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GuitarMania

음악으로 기억된 사람, 이라 했다가 음악으로 기억된 사람들. 이라고 했다가, 그것은 과거형이라는 것이 마음에 걸려 덧붙였다. 다시금 음악으로 떠오르는 사람들.

고등학교 1학년 때 긴 뒷머리가 멋지던 수학선생님, 갸름하구 흰 얼굴에 부드러운 턱선이 나이가 많이 드셨지만 은근히 멋져보였다. 나른한 날 졸고 있는 우리들을 깨우신다구 젊었을 때 이야기를 하시던 와중에.. 이런 노하우를 털어놓아버리셨다.

바람둥이란.. 많은 여자에게 나쁘게 하는게 바람둥이가 아니야.. 진정한 바람둥이란 좋게 헤어지는 것이 진정한 바람둥이다.. 즉, 헤어지고도 그 여자가 남은 평생을 그리워할 수 있는 그런거란 말이다..

당시만해도 꽤나 당돌했던 내가 맨 앞자리에 앉아있다가 불쑥 말했다. 선생님, 비결이 뭔데요? 비결? 비이결? 그런걸 이야기해주면 안되는데.. 아이들은 아우성치기 시작했다. 선생니임, 비결이 뭔데요, 뭐예요. 선생님은 약간 "허심탄회"한듯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 비결이란 의외로 단순했다.

음악이다, 그건.

음악요? 그래, 음악이다. 음악을 어떻게요? 그러니까 말하자면 주제가를 정하는거다. 좋은 노래들 많은데 그중 하나를 골라서 여자에게 노래도 불러주고, 또 음식점에 가면 그걸 틀어달라 하고 그런식으로 하고.. 헤어질 땐 그 음악을 선물로 주면.. 처음엔 원망도 하고 그러다가도 음악만 들으면 눈물을 줄줄 흘린다. 에이.. 그런게 어디있어요. 허어.. 너네가 몰라서 그래..

이제는 알 것 같다. 음악으로 기억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귓가를 맴돌아 코끝을 스치고 다시금 볼을 따뜻히 감싸 더웁게 온 몸으로 퍼지는 음악의 기운. 차이콥스키 그리그 라흐마니노프 하이든 라벨 로드리고 바하 당신들은 압니까, 당신들의 모든 음악들이 내 사랑의 대지가 되어준 것을 내가 얼마나 감사하는지.

하여, 나는 어떤 음악으로 기억될 것인가.
아니, 음악 아니라 무엇으로 나를
기억하고,
떠올리는지.




덧붙임 1) 바람둥이에 대한 선생님의 정의는 꽤 수긍이 간다. 하지만 나라면 내가 사랑한 여자를 남은 평생 날 그리워하게 만들기보다는 그저 남은 평생 내 옆에서 바가지를 긁게 만들어버리겠다.

덧붙임 2) 음악만 들으면 눈물을 줄줄 흘린다는 선생님의 말은 틀린 것이 하나 없다. 하지만 그것이 비결(?)은 아니다. 여자가 마음이 아플 땐 음악 아니라 무엇을 보아도, 눈물을 줄줄 흘리게 되니까.


  
Comment '3'
  • 아이모레스 2004.07.21 04:33 (*.158.12.74)
    남자들은... 아니... 사람들은(여자를 포함해서라는 뜻...) 대부분 그런대요... 자기가 사랑하는... 정말 죽도록 사랑하는 사람들은요... 자기가(내가) 알지도 보지도 못하는 사람들한테 가버리고 만대네요?? 하지만... 세상이 조금쯤 공평(?)하다구 느껴지는 것은요... 어쩌면... 내게는 내 마누라가... 그리구... 내 마누라에겐 바로 내가 그 어떤 사람에겐 바로 그러한(얼굴을 알지도 보지도 못한...) 사람일지도 모르다는 거 아닐까 하는...^^

    으니님 오랜만이네요 반가워요... ㅎㅎㅎ 요즘도 계속해서 쿨럭대시는지... (기침 감기 조심하시라는...^^)
  • 으니 2004.07.22 13:34 (*.145.237.71)
    아이모레스님도 오랫만이셔요^^ 여기는 너무 더워서 전 잠시 쿨럭을 멈추고 있답니다, 쿨럭..
    그런 법칙같은 것은.. 싫어요.. 누구든지.. 자기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하구 남은 평생을 지낼 수 있어야야만해여..
  • 아이모레스 2004.07.22 21:16 (*.158.12.112)
    맞당!!!!! 이론이 강한 사람치고... 진짜루 그거(??^^) 잘하는 사람은 별로 없드랑!!!!!^^
    ㅋㅋㅋ... 그 수학 선생님도 분명 그랬을거에용~~~^^
?

  1. 그림 올려주시느라 수고 하셨으니 제 못난 그림도 살짜쿵..^^;;

    Date2004.06.22 By건달 Views3313
    Read More
  2. 오늘은....

    Date2004.06.23 By건달 Views3357
    Read More
  3. .103 기타매니아 로고~

    Date2004.06.23 By Views3625
    Read More
  4. 아름다운 나라

    Date2004.06.24 By++++ Views2839
    Read More
  5. 오모님께 드리는 선물...

