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의 엔트로피법칙

by 으니 posted May 25,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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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트로피 법칙에 대해 깊게 알지 못하고 조금 곡해를 한 후, 하고픈 말에 가져다 끼워맞추어 보면.. 다음과 같은 발전의 엔트로피 법칙을 억지주장해볼 수 있다.

"전 우주의 발전 정도는 늘 일정하다.

즉, 어느 한 분야의 발전은 다른 분야의 저발전으로 이어지고, 반대로 어떤 한 분야의 저발전은 다른 분야의 발전으로 이어진다."

터키에 갔을 때, 무지막지한 인플레로 750만원(리라)짜리 소니 기타 씨디, 한국말, 중국어, 일어로 호객하는 시장 상인 아저씨, 내가.. 나, 너네들이 와서 우리 나라에서 싸운 거 알거든? 그 정치적 배경이 어떻든간에, 굉장히 고맙게 생각해. 우린 친형제나 다름없어. 고마워.. 라는 인사를 하고 악수를 했던 길에서 만난 청년. (그 애가 너 한국사람이니? 라고 먼저 물어봐따.. --;;) 재미있는 일은 여러가지가 있었지만, 제일 인상깊었던 것은 바로..

소피아 성당의 울림이었다.

소피아 성당은 지금 내부 공사중에 있어 가운데 돔 위까지 거대한 구조물을 세워놓았다. 그리고 수없이 많은 관광객들로 아래층, 위층이 모두 웅성웅성 시끄러웠다. 하지만, 박수를 한번 딱!! 치자..

리플렉션이 끊어진 후 연속처럼 들리는 것이 아니라, 박수 소리 딱 한번이 엄청나게 큰 울림으로 지속된 후 잦아들었다. 말 그대로 잔잔한 수면에 돌을 던진 듯한 파문이었다. 그것은 차라리 파적이었다. 박수소리는 웅성거림을 일시에 잠재우고, 별똥별 떨어지며 그리는 긴 선과 그 꼬리처럼 내 귀로 들어왔다.

단순히 석조건물이고, 홀이 넓어서? 위아래 소리 잡아먹는 쿠션 없이 대리석으로 가득차서?

내 생각엔 아닌 것 같다.

음향설계가 되어있는 것이다.

물론, 오랫동안 지속한 건물의 미스테리를 밝힌다고, 숫자를 나누고 조합해서 이게 뭐 지구의 둘레의 몇분의 일이라는 둥, 빛이 뭐 어떻게 들어와서 어떻게 나가는데 그 각이 뭐라는 둥.. 하는 식으로 숫자에 함몰되는 식의 미스테리는 정말 싫어한다.

만약 그렇다면 나는 보여줄 수 있다. 내 팔꿈치의 길이가 정확히 지구 둘레의 억분의 일이라는 것을! 그리고 또한.. 내 몸무게는 수성의 자전주기에 비근하며.. 내 키는 태양으로부터 지구까지의 거리의 구십만분의 일이 쪼끔 넘는다는 거.. 이정도면 완벽하게 우주적으로 디자인 된 인간 아닌가??

그렇게 동에 닿지 않는 숫자를 들이대서 말하는 신비로움보다, 그 홀에서 박수 한번 쳐봤을 때 말하는 신비로움이 진짜 신비로움인듯.

소피아 성당은 분명히 음향설계가 되어있는 것이다.

물론, 당시 사람들은 전자적으로 소리를 증폭하는 기술을 미처 개발하지 못했다. 따라서 전자기기에 의존하지 않고, 홀의 공간과 구조, 소재만을 이용하여 음향설계를 했을 것이다.

놀라운 기술이었을 것이다.

그리스 극장에서는 지금은 가보면 다 없어져서 흔적조차 찾기 힘들지만, 기록에 따르면, 극장의 좌석 밑에 각각의 음에 맞는 청동항아리를 묻어서 음향을 조절하고 배우의 대사를 더욱 멀리까지 잘 들리게 하는 음향설계를 했었다.

그 청동항아리는 각각의 음에 맞추어 설계되어, 자기 음이 아닌 것에는 울리지 않으므로, 극장 전체는 불협화음은 줄이고 협화음을 강조하는 쪽으로 설계되었던 것이다.

전자기기를 이용한 기술이 어느정도 발달한 오늘 날, 성당을 만들거나 교회를 세울 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음향을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물론, 연주를 위한 특수한 홀을 설계할 때는 음향 전문가가 디자인하는 것이 보통이겠지만..

음향에 대해 고민할 필요없이, 그저 뚝딱 외관만 짓는 것이 아닌가 한다.

왜냐하면.. 이젠 마이크와 스피커로 얼마든지 작은 소리도 증폭시킬 수 있는 기술이 생겼으니까.. 별로 고민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알렉산더 세르게이-라미레즈는 자기의 데논 시절 음반을 줄곧 한 성당에서 녹음했다. 그가 소르를 녹음할 때와 빌라로부스를 녹음할 때, 소리는 다르게 녹음되었다. 알고보니, 그동안 그 성당은 내부 수리를 한번 했고, 카펫을 바꾸었으며, 의자의 배열도 달라져있었다. 모든 것들이 음향에 영향을 끼쳤다. 그래도 그는 그 오래된 성당에서의 녹음을 훌륭하게 마칠 수 있었다. 성당은, 마이크가 없던 시절에 디자인 되어 소리를 잘 울려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가끔 어떤 근육을 쓰지 못하게 되면, 다른 근육이 특히 발달하는 경우를 보게된다. 그 반대의 경우도 물론 있고.

음향에 관해서도 그런 것 아닐까?

우린 새로운 기술에 의존하면 하는만큼 둔감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마.. 그래서.. 내가 오토미션보다 여섯개짜리 기어를 더 조아하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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