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6.14 15:31
"답다"는 것 - 기타리스트 장대건님의 연주에 부쳐
(*.145.84.21) 조회 수 3623 댓글 5
학교다닐 때 사회 시험에 나온다해서 열심히 외웠던 것 중에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아들은 아들답고" 하는 말이 나온다. 얼핏 정말 맞는 말이지만, 정작 그 "다움"이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그 말이 전해주는 것은 하나도 없다.
여자답다 라든가 혹은 선생님답다.. 라는 표현들은 우리가 이미 "여자" 혹은 "선생님"이라는 단어 안에 이미 어느정도의 기대를 품고 있음을 알려주는 것 일진대, 글쎄, 그 "다움"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내가 나의 수많은 역할들에 맞게 "OO다워"지는지에 대해 고민한지도 정말 오래되어 내게는 잊혀진 단어였을뿐이었다. 하지만, 얼마전 기타문화원 개관식에서 나는 새삼 그 단어를 다시 떠올렸다.
기타리스트 장대건님의 연주 때문이었다.
장대건님을 나는 이전에 한번도 볼 기회가 없었다. 스페인 유럽에서 주로 활동하셔서 그러했겠지만, 작년 내한연주회 때도 사정상 가볼 수 없었다. 나는 좋아하는 피아니스트나 바이올리니스트가 물론 많지만, 그들을 개인적으로 알고싶어하지는 않는다. 그저 좋아하고 연주를 내가 행복하게 들으면 그만이다. 물론 장대건님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각종 국제콩쿨 수상의 경력과 비공식 음반의 연주 등등에서"기타리스트 장대건"은 어차피 나와 개인적으로 굳이 친해질거같지 않은 멀리 있는 대가같은 느낌을 주었다. 기타문화원의 재개관기념 파티에서 그래서 그의 연주를 들을 수 있는 것은 낯설었다. 매우 좁은 공간, 얼마되지 않는 연주자와의 거리, 그리고 얼굴을 맞대고 인사를 나눈다는 것..
장대건님의 드뷔시 찬가 연주가 끝났을 때의 느낌은 "아쉬움"이었다. 아쉬움, 그야말로 한 곡만 더 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같았다. 연주 자체에 대한 평은 내가 할 능력도 안되지만, 느낌을 표현하는 것도 일단은 아끼기로 한다. 나는 아직 그의 콘서트에조차 한번도 가보질 못했기 때문이다. 연주회에서 앵콜을 안들으면 아쉬워서, 뭐 그런 느낌이 아니라 그야말로 조금 더 그의 음악을 들었으면 하는 본질적인 아쉬움이었다.
연주가 끝나고 그는 침착하게 일어나 인사를 하고 적당한 걸음걸이로 의자사이를 지나 "퇴장"했다. 사람들은 계속 박수를 쳤고 그는 마치 기타문화원의 작은 공간이 세계적인 연주홀이 되는 것같은 느낌으로 다시 걸어나가 인사를 했고 다시 퇴장했다. 완벽한 커튼콜이었다.
그것은 프/로/다/운/ 모습이다. 연주 자체의 놀라움과 감동도 물론 중요하지만, 롤랑 디용은 튜닝도 연주의 일부라했다. 나는 연주자라면, 튜닝뿐만 아니라 작은 손짓 몸짓 시선 하나하나도 모두 연주의 일부라 느낀다. 무대에 들어서서부터 연주 그리고 퇴장하여 우리의 시선에서 사라질때까지 장대건님의 모든 모습은 그 자체로 연주의 완성도를 한층 더 높이는 것이었고, 그것은 정말로 인상깊은 경험이었다.
어떤 남자가 자기 여자친구를 위해 식당에서 의자를 내어줄 때 그 여자친구는 비록 청바지에 허름한 티셔츠를 걸치고 있더라도 그 순간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고도 중요한 사람이 되어있는 것이다. 기타문화원의 작은 홀은 장대건님의 연주로 정말로 근사하고 훌륭한 공연장으로 다시 태어난 것 같았다.
"답다"는 것..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해 "답다"는 느낌을 남에게 줄 수 있는 사람들은 진정한 쟁이들이다.
