 아버지꺼 먼저 담고, 다음으로 거친 보리밥을 넘기기 어려운 어린동생 거 담고나면 쌀밥이라곤 거의 없는데 나머지는 공평하게(?) 싹싹 비벼서 담았지요.
아버님은 늦게 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밥상머리에 앉아 침을 꼴깍 삼키고 있으면 남겨주시기도... -
허구헌날 먹어서 물린게 보리개떡이랍니다.
저를 도회지사람으로 알구계셨구나...
저 완조니 촌놈입니다.
저는 8살때
아빠랑 산에가서 나무해다가
지게에 한짐지고 한참 선창가까지 지고가서
돗단배에 실고 옆의 큰 섬마을로 가서 팔아서
그걸로 쌀사오고 그랬습니다.
하루에 한마리씩 거의 매일
어른키보다 훨씬 큰 구렁이를
잡아다 삶아먹던 시절이 제게도 있답니다.
정말이지 구렁이가 너무 힘이 좋아서 가마솥뚜껑을 매번 짱돌로 눌러야만 했어요.
앞바다에선 수달이 물에 누워 배위에 돌깔고 온갖해산물 돌로 내리쳐서 까먹구여...
물범이 저만치 먼바다 돌무데기에 모여살았죠....
이제 그런건 "동물의왕국"같은데서나 하더군요.... -
수님은 저보다 더 원시적(?)으로 사셨군요.ㅋㅋㅋ
그나마 우리집은 잘 사는 편이었어요.
어릴 때 찍은 사진을 보면 무릎이 구멍난 내복 위로 까만 반바지를 입고 찍은 거 있어요.
이 사진을 볼 때마다 배를 잡고 웃는다는... -
얼렁 그런사진은 게시판에 올리셔야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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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자주 찔레까시에 찔려 피가 멋지를 않았었는데
갑자기 코끝이 찌~잉한 이유는 왜 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