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5.09 23:24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
(*.83.205.199) 조회 수 6318 댓글 0
일어 학원이 있는 종로 일대에는 일어 학원말고도 학원이 무수히 많았다. 서울 아이들은 보통 학원을 두 군데 이상이나 다니나 보다. 영수 학관, 대입학원, 고입학원, 고시 학원, 예비고사반, 연합고사반, 모의고사반, 종합반, 정통 영어반, 공통 수학반, 서울대반, 연고대반, 이대반, ........ 이 무수한 학원으로 무거운 책가방을 든 학생들이 몰려들어가고 쏟아져 나오고 했다. 자식을 길러 본 경험이 없는 나는 이들이 은근히 탐나기도 했지만 이들의 반항적인 몸짓과 곧 허물어질 듯한 피곤을 이해할 수 없어 겁도났다.
어느 날 어디로 가는 길인지 일본인 관광객이 한떼, 여자 안내원의 뒤를 따라 이 거리를 지나고 있었다. 어느 촌구석에서 왔는지 야박스럽고, 경망스럽고, 교활하고, 게다가 촌티까지 더덕더덕 나는 일본인들에 비하면 우리 나라 안내원 여자는 너무 멋쟁이라 개 발에 편자처럼 보였다. 그녀는 멋쟁이일 뿐 아니라 경제 제일주의 나라의 외화획득의 역군답게 다부지고 발랄하고 긍지에 차 보였다. 마침 학생들이 쏟아져 나와 관광객과 아무렇게나 뒤섞였다. 그러자 이 안내원 여자는 관관객들 사이를 바느질하듯 누비며 소곤소곤 속삭였다. "아노 - 미나사마, 고치라 아타리카라 스리니 고주이 나사이마세(저 여러분, 이 근처부터 소매치기에 주의하십시오.)."
처음엔 나는 왜 내가 그 말뜻을 알아들었을까 하고 무척 무안하게 생각했다. 그러다가 차츰 몸이 더워 오면서 어떤 느낌이 왔다. 아아, 그것은 부끄러움이었다. 그 느낌은 고통스럽게 왔다. 전신이 마비됐던 환자가 어떤 신비한 자극에 의해 감각이 되돌아오는 일이 있다면, 필시 이렇게 고통스럽게 돌아오리라. 그리고 이렇게 환희롭게. 나는 내 부끄러움의 통증을 감수했고, 자랑을 느꼈다. 나는 마치 내 내부에 불이 텨진듯이 온몸이 붉게 뜨겁게 달아오르는 걸 느꼈다.
내 주위에는 많은 학생들이 출렁이고 그들은 학교에서 배운 것만으론 모자라 xx학원, xx학관, xx학원 등에서 별의별 지식을 다 배웠을 거다. 그러나 아무도 부끄러움은 안 가르쳤을 거다. 나는 각종 학원의 아크릴 간판의 밀림 사이에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라는 깃발을 펄러덩펄러덩 훨훨 휘날리고 싶다. 아니, 굳이 깃발이 아니라도 좋다. 조그만 손수건이라도 팔랑팔랑 날려야 할 것 같다.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라고. 아아, 꼭 그래야 할 것 같다. 모처럼 돌아온 내 부끄러움이 나만의 것이어서는 안 될 것 같다.
박완서님의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中에서..
한동안 계속되던 논쟁들도 이제는 정리가 되는 듯하네요.
이런식으로 글들이 오고 가는 건 아마도 다들 음악을 너무나 사랑하기때문일 겁니다.
관심도 없는 것에 핏대세우며 싸우는 사람들은 없으니까요.
이제 우리 매니아칭구들이 해야할일은 부끄러움을 배워야하는 것일 겁니다.
인터넷에서 얼굴을 보고 있지 않다고, 잘 아는 사람이 아니라고 말을 막한건 아닌지
너무 흥분해서 다른 분들의 글을 내 생각에만 맞춰 삐딱하게 해석하지는 않았는지
잘 아는 사람이라고 편들거나 하지는 않았는지..
천천히 자신이 올린 글과 다른 분들의 글을 보며 부끄러움을 배우는 겁니다.
그리고 자신이 올린 글을 지우지 말고(**중요**)
자신이 자주보는 노트등에 글의 번호나 날짜등을 적어둡니다.
다음에 혹시라도 또 다른 분의 글을 보고 흥분(??)하는 일이 생기게 되면
예전에 자신이 올린 글을 찾아 다시 읽어 보는 겁니다...
