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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itarMania

(*.243.135.89) 조회 수 5153 댓글 7
http://anu.andong.ac.kr/~dwyun/짚신.jpg무척 오랜만에 칭구들을 뵙는군요.

그동안 무척 바빴거든요.

아래는 1998년 4월 안동에서 택지정리를 위해 묘지를 이장하는 도중에

무덤 속에서 발견된 편지입니다.

미투리(그림참조) 역시 망자의 아내가 머리를 잘라 짚과 섞어 삼은 것으로 무덤 속에서 함께 발견된 것이지요.

31세로 요절한 남편에게 보내는 아내의 애절한 편지.

장례를 준비하는 틈틈이 썼던 편집니다.

대대적으로 매스컴에 보도된 적이 있기 때문에 이 이야기에 대해

이미 알고 계신 분들도 많으리라 생각됩니다.



이 이야기를 토대로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인형극으로 꾸며볼까 합니다.

흔히 인형극은 어린이를 위한 것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나라의 전통인형극은 원래 어른들을 위한 것이었지요.

꼭두각시놀이(박첨지놀이)나 만석중놀이(그림자 인형극)처럼요.

풍자와 해학 그리고 준엄한 현실비판 정신이 번득이던 인형극은

일제의 식민지 지배하에서 가장 먼저 말살되습니다.

그래서 탈춤보다 먼저 사라졌던 것이지요.

인형극이란 말도 원래 우리나라에는 없던 것으로

일본인들이 사용하던 것을 그대로 들여온 것이지요.

우리나라에는'덜미마당'이란 것이 있는데 목덜미를 쥐고 인형을 움직인 것에서

이같은 용어가 생겨났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용어가 우리에겐 익숙하지 않지요.

전통에 바탕을 둔 창작 인형극 - 이것이 제가 꿈꾸는 인형극입니다.



"/" 왼편은 원문이고 오른편은 현대문입니다.

현대어로 의역을 했기 때문에 좌우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있군요.



원이 아바님께 / 원이 아버지에게

병슐 뉴월 초하룻날 / 병술년(1586) 유월 초하룻날

집에서 / 아내가



자내 샹해 날드려 닐오되 / 당신 언제나 나에게 말씀하시기를

둘히 머리 셰도록 사다가 함께 죽자 하시더니 / 둘이 머리 희어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고 하시더니

엇디하야 나를 두고 자내 몬져 가시노 / 어찌하여 나를 두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날하고 자식하며 뉘긔 걸하야 / 나와 어린 아이는 누구의 말을 듣고

엇디하야 살라하야 / 어떻게 살라고

다 더디고 자내 몬져 가시는고 / 다 버리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자내 날 향해 마음을 엇디 가지며 / 당신 나에게 마음을 어찌 가져 왔고

나는 자내 향해 마음을 엇디 가지런고 / 또 나는 당신에게 어떻게 마음을 가져 왔었나요?

매양 자내드려 내 닐오되 / 언제나 나는 당신에게 말하곤 했지요.

한데 누어 새기보소 /  함께 누우면 언제나

남도 우리같이 서로 어엿비 녀겨 사랑호리 / '여보,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

남도 우리 같은가 하야 / 남들도 정말 우리 같은가 하여

자내드러 닐렀더니 / 당신께 말씀드렸더니

엇디 그런 일을 생각지 아녀 / 어찌 그런 일들 생각하지도 않고

나를 버리고 몬져 가시난고 / 나를 버리고 먼저 가시는가요?



자내 여히고 아무려 / 당신을 여의고는 아무리 해도

내 살 셰 업스니 / 나는 살 수 없으니

수이 자내한테 가고져 하니 / 빨리 당신께 가고자 하니

날 데려가소 / 나를 데려가 주세요.

자내 향해 마음을 차승(此乘)니 / 당신을 향한 마음을 이승에서

찾즐리 업스니 / 잊을 수 없고,

아마래 션운 뜻이 가이 업스니 / 서러운 뜻 한이 없습니다.

이 내 안밖은 어데다가 두고 / 내 마음 어디에 두고

자식 데리고 자내를 그려 살려뇨 하노 / 자식 데리고 당신을 그리워하며 살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이따 이 내 유무(遺墨) 보시고 / 나중에 제 편지 보시고

내 꿈에 자셰 와 니르소 / 내 꿈에 와서 자세히 말해 주세요.

내 꿈에 이 보신 말 자세 듣고져 하야 / 꿈 속에서 당신 말을 자세히 듣고 싶어서

이리 써녔네 / 이렇게 써서 넣어 드립니다.

자셰 보시고 날드려 니르소 / 자세히 보시고 나에게 말해 주세요.



