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GuitarMania

오늘 종로에 나갔습니다. 종로는 제가 서울에서도 아주 좋아하는 거리예요. 특히 국일관 옆 시사영어사 건물의 뮤직랜드는 정말 정이 많이 든 씨디가게입니다. 음반경기가 아주 좋지 않다보니 이 곳 뮤직랜드도 일년 내내 세일을 하는 것 같아요. 가격도 싸고, 숨어있는 명반도 많아 한번 들르면 시간가는 줄을 모른답니다.

얼마전부터 늘상 수입클래식음반 할인 매대가 있고, 클래식 매장 자체가 반으로 줄어서 전 요즘 이 매장도 얼마 안되어 문을 닫아버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에 시달렸습니다. 그래도 저같은 입장에선 싸게 파는 것은 또 좋으니까 이런저런 불안한 생각을 떨쳐버리고 그 할인 매대를 주욱 흝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얼마나 소스라치게 놀랐는지 모릅니다. GHA에서 나온 롤랑 디앙스의 2집 앨범이 제 손에 걸린 겁니다. 터무니 없는 가격으로 내려가 있었어요. 저는 아 1집 Nuage와 3집 Night and Day 는 인기가 많지만 2집이 상대적으로 덜 팔려서 이렇게 나왔구나 하구 생각했어요. 그리고 맘을 진정하구 다시 음반들을 주욱 살폈습니다. 기타 음반은 보이는대로 다 찾고 또 제가 좋아하는 다른 작곡가나 연주자가 있나 하면서요.

매대를 다 흝어본 후 저는 가슴 속이 허하고 슬프다기보다는.. 뭐랄까 쓴 맛이 들었습니다. 롤랑 디앙스의 2집 뿐만 아니라, 그 아름다운 1집과 3집도 모두 그 매대에 올라와 있었습니다. 그 외에 다른 기타음반들도 수도 없이 올라와 있었죠. 텔락에서 나온 분홍색의 러셀 로드리고 음반, 존 윌리엄스의 두장짜리 협주곡 음반, 글로사의 스페인 기타 시리즈(모레노 연주 유명한 그 음반 1-5집), 샤론 이즈빈의 저니 투 더 아마존, 트뢰스터 앙굴로 협주곡판, 만돌린 협연판, 데일 캐브너의 리릭 기타, 델로스의 엘에이지큐 베스트, 스컷 모리스 독주판과 파가니니 켄톤 소나타 한장까지..

이 명반들이 모두 이 매대에 올라와 있어야했을까.. 오늘 한층 더 싸늘해진 날씨가 갑자기 더욱 파고드는 것 같았습니다. 이건 단순히 아! 내가 비싸게 제값 주고 산 앨범들이 이렇게 싸게 팔린다, 억울하다!!! 이런 감정과는 확연하게 다른 감정이었어요. 정말 맘 구석이 허전해졌습니다.

기타앨범들 솔직히 비싸잖아요. 아르바이트 해서 겨우겨우 앨범 하나하나 살 때 앨범을 사야하나 아니면 다른 것을 먼저 사야 하나 정말 많이 망설일정도였으니까요. 또 악보들도 마찬가지구. 얼른 보기엔 겨우 A4 용지 몇장되지도 않는 악보가 몇천원이고, 조금 두껍다 싶으면 금방 이만원.. 만든 사람 찍은 사람 파는 사람 입장에선 어떨지 모르지만.. 저같이 사는 사람 입장에선 비쌉니다. 연주회도 마찬가지예요. 한국에도 내놓으라 하는 오케스트라가 공연 오지만 전 뉴욕 필이나 베를린 필, 한번도 본 적이 없어요. 너무 비싸서요.

그런데도 오늘 그래도 자꾸만 그 매대 위에 있던 씨디들이 눈에 밟히고 마음에 걸렸습니다. 얘네들이 이렇게 될동안, 나는 뭘 한거지.. 하면서요.. 정말 좋아하는 거라면.. 내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위해서 나의 시간과 나의 얼마 안되는 돈과, 내 인생을 거는데..  



덧붙임 : 아주 어릴 때 외국 잡지에서 그런 우스갯 소리를 본 기억이 나요. "레코드샵에 가서 자기가 좋아하는 음반들이 죄다 헐값이라면 늙는것이다." 음.. 그저 경기탓을 해야겠죠!! 늙는 건 정말 싫어요!!! 오늘 바로 출시된 임재범 음반도.. 사왔다구요 ㅠㅠ





Comment '6'
  • 스타사랑 2004.10.15 14:37 (*.93.108.188)
    전 항상 mp3나 친구 cd빌려서 듣는데, 마음이 심히 찔리네요.ㅡㅜ

