줏대없는 넘.

by ZiO posted Sep 10, 2004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 - Up Down Comment Print
고딩이 시절적 얘기입니다.
80년대 중,말엽은 울나라에서는 헤비메틀의 태동기였죠.
백두산,시나위,부활,카리스마,작은하늘(저녁하늘이 아니고...--..--;;;)...
반에서 소위 음악을 좀 안다는 칭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헤비메틀에 열광했습니다.
단순히 즐기는 차원이 아니라
헤비메틀의 계보를 달달달 외우고 다닐정도였죠.
이를테면...

<딮퍼플>-->리치 탈퇴 후 <레인보우>결성, 초대 보컬리스트 디오(디오 탈퇴, 후에 비비안 캠블과 <디오>결성)-----><딮퍼플>의 보컬리스트 데이빗커버데일, 존사이크스와 <화이트 스네이크>결성--><레인보우>의 코지파웰,탈퇴후  MSG의 드러머로 참여(기타리스트 마이클 쉥커는 <스콜피온스>의 루돌프 쉥커 동생,필모그와 <UFO>결성)--->탈퇴 후<ELP>가입(ELP의 보컬리스트트 그렉 레이크는 <킹크림슨>의 보컬리스트였음)---->ELP의 드러머 칼파머, <YES>출신의 기타리스트 스티브 하우와 <ASIA> 결성--><레인보우>에 보컬리스트 그레함 보넷 가입--->탈퇴후 <MSG>가입--->또다시 탈퇴 후 잉베이 맘스틴과 <알카트라즈>결성--->잉베이 탈퇴 후 후임으로 스티브 바이 가입--->스티브는 <밴헤일런>의 보컬리스트 데이빗 리 로쓰와 활동--->다시 <레인보우>로 돌아가서...보컬리스트 조 린 터너 가입--->탈퇴 후 잉베이와 <라이징 포스>에서 활동--><레인보우>의 키보디스트 돈 에어리, 오지 오스본(<블랙 새버쓰>의 보컬리스트>)밴드에 합류--->등등등....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도 그렇게 외우고들 다녔죠...관심이 있으면 암기는 저절로 되는 법이니까.
어째거나, 그 당시에 "음악을 좀 안다"는 것은 "헤비메럴"을 좀 안다"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었는데
그렇게 "좀 아는" 애들이 한번은 제게 요즘 어느 밴드의 어떤 음반을 즐겨 듣냐고 묻더라고요.

"<토토>의 IV집...<로잔나>쥑이던데...그리고 <에어 서플라이>...<All out of love>넘 좋아..."
이렇게 대답했죠.
그러자 되돌아 오는 답변...
"에이...저리가...수준 떨어지는 넘..."

아...그랬었죠.
그때는 헤비메럴 듣지 않고 당시 뉴웨이브뮤직이라 불리웠던 <듀랜듀랜>이나 <폴리스>듣고 다니면
팝송 나부랭이(여기서의 "팝"은 단순히 대중음악의 의미라기 보다는 헤비메탈보다는 음악적으로나 질적으로 가벼운 음악...이라는, 좀 경시의 의미가 있었죠)나 듣고 다니는 수준 떨어지는 넘...취급을 받았던 겁니다.
한번은 듀랜듀랜의 <Moon on the monday>를 극찬했다가
그대로 매장 당할 뻔 했습니당...
어쨌거나
토토와 같은, 롹과 팝이 비벼진 스타일의 밴드는 항상 거지발싸개 취급받기 일쑤.
감히 토토(매냐의 토토님 말고)를....(--..--^)

여하튼 언제 어디를 가던지
이러한 문화적 배타는 항상 있더군여...
롹하는 분덜은 팝이 경박하다하여 싫어하고,
재즈하는 분덜은 롹이 무식하다고 싫어하고,
클래식 하는 분덜은 재즈건 롹이건 둘 다 대중음악이라하여 경시하고.

안으로는 지덜끼리 또 내분...
펑크롹하는 분덜은 LA메탈의 상업성에 발끈하고,
LA메탈하는 분덜은 펑크하는 애들 기타 잘 못친다고 투덜투덜,
아트롹하는 분덜은 메탈음악의 내적 깊이에 대해서 불만,
롹하는 분덜은 아트롹하는 분들이 자위행위만 한다고 궁시렁,
헤미메럴하고 아트롹 접목시킨 애덜한테는
쥐냐 새냐, 정체성을 분명히 하라고 아우성....

이게 어디 문화계쪽 일에만 한정되겠냐만은...

제가 어렸을 때, 좋아하던 토토가 허접 쓰레기 취급을 받자
기분이 영 거시기하더군여...제프 포카로나 스티브 루캐서가 제 칭구도 아닌데.
지금 생각해보니
아마 다수의, 소위 "음악을 좀 아는" 헤비메럴 매냐 칭구들의 집단적이고 일방적인 가치척도가
졸라 맘에 안들어서라기 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에 대한 신뢰가 그들로 하여금 마구마구 무너져내린 것 같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아...내가 좋아하는 음악이 사실은 졸라 팝하고 허접한 것이었구나...그럼, 이런걸 좋아하는 내 수준은...ㅜ..--?"
뭐, 이런 자괴감이 들기도 했죠.

이오네스코의 <무소>라는 단편을 보면 그런 얘기가 나오죠.
어느날 사람들이 한두명씩 무소로 변해가는데
그 수가 과반수를 훨씬 웃돌자
주인공도 결국엔 무소의 외모에 호감을 갖기 시작하고 인간의 외모에는 혐오감을 갖기 시작한다는.
심리학의 실험중에 이런 것도 있다더군요.
피실험자 10명에게 제각기 10장씩 카드를 나누어 주는데
그 중 9장의 카드는 같은 길이의 직선이 그려져 있고
나머지 한장의 카드는 그것들 보다는 약간 길이가 짧은 직선(육안으로 식별이 가능한)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피실험자 중 9명이 모두 길이가 같다...고 말합니다.
사실 이들은 뻥을 치기로 사전에 합의한 것이죠.
한장의 카드안에 있는 직선의 길이가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9명 모두 다 똑 같다고 거짓 진술을 합니다.
이 때, 사전 담합을 전혀 알고 있지 못하는 남은 한명은?
대개 다수(9명)의 진술을 그대로 따르게 된다고 합니다. 10장의 카드에 그려진 직선의 길이는 모두 같다...고.
심리학을 공부하지 못한 저로서는 깊은 의미까지는 잘 모르겠으나
대충 이런 것은 아닐까 합니다.

1. 다수의 사람들이 옳다고 여기는 바에 대해서, 대개의 사람들(의견을 달리했던)은 자신의 신뢰에 의심을 가진다.
2. 다수의 사람들이 옳다고 여기는 바에 대해서, 대개의 사람들(의견을 달리했던)은 독자적 견해의 위태로운 확신보다는 공동의-미심쩍긴하나 안전한-불확실성으로 도피하길 원한다.
3. 여러명이 한넘 바보 만드는 건 시간 문제다....--..--;;;
4. 주관이 없으면 쪼다된다...--..--;;;
5. 갈릴레이는 역시 위대하당....

세월지나 생각해보니
토토는 역시 멋진 밴드였고
에어 서플라이 역시 멋진 듀오였습니다.

그래서 토토의 <로잔나>나 <아프리카>를 들을 때면 가끔 미안해지기도 합니다.
내가 왜 이런 명연에 의심을 품었을까...하구요.

뭔 얘기냐...--..--a;;;















      

Articles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