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이 눈물보다 더 아름다워야만 하는 이유...

by 아이모레스 posted Oct 01,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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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 생활 7년만에 나는 부에노스아이레스시 접경에 위치한 교통 요충지에
아주 예쁜 매장을 하나 얻을 수 있었다...
그동안 나의 이민생활은 넘치지 않게 먹고 쓸만큼은 되었다...
하지만 이제 막 유치원을 다니기 시작했던 우리 작은 아이의 눈에는
그렇지도 않았던 모양이다...

나는 매장을 얻고나서도 얼마든지 따로 살림집을 얻을 수는 있었는데...
경제적인 이유보다는 아직 어린 아이들과 좀 더 가까이 지내기 위해서
매장 윗층을 살림집으로 개조하느라 몇일째 이삿짐도 제대로 풀지도 못하구
여기 저기 쌓아놓구 있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때 까지만 해도 나의 3년동안의 최전방 군대생활과
7년동안 이민 생활은... 왠만한 일들은 그냥 내 손으로 고칠 수 있는  
적지않은 노하우들이 쌓여있었으니 이를 어쩌랴!!!!

그 날도 나는 일을 하느라 작은 녀석이 오랫동안 보이지 않는다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했음이 분명하다... 그리고 내가 그리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었던 것은...
매장 밖으로 나가려면 반드시 철셔터를 열고 나가야했는데...
여섯살쯤 먹은 사내아이 혼자서 열쇠를 찾아 열고 나가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에
오랜동안 녀석이 한동안 보이지 않아도 별 걱정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암튼 뒤늦게서야 녀석이 안보이는 걸 알아차리고 녀석을 찾았는데...
그리 크지도 않은 매장과 온 집안 뒷마당까지 세번이나 돌아보구서야
이삿짐을 쌓아두었던 창고 한 귀퉁이 보일러를 놓아둔 곳에서 녀석을 찾아냈다...
녀석은 벌써 한참이나 거기서 울고 있었던 모양으로 애비를 보자마자 말라붙었던
눈물 자국 위로 달구똥같은 눈물이 또 매달리기 시작한다...
으~앙!!! 날 쳐다보던 녀석의 눈에는 뉘우침, 원망, 기쁨, 미안함이
눈물과 함께 뒤섞여있는듯 했다...

녀석이 얼마나 오랜동안 거기 서있었는지 모르지만 자그마한 녀석의 손에는
부서진 커피 잔과 하나하나 손으로 줏어 모아놓은듯한 깨진 조각들도 함께 들려있었다...
녀석이 보기에는 우리 살림살이가 넉넉치 못하다고 느껴졌던 것일까??
아무튼 그날 내 마음 한구석에서는 그런 회한이 일어났을지도 모른다...
그리구... 그날 이후로는 궁색한 모습을 녀석에게 보이고 싶어하지 않아
난 좀 더 열심히 살았는지도 모르구...

환하게 웃는 모습보다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내게는 훨씬 더 감동적이었다고 해서
날 탓하지 말기 바란다... 그 누구라해도 자기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눈물은
우리를 슬프게하기보다는 감동시킨 경우가 더 많았을테니까...

하지만... 나는 아름답게 웃을 줄 아는 사람만이 아름답게 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러구보면 여자탈렌트만 빼고는 누구에게나 우는 것보다 웃는게 쉬운 것은 여간 다행한 게 아니다...
울음은 헤프면 악이 되기도 하지만 웃음은 헤퍼봐야 작부에게도 손해될 것 없는 일이니까 말이다...

내가 오늘 사랑하는 사람의 눈물에서 감동을 받을 수 있음은
어제 그가 내게 보여주었던 웃음이 아름다웠기 때문일게다...

아이모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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