    덧붙임: 임재범노래 조아요!!!!!
  • 아이모레스 2004.10.15 19:43 (*.204.203.156)
    늙는 건 정말 싫어요!!! 라고 할 수 있을 때는 아직 행복한거에요^^
    그런 의미에서 저도 아직 행복한 편입니다만...^^
    아~ 글쿠 음반들이 너무 아깝네요....
  • jazzman 2004.10.15 23:24 (*.212.101.193)
    "레코드샵에 가서 자기가 좋아하는 음반들이 죄다 헐값이라면 늙는것이다."
    --> 글쎄, 요건 잘 모르겠지만, 언젠가부터 저는 그냥 '평범한', '남들도 다 좋아하는' 그런 음악을 듣는다고 여전히 생각하고 있는데, 주변에서 허, 참 취미가 특이하시네요... 하는 소리를 듣게 되는 일이 심심찮게 있어서, 이게 늙어서 그렇게 되는 건지, 그냥 원래 인간이 특이해서 그런 건지 좀 고민이 된답니다. 근데, 매냐에 와보면 '음, 역시 나의 음악 취향은 아주 평범(?)해'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이건 매냐가 특이한 건지...
  • 1000식 2004.10.15 23:52 (*.244.124.52)
    언제 서울에 가면 한 번 들러봐야겠군요.
    요즈음 주머니가 얇아져서 늙게 되지나 않을런지...
  • 윤현종 2004.11.26 00:53 (*.34.74.15)
    때 늦었지만...
    지난번 공개수배 연주차 서울에 갔다가 저도 뮤직랜드에 다녀왔습니다.
    이 글을 읽고 서울에 가면 꼭 들러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었지요.
    월요일 수업을 하루 빼고 인사동도 들릴겸 뮤직랜드를 친구들에게 물어 물어 찾아갔었습니다.
    으니님 말대로 클래식 매장에 할인 매대가 있었는데..
    제가 갔을때는 매장 모든 품목을 세일하고 있어서 큰 의미는 없었습니다..^^;;

    대전에는 그렇게 큰 음반매장이(서울에서는 그리 큰편에 속하지 않는다고 친구가 그러더군요..ㅋ)없기 때문에
    오랜만에 행복한 기분으로 이것 저것 구경했지요.
    결국 피아졸라의 음반 낙소스에서 나온 하이든의 현악 사중주 음반+2만원 이상 구입하면 준다는 비매품 써비스 씨디 까지 도합 세장을 2만 100원의 싼값에 살 수 있었지요.
    덤으로 친구가 인사동에서 사준 전통 차까지 맛나게 먹고 즐거운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답니다.

    으니님~음반 매장에 얽힌 추억을 써놓으신 글을 보니까 저도 많은 부분 공감이 가네요
    좋은곳 소개시켜주셔서 감사합니다.
  • 으니 2004.11.26 01:10 (*.149.24.225)
    윤현종님..

    즐거운 하루 보내셨다니.. 정말 좋으셨겠어요.. ^^

    제가 글을 미처 올리진 못했지만.. 뮤직랜드 문 닫고 말았지뭐예여..

    저에겐 쉼터같은 매장이었고 거기 매니저님도 낯이 늘 익었는데..
    제가 일년전부터 혹 어느날 갑자기 문 닫는거 아니냐고 걱정반 늘 물었었는데
    전품목 할인.. 정말 맘이 아팠습니다.. ㅠㅠ
    (우수회원 뽀인트도 다 날아갔다눈)

    담에 서울 오시게 되면 "뮤직랜드"말고는 종로에 교보핫트랙이 있는데요..
    제 생각엔 강남 신나라 매장이 좀 더 조용하고 정감있는것같아요..
    신촌 신나라도 한산하고(?) 숨어있는 씨디들 있답니다..

    공개수배 오셨던 것 동생 "보노"에게 들었답니다..

    자리 찜 해드릴게요 >.<
?

  1. 무전여행

    Date2004.10.02 Byniceplace Views3813
    Read More
  2. 조정된 노을

    Date2004.10.02 Byniceplace Views3613
    Read More
  3. 노을

    Date2004.10.02 By Views3999
    Read More
  4. 누가 이 여인을 모르시나여 ?

    Date2004.10.03 Byniceplace Views4310
    Read More
  5. "샤라포바 인기, 이 정도인 줄 몰랐다"

    Date2004.10.03 By오모씨 Views4881
    Read More
  6. 제가 만든 튜닝머신 (줄감개 단추)

    Date2004.10.03 By Views3774
    Read More
  7. 파리의 아침

    Date2004.10.04 By Views4460
    Read More
  8. 바로길건너 아우쎌님과 만나서 아침식사한 "평화의 까페"

    Date2004.10.04 By Views4099
    Read More
  9. Opera 앞에서 아우쎌님 과 함께

    Date2004.10.04 By Views3891
    Read More
  10. 일 많이 하고 잘 노십시오

    Date2004.10.07 By오모씨 Views8618
    Read More
  11. [re] 가을여행 후기.

