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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itarMania






디앙스 공연 후 싸인회 때 파파라치(!) 당한 사진이다.

사진 속의 나는 디앙스에게, 부모님도 함께 오셨으며 저 쪽에 계십니다. 아빠가 얼마나 즐거워하셨는지 모릅니다. 라고 이야기하며 손을 들어 부모님 쪽을 가리키고 있다. 물론 내 시선은 엄마와 아빠에게 향해 있다.

무심코 하드에 저장된 사진들을 정리하다가 이 사진에서 나는 놀랐다. 내 시선이 정말로 가족들을 너무나 따뜻하게 그리고 행복하게 바라보는 것 같아서.. 당시 아름답고 행복했던 밤에 내가 느꼈던 것들이 사진 속 표정에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사진을 보기만 해도, 내 시선이 가닿은 끝에 내가 아주 사랑하는 그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생각은 늘 여기까지만 딱 멈추면 좋겠지만, 나는 곧이어 어떤 상황을 가정한다. 그저 떠올려보는 것이다. 내가 주인공인 영화처럼.




나는 사랑에 빠졌다. 누군가에게. 그 누군가도 나를 사랑한다. 우리는 그동안 서로 잘 모르고 살아온 날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는 예전 사진을 보여준다. 사진 속의 그는 환하게 웃고 있다. 이 순간만큼은 세상을 다 가진 것 처럼 웃고 있다. 그의 시선은 정면을 향해 있으며, 밝고, 행복하고, 더없이 따뜻하고 그윽하게 바라본다. 나는 사진을 바라보면서 행복해하다가, 갑자기 그것을 갈기갈기 찢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아, 아니, 찢을 순 없다. 다만, 나는 질투를 느끼고 있는 것이다. 사진 속 나의 사람이 바라보고 있을 누군가에 대해 질투한다. 사진 속 그의 검은 눈동자를 자세히 들여다보아도, 그의 시선이 머무른 끝이 비쳐있지 않는다. 누군지 알 수도 없으면서? 질투란, 그 대상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내가 질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이렇게 사랑스러운 눈길로 바라볼 수 있을까. 이렇게나 행복했던 한 때에, 그가 결코 혼자가 아니었으며 누군가 곁에 있었을 거라는 생각에 나는 끓어오른다. 그의 시선이 머무른 곳을 나는 질투한다. ... ... 왜 그래? 그 사진 맘에 들어? 가져갈래? 나는 정신을 차린다.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아가리를 벌린 붉은 감정은 고스란히 숨긴 채, 그저 가만히 웃는다. 이 모든 것을 지나온 당신은 지금 나와 함께 있다. 지금 나와 함께 있다. 사랑한다는 사실이 애욕과 모든 이기심을 정당화할 순 없다. 이것은 사랑이 아니라 소유욕이며, 나의 욕심일뿐이다. 그는 지금 나와 함께며, 앞으로도 함께일 것이다. 나는 그의 지나온 나날들을 존중하고 그의 모든 것을 사랑할 수 있다.. 우린 오롯이 서로에게 속해있다. 시그마 F는 0 , 그러나 내 안에는 지금까지 모든 인류가 해왔던 사랑을 모두 합친 것보다 더 큰 두 힘이 다툰다.




할리퀸 류 소설의 한 장면..  아니면 흔한 드라마에서 나올 법한 대사.. 하지만 이런 모든 유치함에 대한 변명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지독하게 누군가를 좋아하게 된다면, 한번쯤은 예외없이 느껴볼만한 감정이라면.. 억지일까.

아아, 나는 질투를 하지 않은지 너무 오래되었다.. 막무가내로 떼를 쓰거나, 무조건 화를 내는 것보다, 제대로 된 질투를 해야만 한다. 본질적으로,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에, 죽을 것 같아져버리지만, 역시나 사랑하기 때문에 견딜 수 있는 제대로 된 질투를 해야만 한다. 나는 준비를 해야만한다. 마음 깊은 곳부터 닦아내야한다. 제대로 된 질투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마음을, 나의 고삐를 늦추지 않아야만한다. 열심히 하루를 살아야한다. 나를 위해, 다그쳐야한다. 깊이에의 집착은 아직 버릴 때가 안되었다.





  
Comment '4'
  • 한민이.. 2004.10.30 15:22 (*.92.79.75)
    흔히들 사랑이 변질되면 막무가내의 소유욕과 질투가 합쳐진 집착으로 된다고 들 하는데..

    저는 그 집착이란 또 하나의 사랑에서 파생되는 카테고리라고 생각해요..

    어떤이가 집착하게 되는 전제는 나머지 한쪽에서 마음을 바꾼다는 것과

    그 어떤이가 상대방으로 부터 만족할만한 것을 가져오지 못한다라는 것이겠죠..

    집착이라는 것을 비판하기에 앞서서..

    그가 왜 집착을 하게 되었는지.. 어떤 환경에 쳐해져 있는지.. 정신세계가 어떠한지에 대해서..

    미리 생각해 볼 필요성도 있다고 생각해요..

    집착은 사랑의 변질이 아니라...

    사랑을 붙잡고 싶은 마지막 가엾고 처절한 몸부림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따라서 집착이라는 것을 구성하는 것들 중의 하나인 질투라는 것 또한..

    이러한 의미에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으니님의 글귀가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네요..
  • niceplace 2004.10.30 16:17 (*.156.178.84)
    디옹 엉아의 빨간 바지가 참 인상적이네요.......으~흑.... 또 삼천포로..
  • 시내 2004.11.02 10:41 (*.254.63.29)
    아름다운 본문과 걸맞는 깊이있는 댓글을 읽었습니다..

    한가지. 그 모든 사랑과 질투와 집착은 사실은 그날 하루로서, 더 미분적으로는 당시의 찰나적인 한순간으로서
    이미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은 아닐까요.
    치열한 순간이 내재되어 있는 모든 것들에게 있어서는, 다음 날의 것들 혹은 다음 장면에서 만들어지는 해후들 또는 이후에 이어지는 이야기들 등은 -이미 절정을 지난 어떤 사연들의 연속이 아니라 실은 전혀 새로운 또하나의 시작일 뿐이지 않을까요.

    앞날을 향한 새삼스러운 깨달음도, 다짐도 노력도 , 더이상의 때를 기다림일랑도 다 소용없거나 필요없는 것이며 바로 그 순간의 것들이 바로 전부이며 마침인 것이라면 -어떠한 결핍과 불균형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상태의 사랑이나 질투 등 조차도 이미 그 자체로서 더이상의 추가나 덧칠이 조금도 불필요한 각각의 하나의 귀한 완성품일 따름입니다.

    진정 고통스러울 수 밖에 없는 것들이 세상에 허다한데. 사랑으로만은, 사랑으로 인해 파생되는 것들로부터만은 이제 더이상 아파하지 않을수 있고 싶습니다.
  • nenne 2004.11.02 14:24 (*.232.18.201)
    어. 으니님 제가 전에 으니님한테 문자 보냈었는데.. 받으셨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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