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젤리스

by 지나가는야시시한넘 posted Jan 16,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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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그러니까 한 15년 전 쯤 자취하던 시절 애기다.
돈이 없어 200원 짜리 <백자> 담배 피우고 다니던
11월의 어느날에,
배가 너무 고팠지만 밥사먹을 돈조차 없었던 나는(사실은 전날 술값으로 다 날렸다) 주머니를 툴툴 털어 라면을 한봉지 산 후
전기 밥통에 끊여 먹었다.
근디 반찬이 없었다.
김치나 단무지가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냉장고를 열어봤더니 눅눅해진 김 쪼가리들이 널부러져 있는지라
하는 수 없이 그걸 반찬삼아 라면을 먹어야만 했다.

ㅠ..ㅠ

그 후론 난
뭔가 부조화스럽고 어울리지 않는 것을 보면
가끔 라면과 김 반찬의 언밸런스함을 생각했다...
이를테면 된장에 피자를 찍어 먹는다던지(이런 미친넘이 있겠느냐만),
우유에 밥을 말아 먹는다던지,
설탕에 밥을 비벼 먹는다던지(이건 실화다),
아님 옥똥자 같은 넘이 전지횬 같은 걸과 다닌다던지,
목젖에 벌이 매달리던지,
또는 아메리칸 파이를 이상한 용도로 사용한다던지,
여하튼 이런 부조화스러움과 맞닥뜨리게 되면
가끔 라면과 김이 생각나는 거다....


간혹 케이블 티비에서(OCN)는
밤 늦게 야시시한 영화들을 방영해주는데
(젖소부인 시리즈, 정4수표 시리즈,처제의 사생활 시리즈, 기타 등등...)
오늘은 정4수표 3 를 해주었다.
내용은 뭐, 대충 잘나가는 회장넘이
꽤 젊은 마눌을 데불고 살고 있었더랬는데
어느날 그 마눌이 새로 들어온 운전기사랑 눈이 맞아
붕가붕가를 했다는, 한 30번은 우려먹었을법한 스토리였다...

어느 비오는 저녁에 승용차 안에서
열씨미 운우의 정을 나누는 두 넘뇬덜...
눈알이 빠져라 보고 있는데
문득 떠오르는 그날의 라면과 김...
이 위화감은 대체 뭐냐...
글타.
영상과  대사(주로 신음소리--..--;;)와 음악이
완존 따로 국밥으로 헤쳐모여 퍼레이드 치고 있는거다...

붕가붕가씬에 써먹기엔 매우 아까운 음악이
그렇게 소모되고 있었던거다.

삼류에로물 주제에 음악하나는 잘 만들었네...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문득 뇌리를 스치는 뮤지션의 이름.
반젤리스.
그리스 태생의 세계적인 전자 음악가이자 영화 음악가.
아프로디테스 촤일드라는 밴드에도 잠시 있었고
아트락 밴드 <예스>의 보컬리스트 존 앤더슨이랑
궁합이 잘맞았던 키보디스트...
철딱서니 없는 사춘기 시절,
내 장례식의 백그라운드 뮤직으로
꼭 반젤리스의 <헤븐 & 헬>을 쓰리라...는 얼빠진 생각도 했었더랬다.
(장례식장에 백뮤직 깔아주는거 봤냐...-..--;;)
뭐, 어쨌거나...

어쨰서 이런 大아티스트의 음악이
이런 허접 에로물에 나오는거냐.

이 귀에 익은 멜로디와 분위기는....
........글타....
영화 <불의 전차> 사운드 트랙이당...(--..- ;)

<불의 전차>는,
"1924년 파리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영국 출신의 두 육상 선수 에릭과 해롤드의 집념을 다룬 스포츠 영화. 실화를 바탕으로, 근대 파리 올림픽을 배경으로 진정한 스포츠 정신을 구현하는 영국 육상 선수들을 감동적으로 그린 영화..."
라고 네이버에 써있더라...

어쩄거나...
이런 멋진 영화의 멋진 음악이
삼류 에로물의 <비오는날 차안에서 붕가붕가씬> 배경음악으로 도용되었으니
이를 일러 돼지목에 진주 목걸이라 하나...
저작권료는 나몰라라 했을거고.

어느 장인이 라미레즈 뺨치는 명기를 만들었는데
어느 도둑넘이 그 명기를 훔쳐다가
통기타 용도(스트로크)로 뚱땅 거리면
정말 기분 나쁠것 같은데....

기왕 훔쳐 쓰려거든
좀 어울리는 음악을 갖다 쓰던지...
불의 전차가 다 뭐냐...빙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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