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2.02 16:40
그리움을 항상 간직한다는 것
(*.149.117.176) 조회 수 3124 댓글 3
누구나 마음 한구석엔 어디론가 떠나고싶단 생각을 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 떠남의 이유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팍팍한 삶에 지쳐서, 혹은 귀찮고 난감한 일에 시달리는 것이 지겨워서, 답답해서, 고민되는 것들을 잠시라도 잊고 싶어서. 아니, 이 모든 것들은 어쩌면 다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 발 딛고 선 이 곳에서 무작정 벗어나고픈 회색 안개 자욱한 마음.
나 역시 떠나고 싶단 생각을 늘 한다. 나의 이유는 그리움이다. 가보았던 곳에 대한 그리움, 기억이 얽힌 곳은 그 기억에 대한 그리움, 한번도 가 본 적이 없는 곳에 대한 그리움, 날 때부터 갖고 태어난 그리움.
늘 그립고, 늘 무엇인가를 기다리며, 늘 바라고, 늘 버린다. 시간이 지날수록 가슴이 옹졸하게 줄어드는 것을 느끼며, 변하지 않을거라 믿었던 것들이 변함을 느끼고, 새삼 그런 것에도 놀라거나 낯설어하지 않는 자신을 발견하고, 또 한번 자책하고, 다시금 뻔뻔스러워진다.
그리운 그 곳에 가면, 눈못뜨고 꼬물대는 강아지같은 내 맘 속의 그리움들이 씻어내질까 생각하지만, 그것은 그렇지 않다. 비오는 날 고궁에 가면 흙먼지가 잦아드는 그것이 마치 여름수박을 갈랐을때 연하게 느껴지는 내음과 닮았다. 그 고궁의 수박냄새가 그리워 정말 어느 비 오는 날 무작정 고궁을 찾았을 때 나는 그 그리움의 근원이 고궁의 흙담길이 아니라 내 마음 깊은 곳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렇다. 그리움은 마음 속에 있기 때문에 어딜가나 그리운 것이다. 마음 깊은 곳의 그리움이 이끄는대로 우린 떠나고 떠올리고 되돌아와 이곳에 뿌리박고, 또 떠나길 기다린다.
지난 것들에 대한 그리움보다, 이젠 아직 날 찾아오지 않은 것들을 그리워해보고싶다. 미래가 "지나간 미래"라면 우울하기 짝이 없다. 아직 오지 않은 것들, 한걸음 다가서면 다시 한걸음 멀어지지만 늘 시야에선 사라지지 않는 것들, 아직 만나지 못한 이들, 사랑하고픈 모든 것들, 행복을 이루어주는 작은 것들, 꿈.. 이 그리워, 거친 입술이 부드러워지고, 눈매가 순해지고, 손길이 부드러워지고, 마음이 광활해진다면, 어쩌면 정말 그렇게 될 수 있다면 나는 더이상 나를 그리워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Comment '3'
-
저는 "지나간 미래" 이 구절...
전 떠나는 것 조차 귀찮으니...휴... -
기타를 그토록 사랑하시던 분이 폐암 투병 끝에 멀리 떠나셨습니다....
항암치료중에도 빨리 일어나서 기타를 치고 싶다시던 그 분이...
지난 번 기타매니아 2집이 나왔을 때 선물을 보내드렸고 그렇게 좋아하셨습니다.
그분의 소원은 죽기전에 Duo in G 를 사모님과 같이 쳐보시는 것이었습니다.
그 소원은 2년전 발표회때 이룰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만약 이루어 지지 못했다면 그분도 사모님도 선생님도 우리도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까요?