    Date2004.10.07 By Views3584
    Read More
  12. [re] 군사보호구역에서 이제 막 해방된 해수욕장.....발도장찍고.

    Date2004.10.07 By Views3334
    Read More
  13. [re] 군사보호구역에서 이제 막 해방된 해수욕장.

    Date2004.10.07 By Views3784
    Read More
  14. [re] 미천골 단풍사진 다른하나.

    Date2004.10.07 By Views2936
    Read More
  15. 미천골 단풍

    Date2004.10.07 By Views4362
    Read More
  16. 불바라기약수터가는길.

    Date2004.10.07 By Views3990
    Read More
  17. [re] 고구마 ,옥수수 &#50155;아지는별들

    Date2004.10.07 By Views3552
    Read More
  18. 가을여행...........택시에 꺽지않고서는 들어가지않는 큰산삼

    Date2004.10.07 By Views3494
    Read More
  19. 하드케이스 ㅡㅡ;

    Date2004.10.07 By오모씨 Views4125
    Read More
  20. 일송정에서 내려다본 해랸강 일몰 2

    Date2004.10.08 By차차 Views2958
    Read More
  21. 일송정에서 내려다본 해랸강 일몰

    Date2004.10.08 By차차 Views4083
    Read More
  22. 백두산 천지

    Date2004.10.08 By차차 Views3462
    Read More
  23. 윤사마와 한국인들..........

    Date2004.10.11 By Views3669
    Read More
  24. 동경 올빼미여행후기.

    Date2004.10.11 By Views4550
    Read More
  25. 아기돼지 삼형제

    Date2004.10.12 By1000식 Views4410
    Read More
  26. 살생의 추억

    Date2004.10.12 ByZiO Views6785
    Read More
  27. 추천부탁이요~

    Date2004.10.12 By어린남친 Views2932
    Read More
  28. 스페인의 천재화가 고야의 작품들과 작곡가 테데스코

    Date2004.10.12 By어떤기타맨 Views6129
    Read More
  29. 1867년 생 토레스로 연주한 바리오스

    Date2004.10.13 By오모씨 Views3597
    Read More
  30. 간만에 배경화면 한장... ㅋㅋ

    Date2004.10.13 By차차 Views5246
    Read More
  31. 담배 진짜 피우기 싫다...

    Date2004.10.14 By Views7432
    Read More
  32. ibach님 만난 후기.

    Date2004.10.14 By Views3189
    Read More
  33. [re] 이 번에 새로 장만한 기타입니다.

    Date2004.10.15 By데스데 리 Views4674
    Read More
  34. 이 번에 새로 장만한 기타입니다.

    Date2004.10.14 By데스데 리 Views7478
    Read More
  35. 종로 뮤직랜드에 나갔던 이야기

    Date2004.10.15 By으니 Views5214
    Read More
  36. 개네들이 문을 두드린다.

    Date2004.10.16 By Views5633
    Read More
  37. 착각은 즐거워~~~~^^

    Date2004.10.18 By아이모레스 Views4801
    Read More
  38. A.로드~~

    Date2004.10.20 By고정욱 Views6586
    Read More
  39. 조선의 힘!

    Date2004.10.21 By오모씨 Views4594
    Read More
  40. [한마디]1. 안녕하세요!

    Date2004.10.22 Bycitara Views6675
    Read More
  41. 쇼팽곡 또 하나 건졌어요.

    Date2004.10.22 By Views3943
    Read More
  42. [re] 익명시스템 가동~

    Date2004.10.22 By옥군 Views3733
    Read More
  43. 연주올릴때 자신의 아이디 몇일있다가 올리면 어떨까?.... 생각해 봤어요.

    Date2004.10.22 By Views4632
    Read More
  44. 글쓴이는 리플을 먹고 산다.

    Date2004.10.23 By오모씨 Views7615
    Read More
  45. 좃선 발판!

    Date2004.10.24 By오모씨 Views4720
    Read More
  46. 오모씨님 김말자님에게 좀 전해주세여.

    Date2004.10.24 By12345 Views6860
    Read More
  47. [한마디]2. 아주 이쁘시군요!

    Date2004.10.24 Bycitara Views5558
    Read More
  48. 해외에 계신 매냐님들~

    Date2004.10.25 By오모씨 Views4884
    Read More
  49. 음양이론과 기타

    Date2004.10.28 Byniceplace Views7806
    Read More
  50. 오늘 아침 대따 추워서 ...........

    Date2004.10.29 By Views7619
    Read More
Board Pagination ‹ Prev 1 ...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32 33 34 ... 151 Next ›
/ 151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Powered by Xpress Engine / Designed by hikaru100

abcXYZ, 세종대왕,1234

abcXYZ, 세종대왕,1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