    Date2004.06.25 By파파라치정 Views3053
    Read More
  6. 오모님께 드리는 선물...2

    Date2004.06.25 By파파라치정 Views4241
    Read More
  7. 저 한국 왔어요~

    Date2004.06.27 By차차 Views3315
    Read More
  8. 좀 씁쓸하네요..

    Date2004.06.28 Byseneka Views3870
    Read More
  9. 나도 잡아가라!

    Date2004.06.29 Byjazzman Views4120
    Read More
  10. 냐하하.

    Date2004.06.29 Bynenne Views3017
    Read More
  11. [re] 스카보로우의 여인

    Date2004.07.01 Bygmland Views3824
    Read More
  12. Scarborough Fair 영상시

    Date2004.07.02 By고정석 Views3306
    Read More
  13. 추억의 스카보로우

    Date2004.06.30 ByLSD Views4495
    Read More
  14. 정종철의 비트박스 잼있네요..

    Date2004.07.01 Bycitara Views3516
    Read More
  15. 타 사이트에서 추천 해서 한 참 써핑하고 갑니다.

    Date2004.07.01 By Views3704
    Read More
  16. Stairway to Heaven

    Date2004.07.02 Bygmland Views4524
    Read More
  17. 화성학 발췌

    Date2004.07.03 Byenigma Views4074
    Read More
  18. Dust in the wind - Kansas

    Date2004.07.03 Bygmland Views4139
    Read More
  19. 솔개님 홈에서 퍼온그림.

    Date2004.07.10 By그림 Views3773
    Read More
  20. [re] 기타매니아로고 완성판(대).

    Date2004.07.12 By Views2984
    Read More
  21. 기타매니아로고 완성판(소).

    Date2004.07.12 By Views2534
    Read More
  22. 찜질방 남녀 분리에 대한 네티즌의 투표 분석.

    Date2004.07.12 By오모씨 Views3131
    Read More
  23. 제가 이사가서 주소와 전화번호까지 바뀌었어요...(개인적인글입니다.)

    Date2004.07.14 By Views3597
    Read More
  24. Try to remember ....

    Date2004.07.16 By봄봄 Views2976
    Read More
  25. 피곤한 삶

    Date2004.07.16 By뽀짱 Views4084
    Read More
  26. [펌글] 저는 이런 강아지를 원한게 아니었습니다.

    Date2004.07.18 By오모씨 Views4999
    Read More
  27. 우리 카페 티~

    Date2004.07.18 By오모씨 Views3084
    Read More
  28. [re] 누군가를 기다릴 때 혼자서 할 수 있는 놀이

    Date2004.07.18 By으니 Views4311
    Read More
  29. 기다린 보람이 있다는 것

    Date2004.07.18 By으니 Views3154
    Read More
  30. 손톱위도 문지르면 광택이나네요.

    Date2004.07.19 Byror Views3555
    Read More
  31. 요즘 가장 각광받는 작업곡입니다.

    Date2004.07.20 By오모씨 Views3283
    Read More
  32. 여기는 천안..

    Date2004.07.20 Bynenne Views3074
    Read More
  33. 딜레마..라고 해야 할지..

    Date2004.07.20 By꿈틀이 Views3534
    Read More
  34. 음악으로 기억되어, 다시 음악으로 떠오르는 사람들

    Date2004.07.21 By으니 Views3590
    Read More
  35. 미국이 중국을 두려워하는 진짜 이유

    Date2004.07.21 By차차 Views4214
    Read More
  36. 기타 배경화면 1024x768

    Date2004.07.21 By차차 Views3892
    Read More
  37. 드디어 사운드포지 노이즈리덕션 완전정복...!

    Date2004.07.23 By차차 Views7138
    Read More
  38. 트레몰로가 전혀 안되는 사람들을 위한 위로

    Date2004.07.23 Bylimnz Views4662
    Read More
  39. 저도 기타 사진 한장 올립니다.

    Date2004.07.23 By망고레 Views5725
    Read More
  40. 33년된 울 큰애기 - 펌

    Date2004.07.23 By뽀로꾸기타 Views4418
    Read More
  41. 한국기타협회 홈페이지 되나요?

    Date2004.07.23 By윤진석 Views3140
    Read More
  42. interval - tension - 삶

    Date2004.07.26 By차차 Views5877
    Read More
  43. 우리나라? 저희나라? 한국?

    Date2004.07.28 By음... Views3623
    Read More
  44. 딱 하고싶은말..

    Date2004.07.28 By차차 Views4237
    Read More
  45. 행복한 강언니.

    Date2004.07.29 By엄마 Views4178
    Read More
  46. 날도 무더운데 잠시 눈요기하시라고...

    Date2004.07.29 Byjazzman Views6764
    Read More
  47. 교장과 여선생 (펌)

    Date2004.07.30 By뽀로꾸기타 Views4407
    Read More
  48. 댁의 해피는 잘 있나요?? (제목수정)

    Date2004.07.30 By아이모레스 Views3540
    Read More
  49. 착한 개 한 마리.

    Date2004.07.31 By으니 Views4737
    Read More
  50. 일상의 사소한 행복

    Date2004.08.01 By조씨 Views5419
    Read More
Board Pagination ‹ Prev 1 ...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 151 Next ›
/ 151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Powered by Xpress Engine / Designed by hikaru100

abcXYZ, 세종대왕,1234

abcXYZ, 세종대왕,1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