자내 내 밴 자식 나거든 / 당신 내 뱃속의 자식 낳으면

보고 사뢸 일하고 그리 가시지 / 보고 말할 것 있다 하고 그렇게 가시니,

밴 자식 놓거든 누를 / 뱃속의 자식 낳으면 누구를

아바 하라 하시논고 / 아버지라 하라시는 거지요?



아무리 한들 내 안 같을까 / 아무리 한들 내 마음 같겠습니까?

이런 텬디(天地)같은 한(恨)이라 / 이런 슬픈 일이

하늘아래 또 이실가 / 하늘 아래 또 있겠습니까?



자내는 한갓 그리 가 겨실 뿐이거니와 / 당신은 한갓 그곳에 가 계실 뿐이지만,

아무려 한들 내 안 같이 셜울가 / 아무리 한들 내 마음 같이 서럽겠습니까?

그지 그지 끝이 업서 / 한도 없고 끝도 없어

다 못 써 대강만 적네 / 다 못 쓰고 대강만 적습니다.

이 유무(遺墨) 자셰 보시고 / 이 편지 자세히 보시고

내 꿈에 자셰히 뵈고 / 내 꿈에 와서 당신 모습 자세히 보여 주시고

자셰 니르소 / 자세히 말해 주세요.



나는 다만 자내 보려 믿고있뇌 / 나는 꿈에는 당신을 볼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이따 몰래 뵈쇼셔 / 몰래 와서 보여 주세요

하 그지 그지 업서 / 하고 싶은 말 끝이 없어

이만 적소이다 / 이만 적습니다.    
Comment '7'
  • 아이모레스 2004.05.06 22:16 (*.158.255.58)
    이 글을 읽다보니...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보낸이의 저린 가슴이 절로/마구 느껴지네요... 가시리 가시리잇고 날 버리고 가시리잇고..../ 꿈길밖에 길이 없어 꿈길로 가니... 내님은 나를 찾아 길 떠나셨네.../ 가슴 아픈 사모곡들이죠?? 도대체 이런 사모곡의 주인공들은 어떤 사람들이었길래??? 갑자기 그게 궁금해지네요...
  • 저녁하늘 2004.05.06 22:48 (*.243.227.87)
    이거 전에 기타매냐에도 링크 됐던건데... 정천식님 이 일과 직접적인 관련 있으신가요?
  • 정천식 2004.05.06 23:04 (*.243.135.89)
    위 편지는 고성 이씨 이응태(1556∼1586)의 부인이 쓴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어린아이(유복자)가 태어나면 줄 배내 옷까지 무덤에 넣어 남편의 넋을 위로했지요.
    병석의 남편이 어린 아들과 유복자를 두고 31살의 나이로 끝내 숨지자 못다 이룬 사랑의 한을 적어 관속에 함께 넣은 것이었지요.
    분묘이장 작업 과정에서 이응태(1556∼1586) 조부 이명정[1504-1565]의 처 일선 문씨(一善文氏)가 <미이라> 상태로 모습을 드러내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 Q(-_-Q) 2004.05.07 00:11 (*.92.79.83)
    얼마나 슬픈 마음일지 아주 조금 알듯합니다...

    옆에서 보아온게 있어서...
  • 정천식 2004.05.07 00:17 (*.243.135.89)
    저녁하늘님~
    제가 이 일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고요,
    다만, 안동에 살고 있는 시민의 한사람으로서 이 지역의 문화에 대한 관심의 표명인 셈이지요.
    안동에서 매년 열리고 있는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에서 인형극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제가 인형극장을 맡아서 일을 하고 있고, 또 이 내용이 너무도 감동적이라
    인형극으로 한 번 만들어봤으면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잊혀져 가고 있는 전통 인형극(덜미마당)의 형식을 빌어서 말이죠.

    편지 내용을 보면 남편을 '자내(자네)'로 지칭하고 있는데 임진왜란 이전인 조선 중기에는 통상 우리가 아는 것처럼 남존여비의 사회가 아니라 부부간에 평등한 관계였다고 합니다.
    아들과 딸 구분없이 균분상속도 이루어졌고요.
  • 오모씨 2004.05.07 00:24 (*.58.94.138)
    미래로 갈수록 내세에 대한 믿음은 옅어지는것 같습니다.
    과거에 산 사람일수록 행복한거 같아요...
    저렇게 죽으면 서로 만날 수 있을꺼라 생각하니....ㅠㅠ
    죽음을 생각하면 두렵거나 무서운게 아니라
    너무 허망하고 슬퍼요..
  • 푸른곰팡이 2004.05.09 23:01 (*.158.143.50)
    누군가의 단편이었던가 아버지의 제삿날때 어머니와 설탕 탄 막걸리를 같이 마셨던 어린기억을 회상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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