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결과_행복했던 이야기

by nenne posted Oct 01,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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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가 지나고 복귀한 학교는 정신없기만 하다.
결재도 받아야 하고,, 월요일 자기장학 때문에 학습지도안도 마무리지어야 했다.
3교시쯤.. 문자가 하나 왔는데 우리반 아이였다.
'선생님 저랑 미희 짜증나서 학교나왔어요 죄송해요'
고요~한 내 가슴~에♬ 무슨 일인가 걱정이 되기 시작. 설마 다른 선생님하고 트러블이 생겨서 수업도중에 뛰쳐나왔단 건 아니겠지..전화를 했더니 물론 안 받는다..
문자로 '전화 좀 받아봐 효정아' 하고 5분 있다 했더니 다행히 받아준(?)다.
미희네 집에 안 좋은 일도 있고, 둘이 수업 듣다 짜증나서 가방 싸서 나와 버렸단다.
..................평소 같았으면 내가 어떻게 반응했을까. 지금 생각해보니 궁금하다.
그런데 그땐 얼른 돌아와!라는 정석적인 말은 하기 싫었다.
..잠깐 동안 침묵이 흘렀고
생전 안그러던 녀석들이 왜 그러냐. 이러면 안되지.. 하고 말한 다음에 그럼 두어시간 바람 쐬고 점심 먹고 5교시까지 들어오면 어떨까..본인들이 나간거니까 책임은 져야겠지만 내 생각엔 사고조퇴보다는 나을 것 같다.. 했더니 그러겠단다.
그래도 못 미더워서 '약속하는 거다..?' 했더니 그러겠단다.
내 생각엔 반반, 아니 안돌아온다에 좀더 큰 비중을 두었는데...정말 돌아와 있다. 너무 기쁘고 흐뭇해서 어째 느들 튀면서 나한테 문자보낼 생각을 다했냐 했더니 선생님이 전번에 학교 튀는게 제일 서운하고 화난다고 말한 게 생각났댄다. 그래서 나가면서도 미안했댄다.
그래서 난 솔직히 돌아올 줄 몰랐다. 안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다.. 했더니 약속했으니까요..한다.
참 행복했다.(지금 나 자랑하고 있는 거다 ㅋㅋ)

난 우리 애들한테 참으라고 말한다. 좀 잘못된 말이라는 건 알지만 애들한테 현실적으로 해줄 말이 그거 밖에 없다.
한때 우리 반 애가 만화가 좋다고 만화만 그릴 거라고 자퇴시켜 달라고 떼를 쓸 때도..
난 무조건 참으라고 했다. 자기 좋은 것만 하고 사는 사람이 어딨냐고,,,
학교 다니면서 만화 그리고 대회 나가서 상받고,, 니 실력 나한테 증명하면 그땐 내가 자퇴시켜주겠노라고,,,
울고 불고 부모님 오시고 난리를 치고 결국은 붙잡아놨다.
지금은 아주 잘 다닌다. 여전히 만화만 그리지만-_-;

나는 우리 애들이 아픔이 많다는 거 알고 있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애들도 많고, 결손가정도 많고 사실은 누구보다도 약하고 혼란스러운 시기에 아이들은(물론 다 그렇다는게 아니고) 자기를 지키려고, 상처받지 않으려고 굉장히 강하고 거칠어졌다. 그런데 쓰벌쓰벌.. 하는 애들이 가만 보면 정말 인간적이고 괜찮은 녀석들이 많다. 우리 애들이 속을 썩여도 미워할 수가 없는게 악의를 품고 그러는 게 아니기 때문일 꺼다. 그리고 자기도 자기를 어떻게 할 수가 없다고 그렇게 털어놓는 애들을 보면 난 정말 마음이 너무 아프다.

그래도 어디 가서 정말 잘 살 수 있도록 키우고 싶다.
남 생각할 줄 알고, 예의도 바르고 정말 딱 더불어사는 인간형 만들어서 졸업시키고 싶다.
희망을 잃지 않는 사람 만들고 싶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고.

야. 느들 잘 살았으면 좋겠다.
내가 우리반 애들한테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나중에 비싼 직업(?) 따위 안 가져도 좋으니까
어디 가서 당당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다.
자기한테 당당하게... 그렇게 되면 나 밥 사주러 한번 와라. ㅋㅋ

선생님 계속 여기 있을 꺼에요???
-_- 왜? 빨리 갔으면 좋겠나?
아니요.. 다들 우리 학교 힘들다고 하니까 그렇죠..
그런 걱정말고 니나 제발 잘나와라!!!






나도 참.. 싸납다 ㅋㅋ

p.s 아! 물론 무단결과 했던 그 두 친구는 공포의 홈스타를 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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