사모님은 장례식장에서도 기타를 쳐달라고 하셨습니다. 차마 가슴이 아파 그렇게 할 수 조차 없었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그냥 그리움만 남겠지요. 기타소리 들으며 그리움도, 아쉬움도, 한도 삭이렵니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442 | 충치의 진짜 원인 1 | 꽁생원 | 2017.03.01 | 3719 |
1441 | 괜챦네 ^^ | 훈 | 2008.04.26 | 3719 |
1440 | 이게 무슨 문제죠?? 7 | 아이모레스 | 2007.02.23 | 3719 |
1439 | 울나라도 산불사범들 화형해야 ㅡㅡ;; 14 | 오모씨 | 2005.04.28 | 3719 |
1438 | 바다표범 338,200마리 5 | 훈 | 2009.03.29 | 3718 |
1437 | 옛동산에.. 4 | 더많은김치 | 2009.07.09 | 3717 |
1436 | ┏(^^)┛┏(^^)┛┏(^^)┛┏(^^)┛┏(^^)┛┏(^^)┛┏(^^)┛┏(^^)┛┏(^^)┛ | 뒹굴뒹굴 | 2008.09.28 | 3717 |
1435 | 군대스리가 사진임당... 1 | 한민이 | 2004.04.14 | 3717 |
1434 | ㅠ.ㅠ 1 | 익명.. | 2003.06.29 | 3717 |
1433 | 물로는 몸을씻고... 2 | 야인 | 2003.06.21 | 3717 |
1432 | 줄기세포(line) 원천기술(art?) 소유자명단. | 콩순이칭구 | 2005.12.21 | 3716 |
1431 | 하늘의 해적... 커세어 (2) 2 | 이브남 | 2005.04.28 | 3716 |
1430 | [re] 미치시고 파치셔여~ | 혁 | 2004.04.21 | 3716 |
1429 | [re] 현직응급실의사의 견해 | 하울 | 2009.05.28 | 3715 |
1428 | 조선일보 홍보국(?)과 통화-좀 웃자구요!-펌 | 괴담아니네! | 2008.06.05 | 3715 |
1427 | 기타수영장에 놀러 오세요. 6 | 쥐언니 | 2007.08.30 | 3714 |
1426 | 노무현 대통령 영상.. 2 | 짜파게티 | 2009.05.23 | 3713 |
1425 | 우리 집에 꽃이 피니 이제 봄이로구나. 꿍딱 ♬ 3 | 각시탈 | 2004.03.08 | 3713 |
1424 | 님의 침묵 4 | 지초이 | 2008.08.28 | 3711 |
1423 | 허경영 드디어 TV에 검증받다!!! | 긍정의 힘 | 2007.11.19 | 3710 |
1422 | 아빠한테 문자보냈다. | 오모씨 | 2005.09.14 | 3710 |
1421 | 우리동네 | 콩쥐 | 2014.10.06 | 3710 |
1420 | 자작 입체 이미지 2 | 버들데디 | 2009.09.11 | 3709 |
1419 | 자전거 3 | 콩쥐 | 2009.05.05 | 3709 |
1418 | 원숭이를 잡는 방법 (펌글) 3 | 아이모레스 | 2007.03.16 | 3709 |
1417 | 개미와 베짱이 4 | -_-; | 2006.11.09 | 3709 |
1416 | 볼링공과 깃털 추락 | 언니 | 2014.11.08 | 3707 |
1415 | 이건 저장해야... 4 | 훈 | 2009.05.28 | 3707 |
1414 | 태생적주권 1 | mauro | 2008.08.02 | 3707 |
1413 | 아이모레스님이 보내주시는 아사도판. 2 | 콩쥐 | 2007.02.02 | 3707 |
1412 | 착한 일을 하다보니 ... 6 | 아포얀도 | 2010.02.09 | 3706 |
1411 | 위로 1 | 그놈참 | 2004.05.06 | 3706 |
1410 | 터어키산 올리브 1 | cho kuk kon | 2009.08.22 | 3705 |
1409 | 화창하네요. 1 | nenne | 2005.04.17 | 3705 |
1408 | 댓글은 민심 8 | 훈 | 2008.08.28 | 3704 |
1407 | 손기정의 우승의 감격...육성...(1936년) | 연이~ | 2007.12.08 | 3704 |
1406 | 이것들이 8 | 대체로 | 2006.12.13 | 3704 |
1405 | 어머니와 아들 3 | 김한진/여명 | 2005.07.18 | 3704 |
1404 | 먀먀공주와 일곱난장이 (1) 3 | 한민이 | 2004.11.30 | 3704 |
1403 | 말 | 친구 | 2010.06.19 | 3703 |
1402 | 음모론이 뜨네요. | 쏠레아 | 2009.05.27 | 3703 |
1401 | 집에서 애나 봐~ 3 | 콩쥐 | 2010.03.24 | 3701 |
1400 | [re] lately | 스티비 | 2003.08.12 | 3701 |
1399 | 어떤분이 쓰신 글 | 기사 | 2014.09.17 | 3700 |
1398 | 분장실의 이선생님.. 2 | 훈 | 2009.04.19 | 3699 |
1397 | 보사노바 (BOSANOVA) | cho kuk kon | 2009.04.02 | 3697 |
1396 | 항해사님... 1 | ozaki | 2008.04.15 | 3697 |
1395 | 홍대에 나타난 할아버지 | 콩쥐 | 2014.07.23 | 3695 |
1394 | 두껑열던날... 5 | 지초이 | 2007.05.03 | 3695 |
1393 | 깨달음 6 | np | 2006.07.20 | 3695 |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캬~아!!! 이 구절이 내 맘에 너무 와닿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