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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itarMania

2005.03.26 22:42

엄살 *.* // ^^

(*.120.132.24) 조회 수 6478 댓글 1
  
엄 살



"아∼∼∼"
"아∼∼아∼∼"
'윙, 서걱서걱, 슁∼∼'
"으∼∼"
힘껏 쥔 손아귀엔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다. 살아 있음을 알려
주려는 듯 이마엔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힌다. 온 몸이 땀으로  
축축하다.
"마취가 안됬나? 아프세요?"
"예, 좀∼∼"
"마취 다시 하겠습니다."
'윙, 극극, 슥슥...'
"아,∼∼아,∼∼"
"아직도 아프세요?"
"예...으..."
"이상하네, 왜 마취가 안되지. 보통 마취약 1개면 되는데 지금
네 개째 쓰고 있거든요. 좀 기다렸다가 다시 하겠습니다."
상냥하고 친절한 여의사의 목소리가 잔인하게 들린다. 무방비
상태에서 턱이 빠질 만큼 입을 벌리고 있어야 하는 곳. 우린
그 곳을 흔히 치과라 부른다.



고통과 기쁨이 반복되는 우리네 삶! 살아오는 동안 많은 고통
이 순간이 있었지만 매우 극명하게 뇌리에 남아있는 고통 중
하나가 치과에서의 일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사랑이 삶의 전부이겠지만 간혹 원치 않
는 사랑은 고통이 되기도 한다. 원치 않는 사랑니 역시 입 속
에 오롯이 네 개나 돋아나 고통이 된다. 어금니 뒤에 숨어있
어 잘 보이지도 않고, 별 쓸모도 없는 사랑니. 사랑을 잃어버
릴 때 고통이 크듯 사랑니를 빼내는 것 또한 고통이 따른다.



10여 년 전 어금니와 사랑니가 벌어져 이빨이 썩게 되었다.
잘못 자리잡은 사랑니는 뽑아내야만 했다. 동네 치과를 몇 군
데 다녀 보았지만 모두 고개를 내저으며 대학병원에 가서 뽑
으라고 한다. 사랑니에 대한 별다른 지식이 없던 때라 그 때
만해도 "배가 불렀나? 오는 손님을 마다하게..."라고 생각했었
다. 대학병원에 가기 귀찮다는 핑계로 사랑니를 뽑아줄 치과
를 동네에서 찾아 헤매다 정말 반갑게도 사랑니를 뽑아주겠다
는 치과를 만났다. 하지만 그것은 내 고통의 시작이었기에 나
는 오랜 시간 고통과 후회 속에 한숨 지어야 했다.



엑스레이를 찍고 마취를 하고 시작한 사랑니 뽑기는 무려 1시
간 20분이나 걸렸다. 이빨하나 뽑는데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
릴 줄은 나뿐만 아니라 의사 또한 몰랐었다. 떠나기 싫은 사
랑처럼 나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었던지 사랑니는 나에게 많은
고통을 남기고 그렇게 떠나갔다. 일제시대 모진 고문을 당하
던 독립군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 고통이 이런 것이었겠지. 그
고통 속에서도 의를 져버리지 않았던 그 분들의 굳은 의지와
숭고한 정신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떠나간 사랑니는 그냥 떠나지 않았다. 남아 있던 어금니를 시
기했던지 어금니까지 썩게 하였던 것이다. 썩은 곳을 갈아내
고 금니로 덮고 나서야 겨우 상처는 아물 수 있었다. 2-3년
후 남은 사랑니 마저 썩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큰 종합병원에
서 사랑니 전문가에게 처음보다는 훨씬 수월하게 사랑니를 떠
나 보낼 수 있었다. 이제 내게 남은 사랑니는 없다. 새로운 삶
만이 나에게 남아 있을 뿐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착각이었다. 사랑니의 저주는 10여 년이
흐른 지금 다시 살아났다. 3월13일 국제서울마라톤이 열리던
날부터 금니로 씌어 놓은 어금니가 아프기 시작했다. 아픔은
사라지지 않고 3일째 계속되어 다시는 가고 싶지 않았던 그
곳, 치과를 다시 찾을 수밖에 없었다. 엑스레이 사진을 본 의
사의 진단은 금니를 씌운 어금니가 뿌리 쪽으로 썩은 것 같으
니 신경치료를 받고, 금니를 벗겨낸 뒤 썩은 곳을 치료하고
다시 새 금니로 씌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선 1차로 신경치료를 받았다. 마취는 별 소용이 없었다. 20
여분의 치료 내내 뼈 속 깊이 아려오는 고통은 통한의 신음소
리를 내게 했고, 두 주먹을 부여잡게 만들었다.
일주일 뒤 2차 신경치료는 그래도 견딜만 하였다. 금니를 벗
겨낸 의사는 어금니 뿌리쪽 치료를 위해 '잇몸 내리기'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잇몸 내리기? 수술?' 어쩌랴, 해야지.
이틀 뒤 수술에 들어갔다. 마취 후 수술을 시작했다. 이빨과
이빨을 감싸고 있는 잇몸 사이를 날카로운 칼이 헤집고 들어
왔다.
"아∼∼"
"아프세요? 아프면 안되는데... 마취 다시 하겠습니다."
"예... 으∼∼"
"혹시 인삼 같은 거 드세요? 간혹 신진대사가 빨리 되시는 분
은 마취가 잘 안되고, 금방 풀리더라구요"
"저, 인삼 같은 거 안먹는데요..."
마취약 한 개면 된다는 수술에 네 개를 쓰고서야 겨우 수술을
할 수 있었다. 여전히 아팠지만 참았다. 이런 수술을 또 할 수
는 없었다. 마라톤을 하는 사람들이 하는 말 중 '고통을 즐겨
라'라는 말이 있다. 고통을 즐겨보고 싶었다. 고통은 전혀 즐
겨지지 않았다. 고통은 그저 고통일 뿐이었다. 온 몸이 식은
땀으로 축축하다. 고통스러운 모습에 의사가 마취를 한 번 더
한다. 붉은 피를 빨아내며, 자르고, 긁고, 갈고, 꿰매고 나서야
수술은 끝났다.