이런... 무슨 훈계조의 글이 된건 아닌지.. ;;;;;
예전에 책을 보다가 적어두었던 박완서님의 글이(제목이??) 생각나서
그냥 주저리주저리 적어보네요.. 모두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
|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 155 | 기타메냐 여러분들을 위한 매직쇼~~~ 7 | 호빵맨 | 2003.05.13 | 5822 |
| 154 | 어제 신당동에서...오늘 작업실에서... 8 | 간절한 | 2003.05.13 | 8485 |
| 153 | 흔적 찾기... 1 | 류 | 2003.05.13 | 6402 |
| 152 | 아기가 태어날때 엉덩이 때리는 이유는? 6 | 신동훈 | 2003.05.13 | 7117 |
| 151 | [공룡이야기 2탄] 여러 매냐 칭구분들의 성원에 힘입어..T_T... 13 | pepe | 2003.05.12 | 6126 |
| 150 | 보이지 않는 선생님과 지도자. 7 | gmland | 2003.05.12 | 5647 |
| 149 | 어느 교대에 다니는 학생의 공룡에 대한 질문... 1탄 15 | pepe | 2003.05.11 | 6905 |
| 148 | 음악은 국경을 넘어...^^ 8 | pepe | 2003.05.11 | 5688 |
| 147 | 笑傲江湖 | Sangsik | 2003.05.11 | 5740 |
| 146 | 아마추어의 매력 1 | niceplace | 2003.05.10 | 5748 |
| 145 | 생일 축하합니다... 3 | ggum | 2003.05.10 | 6606 |
| » |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 | 백치 | 2003.05.09 | 6318 |
| 143 | 으니님.... 혼다 CF 완결편은 언제 나오나용??? 2 | pepe | 2003.05.09 | 6673 |
| 142 | 나는 손가락이 열 개니까......... 8 | 간절한 | 2003.05.09 | 6511 |
| 141 | 늦었지만~ pepe 님~ 2 | 이태석 | 2003.05.09 | 6860 |
| 140 |
당신의 집중력을 향상시켜 보세요
|
09 | 2003.05.08 | 6166 |
| 139 | 이거 언제껀지 아세요? 5 | 신동훈 | 2003.05.08 | 9530 |
| 138 | 날으는 야용이(펌@베타) 4 | 09 | 2003.05.08 | 5648 |
| 137 | 아저씨 3 | 수 | 2003.05.08 | 5818 |
| 136 | 그냥 웃겨서리... 5 | 간절한 | 2003.05.07 | 5495 |
| 135 | 上善若水 5 | sangsik | 2003.05.07 | 7317 |
| 134 | [re] 上善若水 1 | 저녁하늘 | 2003.05.08 | 7508 |
| 133 | [re] 어색한 이름 5 | sangsik | 2003.05.08 | 5597 |
| 132 | 온라인 vs 오프라인 1 | 수 | 2003.05.06 | 5813 |
| 131 | 공중정원... 4 | 신동훈 | 2003.05.06 | 6423 |
| 130 | ................. 5 | 호빵맨 | 2003.05.06 | 7232 |
| 129 | 최근에 만난 최대의 강적... 2 | 신동훈 | 2003.05.03 | 6082 |
| 128 | 아주 재밌는것... 영화임. ~.~ 5 | 09 | 2003.05.02 | 8515 |
| 127 | 오늘도 날씨가 좋다. 4 | humanist | 2003.05.01 | 5014 |
| 126 | 정석. 2 | 아랑 | 2003.04.30 | 5876 |
| 125 | 날씨가 넘 좋은 오늘 같은날 7 | humanist | 2003.04.30 | 5882 |
| 124 | 어색한 싸인받기... ㅡㅡ; 6 | 신동훈 | 2003.04.30 | 6170 |
| 123 | 아스님께 부탁... 2 | niceplace | 2003.04.30 | 4276 |
| 122 | 자동차용 핸즈프리가 필요하신 분 계신가요? 12 | pepe | 2003.04.29 | 8696 |
| 121 | 짜증난다. 1 | pepe | 2003.04.29 | 6515 |
| 120 | 진실에 관하여 13 | 으니 | 2003.04.28 | 9513 |
| 119 | [re] 진실에 관하여 2 | -ㅅ- | 2003.04.29 | 5908 |
| 118 | 고대 그리스의 테트라코드와 음계... 3 | 신동훈 | 2003.04.28 | 6510 |
| 117 | 어색한 인사... ㅡㅡ; 7 | 신동훈 | 2003.04.27 | 5944 |
| 116 | 나 어릴 적에 7 | 보노보노 | 2003.04.24 | 7086 |
| 115 | 감동이 넘치네요...ㅡㅡ;;; ... 함 보셔요... 6 | pepe | 2003.04.24 | 5610 |
| 114 | 나이 먹어도.. 9 | 알만한넘 | 2003.04.23 | 5794 |
| 113 | 고대지명과 음계에 관한 단상... 8 | 신동훈 | 2003.04.22 | 6061 |
| 112 | ㅜ.ㅜ 1 | 호빵맨 | 2003.04.19 | 7985 |
| 111 | 어느 샐러리맨의 꿈 [삽글] 2 | seneka | 2003.04.19 | 5713 |
| 110 | 프랑켄슈타인..... 5 | 간절한 | 2003.04.16 | 6459 |
| 109 |
조금 웃기네요
5 |
humanist | 2003.04.12 | 8987 |
| 108 | 슬픈 토요일. 1 | humanist | 2003.04.12 | 5336 |
| 107 | 간단한 참치 샌드위치 | 지우압바 | 2001.02.19 | 5788 |
| 106 | 부산에서 맛있는 밀면집.. | 새벽별 | 2001.08.17 | 6702 |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