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멍청해서 웃겼던 일^^

by 으니 posted Jun 09,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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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하나 있다. 이 친구와는 그리 자주 만나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만나면 허물없이 이야기하고, 생각도 많이 비슷해서 편한 편이다. 저번에 만났을 때 이 친구가 립을 쐈다. 물론 제가 산다고 우겨서 그러라고 한거지만 좀 비싼 가격에 미안해서 다음엔 내가 맛있는 거 사준다고 약속을 했더니..

두둥~! 이 친구 간도 크게 --+
"금룡"에서 사달라고 하는 것이다. 쿠궁.. (金龍이란 워커힐에서 울학교 캠퍼스에 출장나와있는 고급 중국음식점으로.. 최고경영자대학원과정에 있는 사장님들 점심드실 때나, 바쁜 공대생 애인 부모님 상견례할 때 등등 이용되는 쿨럭--;;)

암튼.. 그래서 둘이 금룡에 갔다. 정말이지.. 물론 맘같아서는 그 이상 비싼 것도 사주고 싶은 친한 친구였지만, 학생 신분에 무슨 호텔 음식점이란 말인가!! 그러나 친구가 간절히(?) 원한데다가, 동네가 마이 동네이니만큼 내가 반드시 대접을 해야해따..

둘이 들어가서.. 가격표를 보고 일단 숨을 가다듬었다. 애초에 내가 목표한 작정한 메뉴는 칠리소스와 누룽지탕이었다. 친구는.. 점심 코스요리가 몇만원을 넘어가는 것을 보구서.. 떨면서.. 누룽지탕하나 시켜.. 라고 해따.. 그래서 누룽지탕을 찾아보니.. 작은거 하나에 역시.. 삼마눤이나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작은 누룽지탕을 둘이서 먹을 수가 없지않은가.. 일품요리, 즉 짜장면 짬뽕 등등.. 은 어딜갔는지 그 금박 장식 테두리 둘른 메뉴에는 꼬랑지는 뵈지도 않고..

나는.. 오냐, 소원대로 금룡이를 사로잡아주마!! 크하하핫.. 하고 웃어버린 나의 경솔함을 반성하면서.. 금룡이의 내부를 본능적으로 휙 둘러보았다.. 미니스카트를 입은 이뿐 아가씨와 나비 넥타이의 이뿐 아저씨들이 보여따.. 아저씨들도 이쁜 아저씨들밖에 없는 점에 조금 위안이 되면서..

친구랑 잠시동안 그러나 재빠르게(그넘이 공대라서 계산이 좀 빠르다) 코스요리와 단품요리의 가격을 비교해본 후.. 그래도 코스가 싸다는 결론을 내리고.. 중간을 지향하는 한국인의 성품대로.. 중간등급의 코스를 시켰다.. 으윽..

뭐.. 게살스프로 시작해서.. 음.. 런치이지만.. 훌륭하게 나왔.. 나오지 않았으면 정말 속상했을 거시었던.. 중간에 그 친구 먹고싶어했던 새우 칠리도 나오고.. 음.. 그런대로 맛있게.. 깔끔한 요리였다.. 식사전에.. 꽃빵이 나와따. 네개가 이뿌게..

그 친구 역시 성장기의 어린이라 그런지.. 꽃빵 하나가 한 입에 다 들어가는 것이었다. 씩씩하게 빵 두개를 해치우고 나더니.. 음.. 이거 너무 맛있다.. 오늘 먹은거중에서 제일 맛있는거 같아.. 이름이 뭐야? 응.. 꽃빵이라고 해.. 맞나? 나도 잘 모르겠지만.. 음.. 비싼 코슬 먹구 꽃빵이 제일 맛있다고 말하는 저의는.. 나는 잠시 생각한 후에.. 미니스커트 언니를 씩씩하게 불러서..

언니.. 꽃빵 두개만 더 주시면 안되여?

