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2.20 12:47
<화제> 복지시설 찾아가는 '교도소 기타반'
(*.193.36.243) 조회 수 3583 댓글 2
(마산=연합뉴스) 정학구 기자
교도소 재소자들로 구성된 클래식 기타반이 기타와 섹소폰을 들고 쓸쓸한 연말을 보내고 있는 복지시설을 찾아 감동적인 공연을 하고 있다.
마산교도소 악대부에 기결수 14명으로 조직한 클래식 기타반은 지난 13일 마산시 교방동 노인요양시설 성로원을 찾아 '사랑은 담을 넘어...'란 현수막을 걸고 위문공연을 가졌다.
이번에 교도소 담을 넘어 첫 공연을 가진 클래식 기타반은 내년 초에도 고아원 등을 방문해 공연을 갖기로 하고 준비중이다.
첫 외부 공연을 가진 반원들은 '비록 죄인의 몸이지만 사회를 위해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외로움과 무관심 속에 살고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처음에 '오빠생각'과 '베사메무쵸' 등이 클래식기타로 연주될 때만 해도 다소 서먹서먹한 눈치였지만 전자오르간과 섹소폰, 트럼펫 등이 합세해 가요가 연주되자 분위기는 바뀌었다.
'단장의 미아리고개', '있을 때 잘해', '사랑은 아무나 하나' 등이 흘러나오자 덩실덩실 춤을 추었고 1시간여 공연 마지막 곡으로 '작별'이 연주되자 참았던 눈물을 쏟으며 재소자 악단을 부둥켜 안고 울었다.
헤어지면서 반원들은 "내년에도 꼭 오겠다"고 약속했다.
기타반은 지난해 10월 이미 운영중인 교도소내 악대부를 활성화하기 위해 기타를 구입해 시작됐고 마산음협 사무국장인 신명곤씨에 이어 학원강사 이흥국씨가 지도를 해주고 있다.
반원들은 지난 5월 현악합주단을 교도소로 초청해 공연했을 때 게스트로 출연해 처음 무대에 섰다.
지난 9일에는 오전에 수용자 작업장을 순회하며 공연을 가진데 이어 오후엔 마산복지원생 50명을 초청해 위로공연을 벌였다.
7년 형기중 6년째 복역하며 악대 지휘를 맡고 있는 나모(38)씨는 "할머니들 앞에서 공연을 할 땐 집에 계신 할머니 생각이 간절했다"며 "출소전까지 할 수만 있다면 복지시설을 많이 방문해 조금이라도 위로를 드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권민석(43) 교무과장은 "봉사활동을 통해 재소자도 남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자부심을 갖게 하고 사회적응 능력 배양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 기타반을 운영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시민들에게 교정시설에 대한 막연한 혐오감도 줄일 수 있어 사정이 허락하는 한 외부 공연기회를 늘려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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