30분이면 된다던 수술이 거의 한시간이 걸렸다. 식은 땀으로
범벅이 되어 접수처에 가니 별일 아니라는 듯 생글거리며 간
호사가 주의사항을 알려 준다. 일주일 뒤 실밥 풀고 신경치료
를 또 해야 한단다. 수술 할 때는 잘 안되던 마취는 6시간이
지나도록 다 풀리지 않아 입 언저리가 얼얼했다. 마취가 조금
씩 풀리면서 수술한 자리가 아파왔다. 조금만 눌러도 아파서
음식을 씹을 수가 없었다. 한 쪽으로 오물거리며  겨우 허기
만 면할 수 있었다. 잠도 오지 않았다. 약국에서 지은 약은 경
황이 없어 잊어버리고 먹지도 못했다. 하룻밤을 지나고 나니
조금 견딜만 해 밥 한 공기를 떠놓고 한시간 동안 오물거리며
먹었다.



아, 사랑니여! 이것으로 그대와의 빚은 청산되었길 바란다. 더
이상의 고통이 없기를 바란다. 세상은 어찌하여 원치 않는 고
통이 이리도 많단말인가? 오늘도 온갖 고통으로 신음하는 많
은 이들에게서 고통이 사라지길 기원해 본다. 하지만 과연 고
통 없는 세상이 올 수 있을까?



고통은 우리에게 무엇일까? 밤이 있어야 낮이 있을 수 있듯
기쁨을 위해 고통이 존재하는 것일까?
그때 그때 다르겠지만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고통 중 어느 것
이 더 고통스러울까?


고통을 피할 길은 없을까? 아마도 유비무환을 상기하며 미리
미리 준비하는 것이 그나마 고통을 덜 수 있는 길일 것이다.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고통받을 만한 일들이 있다면 충
분히 준비하여 고통을 피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준비하고 조심한다해도 우리는 고통에서 자유
로울 수 없다. 불의의 사고나 가까운 이들의 문제들이 우리에
게 고통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내 의지와는 무관하게 발생
하는 고통은 어쩔 수 없다. 고스란히 감내하는 수밖에 없다.
먹구름 위에 빛나고 있을 태양을 기다리며 참고 이겨내야 한
다.



고통은 인간에게 피할 수 없는 숙명인 것 같다. 하지만 고통
이 숙명이라고 좌절할 것까지는 없다. 인간으로 태어나 살아
간다는 것 자체를 크나큰 행운과 기쁨으로 여길 수 있다면 까
짓 고통쯤이야 견디지 못하겠는가. 똥 밭을 굴러도 이승이 좋
다고 하지 않던가.



음주 후 사라진 앞니 두 개와 고통 속에 떠나간 사랑니 네 개
를 떠올리며 언젠가는 모두 사라지고 말 내 육체를 위해 건배
를 들어본다.


"아, 참! 일주일 간 술 먹지 말라 그랬지. 에구∼∼ *.* 술도
줄여야 할텐데..."








Comment '1'
  • 용접맨 2005.03.26 22:51 (*.212.181.129)
    아이 참, 저랑 같이 한잔 하려구 했는데, 전화 못하겠네;;;;;;;;;;;;;
    언제까지 먹지 말아야 되져?????? 저는 병원 같다 와서도 그날, 기냥 먹는데...............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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