댁의 해피는 잘 있나요?? (제목수정)

by 아이모레스 posted Jul 30,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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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댁의 해피는 잘 있는지요?? 제가 어렸을 때 우리 집에서 기르던 스피츠 잡종견의 이름이 해피였습니다... 제가 워낙 강아지를 좋아해서(먹는 거루 말구...) 지금까지 살면서 무척 많은 강아지를 길러오면서 유독 그 해피가 생각나는 것은 그 놈의 하얗고 긴 털 말구두... 어느날 밤에 있었던 작은 사건 때문이었을지도 몰라요...

녀석은 여느 강아지(개라는 말보다 왠지 친근감이 가니까...) 들 처럼 식구들이 밖에서 돌아오면 꼬리를 치며 반가워 짖게 마련이죠... 그러면 우리 어머니께서는 "아이구 우리 해피 밥값하는구나?? " 그러곤 했더랍니다... 하지만... 당시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어머니 혼자서 힘들게 고만고만하던 다섯식구를 키우시느라 먹구 살기 힘들었을 때라 밥값 운운 했던 건 아니었을 겁니다... 암튼... 진눈개비가 내리던 어느 날 밤에 아마도 우리 해피가 밤 나들이를 나갔다가 들어오지 않은 걸 모르구 대문을 잠갔었나 봅니다... 대문이라야... 대문 위에는 아무 것도 없이 덩그러니 문만 있었던거구... 도둑을 지키기에 아무 소용 없는 문이었구... 잠금 장치라야 빗장을 옆으로 밀어 놓은 것 밖에 없어... 문 밖에서도 대충 어찌어찌 하면 열 수 있는 그런 허술한 문이었거든요??  하지만 우리 해피에겐 만리장성보다 더 열기 힘든 문이었겠죠?? 그날 우리 해피는 그만 진눈개비가 밤 새 내리는 걸 다 맞고 말았던 모양이에요... 우리 어머니가 새벽기도 나가시다가 대문 밖에서 부들부들 떨고 바닥에 주저앉아있는 해피를 발견했던거든요... 새벽에 난리가 났었죠... 아~  30년이 넘은 일인데도 그날 밤 진눈개비 맞고있었으면서도 날 원망하기는커녕 날보고 꼬리치며 반가워하던 우리 해피 모습이 떠올라 눈물이 다 핑하니... 식구들이 밖에 나갔다 들어오면 언제나 그리 반가워 멍멍 잘도 짖더니만....... 정작 제 놈은 그 추운 진눈개비를 밤 새 맞으면서도 그저 누군가 열어주겠지 생각하고 바보같이 낑낑거리고만.... (설마하니 주인님들 단 잠 깨우지 않으려고야 그랬겠냐만서두...)

전... 그 날 새벽에 녀석의 털에 꽁꽁 얼어버린 진눈개비를 털어내어 주면서 많이 울었답니다... 녀석은 하루 종일 꽁꽁 앓더니만 그날 밤 죽었어요... 그렇게 아파하면서도 내 눈과 마주치면 꼬리를 흔드는 걸 잊지 않았었죠...그리고... 지금 30년도 더 지난 일인데도 이렇게 내 마음 한 구석에는 녀석이 자리잡고 있었나 봅니다...

어때요?? 올 여름 댁의 해피는 잘 있는지 궁금하네요??

중복 날에 내 어렸을 때 우리 해피를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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