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동안 벌칙을 연구하신 분입니다-_-;

by nenne posted Dec 07,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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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요즘 개굴콘서트에서 어머니의 이름을 걸고 웃기는 코너가 있는데요.
못 웃기면 벌칙을 받는데 10년 동안 벌칙만 연구하신 분이 나와요.
그걸 보면서 드는 생각은 나도 10년 후에 저 사람처럼 되는 거 아냐?.. ㅎㅎ

교사가 가장 힘든 건 생활지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특히 지각생만 제대로 잡아도(?) 나머진 한결 수월해진다고 볼 수 있죠.
지각생이 없다는 것은 곧 기본생활습관이 정착되었다는 우리 ** 선생님의 말씀.
뭐 어쨌든 3월달부터 지각생들과의 싸움은 시작되었는데
갈수록 지각생은 점점 늡니다.
그네들에게 주어지는 벌칙도 새로워지는데요.
저란 인간 자체가 어디에 신경 쓰는 걸 잘 못합니다.
무관심의 선두주자에요. -_-v
그래서 선생이란 직업이 안 어울린다고 생각하죠.
선생님이란 한 아이, 한 아이 사랑으로 감싸안고 관심 가져주고 그래야 하는데..
전 느들이 알아서 해라..주의거든요. 갈구기는 엄청 갈구고..
시험점수도.. ㅋㅋ 니 점수지, 내 점수냐?란 생각을 갖고 있음.. -_-;
하여튼 저란 인간은 '안되는 게 어딨어? '와 '니 인생은 니가 챙겨라'.. 신조를 가지고 삽니다 ㅎㅎ
집에 프린트가 없어서 디스켓에 숙제 저장해 와도 절대 안 뽑아주는 스타일입니다. -_-

말이 길어졌는데.. 하여간 지각생과 소위 학교에서 말하는 문제아(무단결석, 무단외출, 흡연 등)에게
무슨 벌칙을 줄까 연구를 많이 하죠.
그간 써먹은 벌칙들은 한자 외우기. 독서감상문쓰기, 바닥 홈스타하기, 앉았다 일어났다 300번(처음엔 이것도 대충하다가 나중엔 손 뒤로 하고 요가 매트 깔고 바닥에 무릎 찍고 일어나기), 종아리 때려주기 등등..어감은 좀 안 좋지만 이 모든 걸 하나로 합쳐서 [정신교육]이라고 부르지요
그러다가 엊그제 획기적인 정신교육을 생각해냈어요.
바로,, 뜀박질!!! -0-
그것도 이 근방이 학교 천지인데..
체육복 입고 '지각(흡연, 무단외출 등)을 하지 않겠습니다'를 외치며 근방을 한바퀴 도는 겁니다. 이 근처학교에 울 얼라들의 남자친구들을 비롯해 짝사랑하는 오빠야들이 꽤 있죠.
물론 저도 츄리닝(?)을 입고 뒤에서 몽둥이를 들고 같이 뛰어야죠 ㅎㅎㅎㅎ
정신 뿐 아니라 체력도 단련시키는,, 창피한 거 빼곤 너무 훌륭한 벌칙 아닌가요?
(우리 학교 학생 왈... 선생님은 발상이 너무 위험해요. ㅠㅠ)
어제 이 새로운 벌을 선포를 하고 오늘부터 적용을 했는데
세상에나 사고가 났다는 둥, 지각생이 9명이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교무실로 불러서 츄리닝을 보여주며 갈아입고 올테니까 쪼매만 기다려라 했더니
얼굴이 진짜 사색이 되서 선생님 고정하시라고,, -_-; 대화로 먼저 하시자고..
협상이요, 협상ㅠㅠ ㅎㅎ
그래도 배웠다고 쓰는 단어가 협상입니다. ㅋㅋㅋㅋ
교무실 선생님들 다 쳐다보고, 다른 반 벌받는 애들도 다 쳐다보고..
결국 10여분간 협상 끝에 앞으로 또 지각을 하면 그 근방 일대를 구호 외치며 돌기로 했습니다.

아무래도 10년 후에 그분처럼 될 것 같아요 -_-
획기적인 벌칙이 있으신 분, 저에게 알려 주세요.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2004년입니다.
느릿느릿 갈 것 같았던 빡빡한 11월이 쏜살같이 지나가고
이제 이 녀석들하고 같이 보낼 시간도 얼마 안 남았다고 생각하니 시원+서운하네요.
요즘 제가 우리 반 애들한테 하는 악담은 '내년에 싸나운 담임 만나라'입니다 ㅋㅋ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할지 모르지만 전 우리 반 애들 너무 이쁘고 좋아요.
나.름.대.로. 틈틈히 인성교육 쪽으로 힘썼다고 생각하고, 좀 효과도 본 것 같거든요.
'그렇게 살면 안되는 거야..' 요 말이 우리 애들 앞날에 있을 많은 유혹에 흔들리지 않도록 힘을 발휘해줬으면 좋겠어요^^
요즘엔 아이들을 몇 명씩 묶어서 저녁밥을 먹고 있네요.
1년 동안 해준 게 별로 없어서 33명 모두 2학년 올려 보내기 전에 밥 한번씩 사주려고요.
지금까지 13명 사줬네요..-_- 언제 다 사주나.. 허허

사실 시험 끝나고 우리 반 애들 몇 명이 하는 파티에 제가 초대 받았어요 -_-v
(대신 8시 지나면 선생님 강퇴랍니다 -_-;)
제가 또 단순해서 교사로서 너무 행복하고 기뻤는데 내색도 안하고, 느들 노는 거 재미없어서 안 낀다고 버럭 했죠 ㅎㅎㅎ 자랑질-_-v
제 친구는 또 뭐라고 그러는지 아세요? 너 거기 갔다가 뒤통수 강타당하는 거 아니냐? 애들한테 잘못한 거 없나 생각해봐 이래요 -_- 그러고 보니.. -_-+
하여튼 이래저래 정만 들었네요.
작년엔 임용시험 때문에 이런저런 생각하지도 못하고 연말을 보냈었는데........
올해는 가만 뒤돌아보면 웃음도 나오고, 눈물도 나오고, 마음 한켠이 너무 애틋해지고 그래요.
그 모든 초점이 오직 ‘학교’에만 맞춰져 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올 한해 교사로서 잘 보낸 거 맞죠?
여러분은 어떠셔요?

p.s 참 비도비치 연주회는 당일날 가도 표가 있을까요?
정말 가고 싶은데 요즘 학교도 연말이라 이래저래 바쁘네요.
게다가 담주부터 신입생접수가 있어 상황봐서 갈려고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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