나는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아, 으니는 정말 OO다워, 라는 말을 들어본지가 정말 오래인 것 같다..
학생다움, 선생다움, 나다움, 그리고 사람다움..
포기하지 않고 다시 한번 시작해봐야겠다.
여자답다 라든가 혹은 선생님답다.. 라는 표현들은 우리가 이미 "여자" 혹은 "선생님"이라는 단어 안에 이미 어느정도의 기대를 품고 있음을 알려주는 것 일진대, 글쎄, 그 "다움"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내가 나의 수많은 역할들에 맞게 "OO다워"지는지에 대해 고민한지도 정말 오래되어 내게는 잊혀진 단어였을뿐이었다. 하지만, 얼마전 기타문화원 개관식에서 나는 새삼 그 단어를 다시 떠올렸다.
기타리스트 장대건님의 연주 때문이었다.
장대건님을 나는 이전에 한번도 볼 기회가 없었다. 스페인 유럽에서 주로 활동하셔서 그러했겠지만, 작년 내한연주회 때도 사정상 가볼 수 없었다. 나는 좋아하는 피아니스트나 바이올리니스트가 물론 많지만, 그들을 개인적으로 알고싶어하지는 않는다. 그저 좋아하고 연주를 내가 행복하게 들으면 그만이다. 물론 장대건님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각종 국제콩쿨 수상의 경력과 비공식 음반의 연주 등등에서"기타리스트 장대건"은 어차피 나와 개인적으로 굳이 친해질거같지 않은 멀리 있는 대가같은 느낌을 주었다. 기타문화원의 재개관기념 파티에서 그래서 그의 연주를 들을 수 있는 것은 낯설었다. 매우 좁은 공간, 얼마되지 않는 연주자와의 거리, 그리고 얼굴을 맞대고 인사를 나눈다는 것..
장대건님의 드뷔시 찬가 연주가 끝났을 때의 느낌은 "아쉬움"이었다. 아쉬움, 그야말로 한 곡만 더 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같았다. 연주 자체에 대한 평은 내가 할 능력도 안되지만, 느낌을 표현하는 것도 일단은 아끼기로 한다. 나는 아직 그의 콘서트에조차 한번도 가보질 못했기 때문이다. 연주회에서 앵콜을 안들으면 아쉬워서, 뭐 그런 느낌이 아니라 그야말로 조금 더 그의 음악을 들었으면 하는 본질적인 아쉬움이었다.
연주가 끝나고 그는 침착하게 일어나 인사를 하고 적당한 걸음걸이로 의자사이를 지나 "퇴장"했다. 사람들은 계속 박수를 쳤고 그는 마치 기타문화원의 작은 공간이 세계적인 연주홀이 되는 것같은 느낌으로 다시 걸어나가 인사를 했고 다시 퇴장했다. 완벽한 커튼콜이었다.
그것은 프/로/다/운/ 모습이다. 연주 자체의 놀라움과 감동도 물론 중요하지만, 롤랑 디용은 튜닝도 연주의 일부라했다. 나는 연주자라면, 튜닝뿐만 아니라 작은 손짓 몸짓 시선 하나하나도 모두 연주의 일부라 느낀다. 무대에 들어서서부터 연주 그리고 퇴장하여 우리의 시선에서 사라질때까지 장대건님의 모든 모습은 그 자체로 연주의 완성도를 한층 더 높이는 것이었고, 그것은 정말로 인상깊은 경험이었다.
어떤 남자가 자기 여자친구를 위해 식당에서 의자를 내어줄 때 그 여자친구는 비록 청바지에 허름한 티셔츠를 걸치고 있더라도 그 순간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고도 중요한 사람이 되어있는 것이다. 기타문화원의 작은 홀은 장대건님의 연주로 정말로 근사하고 훌륭한 공연장으로 다시 태어난 것 같았다.
"답다"는 것..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해 "답다"는 느낌을 남에게 줄 수 있는 사람들은 진정한 쟁이들이다.
나는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아, 으니는 정말 OO다워, 라는 말을 들어본지가 정말 오래인 것 같다..
학생다움, 선생다움, 나다움, 그리고 사람다움..
포기하지 않고 다시 한번 시작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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