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과잉

by 눈물마른넘 posted Jan 11,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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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전에 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를 봤당..
배경 좋고,
커뮤니케이션의 도구 기발하고(이와이 슌지의 <러브레터>에서는 편지,이 영화에서는 소니의 워크맨),
여쥔공 참하니 예쁘고,
무엇보다 남쥔공의 고딩때 모습이 별로 안잘생겨서 친근감도 느끼고...--..--a;;;

중간까지는 참 잼나게 봤다.
그런데...
중반 이후부터 시작되는 눈물바다 모드...
뭐, 연인의 죽음을 다루는 영화이다 보니 어디 눈물이 빠질수야 있으련만,
다만 연인이 죽은 후 지나가버린 17년의 세월은
첼로의 비통한 슬픔보다는 기타의 아련한 눈물 한방울이 더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내게는 연인이 죽은지 17년이 지난후의 비통한 눈물은 좀 거시기하다는 생각이 들어
중반 이후에 약간만 눈물을 자제 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인지 아기자기하고 극적인 재미는 영화가 낫지만
개인적으로 소설이 더 와닿는 것 같았다...특히 쥔공이 다니던 중학교에서 여쥔공 아키의 뼛가루를
해지는 봄날 오후에 벗꽃날리는 교정속에 날리는 장면...아...ㅜ..-

예전에 이현세의 만화가 원작인<지옥의 링>이라는 영화를 봤는데
이 영화도 눈물이 바다를 이룬다...
보신 분은 아시다시피 쥔공 까치가 마지막에 맞아 죽는데(-..--;;)
까치의 시신을 부둥켜안고 울부짖는 엄지(전세영이라는 배우가 엄지역을 맡았던 걸로 기억난다)...
그런데...
기억이 정확한지 잘 모르겠다만,
거의 10분 정도를 울고불고 난리부르스를 추는게 아닌가...
"까치야~~(ㅠ..ㅠ)~"
절규하는 엄지의 마지막 모습에 엔딩 크레딧이 올라오고...
난 그때 알았다...
배우들의 과도한 눈물은
유감스럽게도 내겐 하품을 유발할 뿐이라는 것을.
세월지나 최지우랑 권상우랑 울고불고할때도
마찬가지 느낌이더라...--..--;;

난 왜 눈물범벅 무비에는 심한 거부증세를 일으키는 걸까.
측근의 죽음은 몇번인가 지켜봤는데도.

아주 옛날이라 잘 기억은 안나지만
<선샤인>이라는 제목의 시리즈물 중의 하나를 봤었는데
마지막 장면이 대충 이랬던 것 같다.
애인이 죽을 병에 걸렸다....숨넘어가기 일보직전이다...
남자가 애인의 아이(아마 자기의 친자식이 아니었던 것 같다)를 품안(정확하게는 외투 안)에 안고
오토바이를 타고 거리를 질주한다.
그러다가 얼마후에 집앞에 오토바이를 세우더니
물끄러미 집을 한번 쳐다보더니
이 한마디를 남긴다.
"...아마...지금쯤 죽었을거야..."
그러더니 집안에는 들어가보지도 않고 걍 오토바이에 애 태우고 또 달린다...
그리고는 엔딩 크레딧...--..--;;;

아마 연인을 죽음을 옆에서 지켜보기가 너무 힘들어서 그랬을거다...

어쨌거나...
어린 내겐 이 무쟈게 절제된 마지막 장면이 마음에 팍 꽂혔던거다...

이런 영화 또 있었다...
<굳바이 마이 프렌드>라고,
마지막에서 병원에서 의사들 골탕먹이려고 시체놀이 하던중에
진짜로 죽어버리는 쥔공의 칭구.
장례식장에서 쥔공이 신발을 한쪽발에만 신고 나왔을 때
쪽팔리지만 진짜 무쟈게 울고 싶었다..ㅜ..-
옆에서 같이 보던 친구들 눈치보느라 울지도 못하고...참..나...

어디서 본 에세이인데
어느 화가에게 이세상에서 가장 슬픈 모습의 사람을 그리라고 했더니
눈물 범벅된 모습을 그린게 아니라
그냥 팔로 얼굴을 감싸고 머리를 두다리속에 파묻은 모습을 그렸단다.

과거지사중 하나인데...--..--;;
지금보다 한참 어렸을 때
무쟈게 좋아하던 여친이랑 마지막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Crying in the rain했다는거 아닌가...--..--;;
빗속에선 울어도 그게 눈물인지 빗물인지 콧물인지 알바아니니까.
지금 생각해보면 참 그런 맘도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듬과 동시에
약간의 후끈거림이 뺨위를 활키고 지나가는거다...
이건 그래도 남몰래 흘린거니까 그다지 거시기하지는 않지만
뇨자 앞에서 흘린 눈물 생각하면
지금도 자다가 벌떡 깬다...
흐미...쪽팔려라...

눈물을 남자의 수치로 여기는 문화(남자는 생전에 세번만 눈물을 흘려야 한다는 얘기도 있다)에서 자란 나같은 넘은 기억속의 눈물조차 어쩔때는 싹싹 지워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어쩔 땐 눈물콧물이 지나간 기억을 좀먹으니까..
캔디도 울지 않거늘...--..--;;

어쨌든 그리하여 내겐
과도한 눈물은 세월지나 부끄러움으로 대체(?)된다...는, 좀 이상한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간혹 집에서 슬픈곡을 녹음할 때,
어쩔 땐 이유모를 자뻑/과잉감정 모드에 취하여
과잉루바토로 기름칠을 하는데
녹음 다 한 후에 들어 보면
이건 딱 '까치 죽은 뒤 엄지의 10분간의 눈물범벅' 그 이미지인거다...
연주할 땐 나름대로 감정이 들어간 연주라고 생각했건만
돌아서서 들어보니 신파도 이런 신파가 없는거다...
쪽팔려서 몽땅 삭제...--..--;;
적어도 나에겐 그렇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루바토 쓰면 아니된다는 애기 절대 아니다...--..--;;
(어떤 곡엔선 루바토 안쓰면 꼭 철인 28호가 연주한 것 같으니까..)

앞으로도 바램이 있다면
내 연주는 다소 부족하고 후져도,
딱 '지금쯤 죽었을거야...' 이 정도만 되었음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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