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나게 담배를 끊은 경우....

by 아이모레스 posted Sep 17,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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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10년쯤 피우던 담배를... 결혼을 하고... 정확히 결혼 1주년 되는 날 끊어주었습니다(?)  

제가 아직도 역사적인 그 날을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는건... 크으 저의 머리가 좋아서라기보다는 어쩌면 별다른 특징이 없어보이는 내게서 내 스스로 이만한 기특한 일을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음... 아마도 담배를 끊던 날 낮쯤 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그냥 맘 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었던 것 같아요... "주머니가 시원찮으니 아내에게 그럴싸한 선물할 것도 없고 대신에 담배나 끊어주지!!!" 라구요... 그리구 실제로 그 당시에 내 형편에 좋은 소고기를 한 2킬로쯤 살 수 있었던 돈으로 담배를 사는 게 아깝기도 했을테구요... 아르헨티나는 아마도 전 세계에서 가장 질 좋은 고기를 생산하는 나라일거에요... 것두 사료를 먹구 자라는 게 아니라 방목해서 키워 1년쯤 된 소를 잡는거니까...  

암튼 내 인생에 마지막 담배 갑이 되었던 그 담배갑 안에 담배가 반쯤 남아있었던 것 같아요... 후후... 많은 사람들이 갑자기 담배를 끊는다고 방금 산 담배갑을 두동강내서는 쓰레기통에 버리고... 비싼 라이터마저 담배 피우는 친한 친구한테 주어버리고는  결연한 의지가 담긴 심각한 어조로..." 나 지금부터 담배 끊었어... 내가 다시 담배 피우면 사람도 아니야!!!" 라고 호들갑(?)을 떠는 걸 자주 보아왔던 터라... 후훗 작심삼일에 주어버린 라이터를 찾느라 구걸하는 걸 여러번 목격했었는데 정말 쩍팔리는 일이겠죠?? 그래서... 저는 남아있던 담배를 그날 밤이 될 때까지 하나도 남기지 않고 다 피웠어요... 마지막 담배라서 한개피 한개피를 무지 소중하게 피웠을지도 모르구요...  그날 밤 목욕물을 데우던 모닥불에 담배갑과 함께 마지막 꽁초를 던져 넣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 담배끊은지 올해로 꼭 20년이 되었습니다...

누가 그러더군요... 담배를 끊고나면... 사람들은 담배를 피워야할 이유들을 찾기 시작한다구요... 그리구는 정말 얼토당토하구 기상천외한 이유까지 만들더군요... 그중에 제가 기억하고있는 가장  말이되지 않던 어떤이의 핑계가 생각나서 웃음이 납니다... 뭔고 하니... 담배를 끊은지 몇일 되었던 친구였는데... 자기는 워낙 오랫동안 담배를 피웠기 때문에 니코틴중독 증세가 너무 심해서 최소한의 니코틴이 필요하기 때문에 하루에 서너대 정도는 피워야 한다나 어쩐다나... 제가 다시 담배 한대를 피우면 끝장이라고 아무리 말려도 소용 없드라구요... 결국 거창하게 담배 끊은지 3일만에 작심은 무너지고 말더라구요... 물론 서너대로 끝나지는 않았구요...  

전 담배를 끊구 나서두 한동안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았어요... (누구처럼 쪽팔리기 싫어서...^^) 몇일쯤 지나서 첨으로 아내에게 자수(?)했습니다... 그리구... 아내는 그날부터 꼭 100일째 되는 날 까지 카운트다운을 해주었어요... 그리구 그날  이후론 끊고 말구는 모두 내 몫이었습니다...

제 기억 속에 가장 참기 힘들었을 때는... 부부 싸움 뒤였어요... 후후... 늘 아내를 위해서 끊어준냥 지지리 못난 사람이라 그런지  부부싸움을 하고난 다음엔 내가 마눌에게 가장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방법으로 담배를 다시 피우는 모습을 보여주고싶은 유혹을 늘 받았었으니까요... 하지만... 정말 다행스럽게도 늘 생각에 그쳤었구 진짜로 실행으로 옮긴 적은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그러니까요... 혹시라도 저와 비슷한 경우가 생기면 오늘 제가 쓴글을 생각나서 유혹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면?? 전 제 할일을 다 한 셈이 될테니 매부좋구 누이 좋은 일이겠죠??

담배 끊으신지 10년 미만 되신 분들도 아직 안심하기엔 시기상조란 말씀을 끝으로 이만 글을 줄일까 합니다... 차~~~암!!!  담배 끊었다구 다 아닙니당!!!!  그 담에 찾아오는 게 비만!!! 하지만 그건 담에 시간 나면 이다시 이야기 하도록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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