라고 물었다.. 언니가 잠시 후.. 꽃빵 두개를 더 갖다 주었다. 친구에게 나는 겸손한 브이를 만들어보였다. 검지와 중지로 만드는 브이V 말고.. 겸손한 v말이다. 엄지와 검지 끝으로 작게 만드는 겸손한 v .. 친구는 씩씩하게 꽃방 두개를 먹어치웠다.

어쨌든.. 꽃빵 두개를 더 내왔다는 점에 조금 더 위안이 되면서.. 이제 나와서 계산을 하려고 해따..

계산서를 보았다.. 조금 더 마니 나왔다. 호텔 음식점이라 10%의 텍스가 붙었을 것은 예상을 했으나.. 음.. 언뜻보기에도 조금 마니 나왔다.. 일단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영수증을.. 살폈더니..

2. juk-lunch          s               얼마

3. 꽃방                 s              1,400 !!

*VAT*                                   얼마
-----------------------------------
합계                               얼마아아!!!

이렇게 써있는 것이어따!!!
쿠궁..

그렇다.. 내가 쬐끔 치사함을 느끼면서.. 언니 꽃빵 두개만 더 주"시"면 "안"되요? 라고 물었음에도 불구하고.. 이거뜰이.. 추가요금으로 당당히 계산한 것이었다!

결국 내 돈 내고 추가해서 더 먹는 것이었으니.. 그렇게 치사하게 달라고 조를(!) 필요는 없었던 거시었다!!!

게다가 더 웃긴 것은.. 참.. 내가 얼마나 바버같은가 하는 것이었다!! 그걸 갖고 의기양양해하다니.. 정말 그 순간에 내 머리 한번 두드려봤다면 캔소리 났을 거시었다.

물론.. 학생이라 잘 모를 수도 있기는 하겠지만, 글타구.. 생각해보면 상식적인 일인데.. 그걸 몰랐다니.. 솔직히 호텔식당 언니가 무슨 힘이 있겠나.. 꽃빵 달라면 주방에서 그냥 내주는 것도 아닐거구.. 당근 계산에 들어가지 않겠나..

음.. 나는 친구에게.. 야!! 이거뜰이 꽃빵 하나에 700원씩.. 무려 1400원이나 더 받았어!! 라고 외치려다가.. 잠시 주춤했다.. 먹은거에 대해 정당하게 청구한거지 "더" 받은 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음.. 참았다..

다음에 금룡이 먹으로 가면.. 꽃빵 더 먹구 싶을 때.. 한개에 700원임을 감안하면서 당당히 두개 더 달라고 해야지.. 라는 생각을 하지만.. 당분간 금룡이 갈일이 없을 거 같다. 나중에 어른들 모시고 인사드리러 가기 전까지는 가고 싶지 않..이 아니라 갈 돈도 엄꼬.. 갈 일도 없다. 이번 사건으로 내 친구 녀석도 금룡이란 것이 생각보다 훨씬 비싼 것이란 점을 알았을 것이기 땜에..

금룡의 좋은 점은.. 호텔 식당 그 자체의 서비스, 음식, 분위기인데.. 산 속에 있다는 것이다. 보통 호텔 식당들은 전망이 좋은 자리일 수록 비싸다. 본인 조사에 따르면, 인터콘티넨탈 삼성의 예를 들면, 스카이라인을 볼 수 있는 식당은 1층 구석에 짱박혀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식당에 비해 비슷한 메뉴가 1만원 가량 비쌌다. 따라서 서울 모처.. 예를 들어 하얏트같이 남산에 있어 전망이 좋다는 호텔 식당들은 당연히 가격이 더 비싸다.. 그러나 그렇게 전망이 좋은 식당을 가더라도 대체로 보이는 것이 건물 꼭대기들이라.. 야경이 아니라면 자리값을 하지 못하는 것이 당근. 그러나 금룡이의 경우, 산중턱에 웅크린 덕분에.. 대낮에도 멋진 전망에서 밥을 먹을 수 있다는거.. 가 하나 좋은 거 같다.

이상.. 꽃빵 두 개에 의기양양했다가.. 망가진 으니였습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 나만 웃기나.. 걱정도 하고 있는 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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